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가 살아나니 팀도 6연승... KCC, 슈퍼팀 면모 되찾다

이준목 2023. 12.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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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기서 LG 제압... 라건아는 올해 최고 득점 타이

[이준목 기자]

우리가 알던 그 라건아가 돌아왔다. 프로농구 부산 KCC가 라건아의 맹활약을 앞세워 창원 LG를 원정에서 격파하고 파죽의 6연승을 질주했다.

12월 24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KCC는 LG를 95-91로 제압했다. KCC는 12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부터 내리 6연승을 내달리며 3라운드 전승 행진을 이어갔다. 또한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LG와의 맞대결 3연패 부진도 끊어냈다. 시즌 성적은 12승 9패로 어느덧 5할 승률을 넘어 5위까지 올라서며 본격적인 상위권 도약의 기틀을 맞이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라건아였다. 31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한 라건아는 LG 아셈 마레이(22점 17리바운드 5어시스트)와의 빅맨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31점은 올시즌 라건아의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라건아는 아닐 19개의 야투를 시도하여 14개를 적중시키며 자유투도 3개 모두 성공시키는 고감도의 슛감을 자랑했다. 슈터 허웅이 21점(3점슛 3개), 최준용이 11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라건아를 지원했다.

승장인 전창진 감독은 "라건아가 최근에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오늘 경기는 기대 이상으로 공수에서 완벽하게 잘해줬다"라고 극찬하며 수훈감으로 꼽았다.

어느덧 KBL 13년차이자 KCC에서만 5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라건아는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차출로 인한 체력적 부담과 체중감량으로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최준용의 이적과 송교창의 제대 등으로 선수구성과 전술이 바뀌면서 조직력을 맞추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라건아는 시즌 초반 컵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우승을 견인한 알리제 드숀 존슨에게 에이스 자리를 내주고 오랜만에 2옵션으로 내려갔다. 시즌 평균인 12.7점, 7.7리바운드는 식스맨으로 뛰었던 KBL 2년차 2013-14시즌(10.4점, 6리바운드)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11월에는 2경기 연속으로 출전시간이 5분 여에 그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자연히 라건아도 한물갔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존슨 역시 정작 정규리그에 접어들자 플레이스타일이 분석당하며 컵대회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KCC는 부진에 빠졌다. 슈퍼팀으로 기대를 모았던 KCC가 2라운드까지 우승후보다운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은 외국인 선수들의 동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KCC는 3라운드들어 전술적 재조정에 나섰다.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라건아가 다시 1옵션으로 돌아왔고 존슨과 이승현의 출전시간이 줄어든 대신, 송교창과 최준용의 '더블 빅윙'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최상의 조합을 찾는데 성공했다. 경기를 거듭하며 선수들이 서로를 장단점을 이해하고 상호 보완하는 플레이를 맞춰가면서 조직력이 안정을 찾았다.

라건아는 팀이 3라운드 6연승을 거두는 동안 18.6점, 11.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놀라운 것은 평균 출전시간이 22분 50초에 불과한데도 효율성은 같은 기간 다른 팀의 어지간한 메인 외국인 선수들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라건아는 경기에 따라 존슨과 출전시간을 적절하게 양분하면서 오히려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두 선수는 장단점이 극명하게 다르다. 라건아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골밑플레이와 하프코트 오펜스에 강점이 있다면, 존슨은 속공과 일대일에 능하다.

3라운드 들어 라건아가 좀더 많은 시간을 출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19일 울산 현대모비스전(84-81)처럼 존슨이 더 중용되거나, 22일 정관장전(104-75)처럼 똑같이 20분씩 출장한 경기도 있었다. LG전에서는 라건아가 33분 45초를 소화하면서 존슨은 6분 15초(4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간만 출장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라건아가 매경기 30분 이상을 소화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주전과 백업 외국인 선수의 기량차가 큰 팀들이 1옵션이 부진한 날에는 그대로 무너지기 일쑤다. 이에 비하여 KCC는 각기 다른 장점을 보유한 두 선수의  역할분담을 바탕으로 서로의 체력도 안배하고 전술운영의 폭을 더욱 다양하게 가져갈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높이와 운동능력을 겸비한 송교창과 최준용의 존재도 라건아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두 장신포워드가 유발하는 미스매치와 도움수비 덕분에 라건아는 수비에서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공격에 더 집중할수 있다. 라건아가 살아나면서 자연히 허웅-이근휘-이호현에게 손쉬운 외곽찬스가 늘어나는 나비효과로도 이어진다.

개인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KCC지만 하나의 팀으로 구슬을 꿰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비로소 슈퍼팀에 걸맞은 면모를 찾아가고 있는 KCC가 본격적으로 상위권 순위경쟁에 뛰어든다면 1라운드 원주 DB-2라운드 창원 LG에 이어 프로농구 판도에 또한번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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