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최고"라는 아들... 이 맛에 힘들어도 짐을 쌉니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방해받지 않을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가만히 쉬고 싶어서, 소중한 사람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저마다의 이유도 다양하고 각자 선호하는 장소도 다르다. 산, 바다, 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대로 떠난다. 쉼 없이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자연 속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휴식을 취하는 등 바깥 생활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데, 멀쩡한 집 놔두고 왜 밖에서 자는 걸까? 고생스러워도 자꾸 떠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기자말>
[매거진G]
▲ 성공적이었던 첫 캠핑 이후 우리는 캠핑을 하며 많은 추억을 남겼다. |
ⓒ 김윤수 |
어린 시절 부모님과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작은 텐트에서 온 가족이 숙영한 기억이 있지만 어릴 때의 추억일 뿐 꼭 재현하고 싶은 기억은 아니었다.
텐트를 피칭하고 철수하는 것에 대한 수고는 오로지 아버지의 책임이었음을 차치하더라도 화장실을 가는 것도 제대로 씻기도 불편했으며 약 30년 전 지금처럼 제대로 된 장비도 없던 시절이니 잠자리의 불편함은 오죽했을까.
당시의 불편한 점을 나열해 보라고 한다면 끝도 없이 늘어놓을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나름 '캠핑의 고수'라 불리고 싶은 12년 차 캠핑족이다.
첫 캠핑 그리고 장박의 경험
20대 중반 취직을 하고 매일 같이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쳐 한계를 느끼던 때, 친한 직장 선배로부터 함께 캠핑할 것을 제안받았다. 선배도 나도 텐트 하나 직접 쳐본 경험도 없고 장비도 없는 상태라 처음에는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과 마음이 자유와 휴식을 필요로 하는 걸 느꼈다. 선배의 지속된 권유를 핑계 삼아 인터넷에서 캠핑 정보를 수집하고 텐트, 의자, 테이블 등 장비를 구매해 나갔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한 달에 한 번, 2주에 한 번 캠핑을 가게 됐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먹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맥주캔을 기울이는 순간 온전한 자유와 휴식을 누렸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피칭과 철수의 시간은 지옥이었다. 무조건 빨리 피칭해야 쉴 수 있다는 압박감에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아직 초보일 때라 경량화되고 수납이 편리한 장비보다 부피와 무게 따윈 신경 쓰지 않은, 단순히 예쁘기만 한 장비를 잔뜩 갖고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짐이 트렁크를 넘어 뒷좌석까지 침범했다. 어지간한 테트리스 실력으로도 감당이 안 됐다. 점차적으로 캠핑이 유행하면서 매번 새로운 캠핑장을 찾는 것도 어려워지자 캠핑의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장박'이었다. 1박, 2박을 하는 일반적인 캠핑과 달리 한 달 이상 기간을 정해 캠핑장에 비용을 지불하면 해당 기간동안 텐트를 미리 피칭해 둘 수 있었고 언제든지 편하게 가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지옥의 순간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니!
광주와 가까운 전남 담양에 장박이 가능한 캠핑장을 찾아 텐트를 피칭해 두고 원할 때마다 찾아가 편하게 마음껏 즐기며 행복해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1~2개월의 장박은 어느새 1년을 넘어섰고 계속 피칭해 둔 텐트가 삭아서 교체할 정도에 이르기도 했다. 그 무렵 캠핑장 관련 지자체 조례가 개정되면서 새로운 장박지를 찾아 옮기기도 했다.
새 장박지 역시 같은 지역 담양이었으나 회사와 거리가 가까워지며 출근 시간이 단축됐고, 매일같이 선배와 캠핑장을 드나들며 캠핑장에서 출퇴근하던 때도 있었다. 장소 선정부터 예약, 피칭과 철수 같은 수고 없이 '오늘 뭐 먹지?'의 고민만 해결하면 되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절이었다. 마침 올림픽 시즌이기도 했고 더 편하고 쾌적한 장박을 위해 티브이와 냉장고까지 중고로 구매할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캠핑장에 전력 제한이 있어 불가능해졌지만.
▲ 젊었을 때 나의 취미였던 캠핑을 이제는 내 가족과 함께한다는 기쁨에 마음이 벅찼고 힘든 것보다 행복함이 컸다. |
ⓒ 김윤수 |
2012년 올림픽부터 2018년 월드컵까지 7년여 정도의 장박 생활은 너무도 자유롭고 편했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아이가 생기며 한동안은 캠핑조차 갈 수 없었다. 취미가 캠핑이었단 사실도 잊고 살아가는 듯했다. 그러다 우리 부부의 가장 큰 보물인 아들 이든이가 세 살이 되고 의사표현을 제법 할 줄 알게 되자 배우자와 나는 긴 상의 끝에 가족 캠핑을 결심하게 됐다.
자유와 휴식을 누리던 과거의 캠핑과는 분명 다른 형태겠지만, 다시 캠핑이란 취미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몹시 설렜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삭을대로 삭은 장박 시절 텐트 대신 새로운 가족용 텐트를 찾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오랜만의 캠핑을 앞두고 유행하는 스타일과 유명한 제품도 찾아봤으나 우리 가족에게 맞는 캠핑 스타일을 찾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예쁜 것을 골랐다가 고생하고 후회했던 초보 캠퍼 시절 이미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경험도 있지 않은가.
우리 가족에게 최적화된 스타일은 '오토캠핑'. 마침 코로나19가 기승하던 시기라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노지를 우리만의 캠핑장으로 결정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캠핑 붐이 일어나 캠핑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점도 '오토캠핑'으로 캠핑 스타일을 정하는 데 한몫했다.
캠핑 스타일을 정하고 나니 과거 캠핑 경험을 토대로 가족에게 알맞은 텐트를 고르기는 쉬웠다. 화장실, 샤워실, 전기 시설이 없는 노지캠핑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기에 편하면서도 나름의 예쁨도 갖춘 장비도 골랐다.
드디어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캠핑 날. 어렸을 때 온전히 아버지의 몫이었던 온갖 수고로움을 이제는 아빠가 된 내가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아들과 배우자가 앉아서 쉴 수 있도록 그늘막(타프)과 의자, 테이블을 먼저 설치한 뒤 오래 걸리는 훈연 바베큐 요리 준비, 텐트 피칭을 차례로 해냈다. 몸은 힘들었으나 오랜 캠핑 경험 덕분에 다음날 철수까지도 큰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다.
▲ 우리 가족에게 최적화된 스타일은 '오토캠핑'. 마침 코로나19가 기승하던 시기라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노지를 우리만의 캠핑장으로 결정했다. |
ⓒ 김윤수 |
성공적이었던 첫 캠핑 이후 우리는 캠핑을 하며 많은 추억을 남겼다. 도시에서 보기 어려웠던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가족과 함께 바라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눴다. 아빠의 서툰 요리 실력에도 엄지를 들어 보이며 "아빠 최고!"라고 외쳐주는 이든이 덕분에 웃기도 많이 웃었다.
지친 나를 위한 자유와 휴식을 좇던 과거의 목적 대신, 이제는 함께하는 시간을 최고로 여기게 된 지금. 캠핑장에서 무엇을 할지 계획 세우는 것 자체도 즐겁고 아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남겨주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기 위한 과정도 마냥 신난다.
캠핑 덕분에 가족끼리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함께 하는 캠핑의 시간을 통해 얻는 행복은 그 어떤 행복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아들! 우리 다음 캠핑에는 뭐할까?"
글·사진 : 12년차 캠퍼 김윤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매거진G> 11~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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