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cm 작은 거인' 강계리, 신한 연패탈출 견인
[양형석 기자]
신한은행이 안방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이브 매치에서 삼성생명을 꺾었다.
구나단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24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홈경기에서 69-65로 승리했다. 지난 2일 개막 8번째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후 다시 6연패의 늪에 빠지며 최하위에 허덕이던 신한은행은 안방에서 열린 삼성생명과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다(2승13패).
신한은행은 에이스 김소니아가 경기 종료 41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을 당하기 전까지 21득점8리바운드1어시스트1스틸2블록슛으로 팀을 이끌었고 맏언니 이경은도 11득점2리바운드3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날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이 선수의 '깜짝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25분16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20득점3리바운드2어시스트1스틸을 기록한 164cm의 단신가드 강계리가 그 주인공이다.
▲ 강계리는 작은 키에 동안이지만 김소니아와 함께 신한은행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농구에서 신장은 분명 큰 무기다. 특히 드리블이 능하고 경기조율과 패싱능력을 갖춘 가드 포지션의 선수가 신장까지 크면 상대가드와의 미스매치 등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는 부분이 대단히 많다. WKBL에서도 최근 183cm의 박지현(우리은행)과 180cm의 윤예빈(삼성생명) 등 장신가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드들의 신장이 커질수록 신장이 작은 단신가드들의 활약 또한 더욱 돋보이게 마련이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단신가드는 단연 BNK 썸의 야전사령관 안혜지다. 164cm의 작은 신장에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무대를 밟은 안혜지는 최근 5시즌 동안 4번이나 어시스트 1위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패스마스터'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엔 탁월한 위치선정을 바탕으로 5.9개의 리바운드(8위)를 기록하고 있고 약점으로 지적되던 3점슛 성공률도 점점 끌어 올리고 있다.
BNK가 안혜지를 통해 단신가드의 성공가능성을 증명하자 KB스타즈도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165cm의 단신가드 허예은을 지명했다. 박지수라는 리그 최고의 선수와 함께 뛰며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 허예은은 이번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수 득점(11.1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허예은은 37.3%의 3점슛성공률(2위)을 기록하며 외곽에서도 더욱 위협적인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생명에는 160cm대의 선수는 없지만 프로필 신장이 나란히 170cm인 신이슬과 조수아 듀오가 단신가드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온양여고 3년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신이슬과 조수아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코트에서 좀처럼 주눅들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가 돋보이는 선수들이다. 덕분에 신이슬은 평균 출전시간 32분17초로 삼성생명의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조수아도 18분54초로 팀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하나원큐는 에이스 신지현을 비롯해 김시온, 정예림 등 가드진이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그럼에도 김도완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어김없이 벤치에서 165cm의 김애나를 호출한다. 김애나는 비록 신장은 작지만 탁월한 1대1능력을 바탕으로 경기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애나의 출전시간은 20분을 갓 넘지만 이번 시즌 스틸 8위(1.15개), 굿수비 1위(0.62개), 공헌도 21위(235.35점)를 기록하며 벤치멤버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강계리는 24일 삼성생명전에서 20득점을 올리며 최고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한림성심대를 거친 강계리는 2013-2014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1순위로 삼성생명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생명 시절 이미선과 박하나, 윤예빈, 이주연 등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던 강계리는 2019년 1월 박혜미(삼성생명)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으로 이적했다. 강계리는 이적 첫 시즌 13경기에서 7.08득점3.3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새 팀에서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강계리는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신한은행이 FA가드 김이슬을 영입하면서 보상선수 지명을 받아 하나원큐로 이적했다. 강계리는 하나원큐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며 20분 내외의 출전시간과 5점 내외의 득점,2.5개 내외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렇게 하나원큐에 순조롭게 적응하던 강계리는 2021년5월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으로 컴백했는데 공교롭게도 당시 트레이드 상대 중 한 명이 김이슬이었다.
강계리는 2021-2022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7.7득점3.1리바운드2.5어시스트1.4스틸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강계리는 작년 5월 신한은행과 FA계약을 체결했지만 김단비가 떠난 지난 시즌에는 출전시간이 10분 내외로 크게 줄어드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강계리는 좌절하지 않았고 이번 시즌 다시 신한은행 '핵심 식스우먼'의 지위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신한은행이 시즌 2승을 차지한 24일 삼성생명전은 강계리가 '인생경기'를 펼친 날이었다. 1쿼터 중반 코트를 밟은 강계리는 25분16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3점슛 1개를 포함해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20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강계리는 박지수 같은 확실한 슛블로커가 없는 삼성생명의 골밑약점을 과감하게 공략했고 삼성생명은 164cm 단신가드의 날쌘 움직임에 당황하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강계리 외에도 187cm의 센터 김태연이 부상에서 복귀해 18분을 소화하며 2득점5리바운드2어시스트2스틸1블록슛을 기록했다. 허리부상으로 개막 2경기 만에 팀에서 이탈한 김태연이 복귀하면서 신한은행은 에이스 김소니아를 비롯해 김진영, 구슬 등 포워드들의 활동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신한은행이 크리스마스 이브의 연패탈출을 계기로 4라운드부터 더욱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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