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오진 날’ 김민성 작가, 더 ‘깊어지는’ 긴장감 [작가 리와인드(107)]

장수정 2023. 12. 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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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반드시 잡는다’
‘운수오진 날’에선 묵직한 스릴러로 다른 재미 선사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반드시 잡는다’의 각본을 쓴 김민성 작가가 티빙 ‘운수오진 날’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청자들을 만났다. 전작들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파헤치는 스릴러의 재미에 코미디를 접목해 대중성을 높였다면, ‘운수오진 날’에서는 연쇄 살인마와 택시 기사 오택(이성민 분)의 대결에만 집중하며 긴장감을 유발했다.

파트1 공개일로부터 유료가입기여자수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둔 것은 물론, 짜임새 있는 전개와 배우 이성민, 유연석, 이정은의 열연이 어우러진 ‘웰메이드 드라마’로 장르물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았다.

◆ 코믹 스릴러부터 ‘청불’ 잔혹 스릴러까지…김 작가가 만들어 내는 ‘긴장감’

2012년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 ‘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 ‘얼음’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 서빙고를 털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차태현, 성동일, 고창석 등 라인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비상한 두뇌를 활용해 작전을 세우고, 팀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주인공 덕무(차태원 분)를 중심으로 정의감 넘치는 무사 동수(오지호 분), 물심양면 이들을 지원하는 수균(성동일 분),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분)과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분)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이 협력하고, 또 갈등하면서 빚어내는 케미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유쾌함을 책임진다.

기대 이상의 긴장감도 있다. 덕무와 그 무리가 얼음을 훔치기 위해 서빙고를 터는 과정에서 악의 무리까지 제압하게 되는 흐름이 짜임새 있게 이어진다. 적재적소에 장애물이 등장하고, 각자의 장기를 발휘해 재치 넘치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코믹 스릴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것. 코믹함과 스릴감의 적절한 조화로 흥미진진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편안한 영화를 탄생시켰다.

‘반드시 잡는다’는 스릴러에 더욱 초점이 맞춰졌다.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또다시 시작되자, 동네를 잘 아는 터줏대감과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가 촉과 감으로 범인을 쫓는 내용을 담은 영화로, 성동일-백윤식 등 노장 배우들을 앞세워 기존의 스릴러와는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연쇄살인범을 잡는 과정을 통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전개 방식은 여느 스릴러 영화와 다르지 않지만, 화려한 액션 또는 박진감 넘치는 추격 등으로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잡는다’의 매력이다. 대신 열쇠공 심덕수(백윤식 분)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 분)이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발휘,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과정을 선보이면서 신선한 스릴러물을 완성한다. 백윤식, 성동일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때론 웃음까지 선사하면서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 작품이었다.

‘운수오진 날’을 통해선 ‘청소년 관람불가’로 스릴러로 마니아들을 제대로 겨냥했다.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 분)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유연석 분)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로, 파트1에서는 연쇄살인마 금혁수의 잔인한 면모를 강조하며 그의 실체를 들추는데 집중했다.

그 어떤 작품에서 만난 연쇄살인마보다 더욱 잔혹했던 금혁수의 실체를 바탕 삼아, 파트2에서는 금혁수를 향한 복수를 감행하는 오택의 활약을 통해 극도의 긴장감과 쾌감을 유발하면서 스릴러 마니아들을 만족시켰다. 앞선 작품들에선 코미디와 결합하고, 노장 배우들을 통해 변주된 스릴러의 재미를 전했다면, ‘운수오진 날’에서는 금혁수와 오택의 대결에만 집중해 쫓고 쫓기는 추격의 재미를 극대화하면서 한 편의 묵직한 스릴러를 완성해 냈다. 여러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 김 작가가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흥미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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