내년부터 장기실종 형제·자매, 유전자 검색으로 빨리 찾는다
진명숙(68)씨는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2살 터울 오빠와 걷다 길을 잃어버렸다. 실종된 진씨는 인천 미추홀구의 보육원을 거쳐 충남의 한 수녀에게 입양돼 오빠 소식을 알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왔다.
그랬던 진씨는 2019년 11월 오빠를 찾기 위해 경찰에 유전자를 등록했다.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는 2021년 3월부터 개별면담과 유전자 비교 분석 등을 거쳐 진씨와 가족일 가능성이 큰 70세 남성을 발견했다. 해당 남성도 여동생을 찾기 위해 경찰에 유전자를 등록한 상태였다. 유전자 분석 결과 진씨와 남성은 친남매로 확인돼, 이들은 2021년 7월, 62년 만에 상봉했다. 유전자 등록 후 다시 만나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내년부터는 진씨 남매 같은 실종가족이 더 빠른 시간 안에 상봉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이 등록 유전자의 형제·자매 검색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24년부터 장기실종자(만 18세 이하 아동, 지적·자폐성 정신장애인, 치매환자)와 2촌 관계의 유전정보 분석시스템 검색이 가능해졌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2004년부터 유전정보 분석시스템을 이용해 실종 가족 상봉에 활용해왔다. 이를 활용해 올해까지 유전자 4만 1055건을 채취해 장기실종자 857명을 발견하긴 했지만, 1촌 관계(부모 대 자녀)만 검색이 가능해 한계도 뚜렷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4만1122명이었던 연간 실종자 수는 지난해 4만9287명까지 늘었다. 18세 미만 실종아동 수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전정보 분석시스템 특성상 데이터가 많이 누적돼야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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