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맨유 찾아온 축구 산타…'억만장자' 랫클리프, 지분 25% 인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산타클로스를 만났다. 글로벌 화학그룹 이네오스 창업자 짐 랫클리프(71)가 지분 25%를 전격 인수하며 구단 경영에 뛰어들었다.
ESPN 등 스포츠 매체들은 25일 맨유 구단의 발표를 인용해 “랫클리프는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이 보유한 맨유의 클래스A 주식과 클래스B 주식을 각각 25%씩 인수한다”면서 “클래스A 주식을 기준으로 글레이저 가문과 주주들은 주당 33달러(4만3000원)를 받는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랫클리프는 경제전문지 포브스 추산 282억 달러(36조745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억만장자다. 지난 2020년 기준 전 세계 부호 순위 55위이자 영국 내 2위에 해당하는 거부다.
랫클리프는 이번 계약과는 별도로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리노베이션을 위해 3억 달러(3909억원)의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계약 성사 시 2억 달러를 우선 투자하고, 이후 1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지분 인수와 추가 투자를 포함한 모든 거래는 EPL 이사회를 포함한 관련 단체의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완료된다.
지난 2005년 미국 스포츠 재벌 말콤 글레이저가 맨유 경영권을 사들인 이후 18년째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4년 말콤이 세상을 떠난 뒤엔 자녀들이 공동 구단주를 맡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 등 리그 내 여러 경쟁자들과 달리 선수 영입 등 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맨유는 단 한 번도 우승 이력을 추가하지 못했고,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 퇴진’을 꾸준히 외치고 있다.
랫클리프가 맨유 지분의 일부를 사들인 건 글레이저 가문이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매각 절대 불가’라는 당초 태도를 바꿔 지난해 11월 “구단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대안을 찾아보겠다”며 구단 경영권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글레이저 가문이 더 높은 금액에 구단 지분을 매각할 기회도 있었다. 셰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이슬라믹 은행(QB) 회장이 앞서 맨유 지분 100% 인수 금액으로 50억 파운드(8조2754억원)를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글레이저 가문이 논의 과정에서 금액 인상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랫클리프가 인수한 지분 25%의 가격은 13억5000만 달러(1조7590억원)로, 총액 기준 54억 달러(7조362억원)에 해당한다. 당초 기대한 60억 달러(7조8180억원)에 못 미친다.
대신 글레이저 가문은 불편한 혹 하나를 함께 떼어냈다. 지분 25%와 더불어 맨유 선수단 운영 관련 전권을 함께 넘겨주기로 했다. 향후 선수 추가 영입 등에 필요한 비용과 성적에 따른 책임을 랫클리프 측에 넘긴 셈이다.
랫클리프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맨체스터 토박이(그레이터맨체스터주 페일스워스 출생)인 그는 “맨체스터의 ‘로컬 보이’이자 클럽의 평생 후원자로서 이번 계약이 더욱 반갑고 기쁘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맨유는 상업적인 성공을 통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자금을 늘 확보하고 있다”면서 “향후 이네오스 스포츠 그룹의 글로벌 정보와 전문성, 재능을 이식해 구단이 더욱 나아지도록 돕겠다.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이네오스 스포츠 그룹의 글로벌 지식과 전문성, 재능을 가져와 클럽이 더 나아지도록 돕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도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나의 최종 목표는 맨유가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과 세계 축구의 정상에 다시 서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맨유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9승1무8패로 8위에 머물고 있다. 컵 대회를 포함해 26경기에서 11승2무13패로 승률 50%를 밑돌고 있는데, 맨유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13패 이상을 허용한 건 지난 1930년 이후 무려 93년 만이다.
ESPN은 “랫클리프는 지난 2017년 로잔 스포르(스위스)를 인수했다. 2019년엔 이네오스를 통해 니스(프랑스)의 구단주가 됐다”면서 “여러 축구 클럽을 운영한 경험이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맨유에서 어떤 방식으로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짚었다. 이네오스가 운영을 맡은 니스는 올 시즌 프랑스 리그1(1부리그)에서 파리생제르맹(PSG)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신흥 강자로 주목 받고 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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