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김송이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 뿐” [D:히든캐스트(150)]

박정선 2023. 12. 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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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5일까지 코엑스신한카드아티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신시컴퍼니

삶은 순환의 연속이다. 우리는 미래를 기대하고,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종종 현재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지고, 지금 이 순간을 놓치기 쉬운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오늘’이다. 오늘은 과거의 결과물이고, 미래를 기대하기 위한 과정이 바로 오늘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 김송이는 ‘No day but today’를 삶의 모토라고 말한다. 과거의 짐을 버리지 못하고 불안한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는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과거를 더욱 빛나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친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뮤지컬 ‘렌트’ 역시 이 같은 내용을 핵심 주제로 한다.

-2013년 데뷔해 올해 10주년을 맞았어요. 이제 2023년이 거의 마무리 되는 시점인데요, 김송이 배우의 한 해는 어땠나요?

와, 맞아요. 벌써 10주년이라니! 새삼 시간이 참 빠르네요. 저의 2023년은 감사함으로 가득 찼던 것 같아요. 파리에서 ‘물랑루즈!’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만복이네 떡집’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보냈고, 크로스핏을 시작하며 근육량이 늘었고, 틈틈이 여행도 많이 다녔네요. 그러면서 아기는 어느덧 두 돌이 지났고, 요즘은 웨이트트레이닝에 관심이 생겨 ‘렌트’팀 운동 멤버들과 공연 전 피트니스에 빠져있어요. 올해는 뉴욕에서 ‘렌트’와 함께 2023년과 굿바이 할 예정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 그리고 늘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 덕분에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돌아보니 올해도 참 행복으로 꽉 채워서 보낸 한 해였네요.

-아이를 출산하기 전, 경력 단절에 대해 고민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실제로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는 어땠나요?

아마 저뿐만이 아닌 많은 엄마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삶,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는 거니까요. 저는 엄마가 되고 나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더라고요. 이게 바로 아줌마 파워구나 싶어요. 하하. 저 또한 출산 후 모유 수유를 하면서 신생아를 데리고 연습실을 다니고, 아기 낮잠 시간에 거실에서, 옥상에서 열심히 오디션을 준비했어요. 그렇게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이르게 작품에 복귀할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아기가 복덩이인 것 같아요(웃음).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남편의 전적인 서포트 덕분에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세상의 모든 워킹맘 파이팅!

-벌써 ‘베어 더 뮤지컬’ ‘물랑루즈!’ ‘만복이네 떡집’ 그리고 ‘렌트’까지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죠. 불안했던 미래였기 때문에 현재의 바쁜 생활이 더 감사하게 여겨질 것 같은데요.

완전히요! 멋진 작품들에 함께할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가족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요. 여전히 저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그런 건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현재를 더 즐기며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요. 저에게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이 주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신시컴퍼니

-특히 이번 ‘렌트’는 2020년 시즌에 이어 다시 함께 하게 됐는데요, 전 시즌에선 스윙으로 지금은 미세스 코헨(마크 엄마) 역을 맡게 됐어요. 하나의 캐릭터가 메인으로 주어졌다는 것도 매우 반가운 일이죠.

다시 오디션 기회가 주어지고, 좋은 분들과 함께하고, 그들과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어서, 렌트가 이토록 행복한 작품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렌트’에서는 스윙을 포함해서 모든 캐릭터가 작품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그중에서 한 캐릭터를 맡아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매 공연 행복해요.

-그 당시와 지금, 작품적인 부분에 있어서 달라진 부분 혹은 스스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거의 모든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우선 지난 시즌에는 온스테이지 스윙이지만 모든 장면에 함께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무대 위에서 직접 다른 배우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끼고 함께 나눌 수 있어 정말 짜릿했어요. 또 이번 시즌에는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좀 더 마크의 시점으로 ‘렌트’를 바라보게 됐어요. 지난 시즌에는 엔젤이 많이 보였거든요. 몇 년 후 ‘렌트’를 또 만난다면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요. 마크를 볼 때 마치 조나단 라슨이 보이기도 하고, 뭐랄까 마크가 유난히 눈에 밟히더라고요. 제 아들이라 그런지 대견하고 멋지고 참 안쓰럽기도 하고. 연습 과정에서부터 공연까지 새로운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순간이 참 많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만나는 시간을 지나는 중이에요.

-김송이 배우만의 미세스 코헨은 어떤 캐릭터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마크 코헨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말 많고 흥 많고 사랑스러운 아줌마에요. 캐릭터를 드러내려고 하기보다는 ‘김송이’스러운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렌트’에서는 장면에 따라 어떤 캐릭터가 아닌 ‘나’로 등장하는 부분도 있고, 또 순간순간 캐릭터가 바뀌기도 해요. 그래서 연습 초반에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웠는데, 조금 단순하게 나로부터 출발해서 마크와 로저의 친구로 시작했어요. 마크 엄마 같은 경우에는 악보에 있는 음표들 자체가 수다스럽고 정신없는 그녀의 성향을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가 지금의 저예요.

-참여하는 배우들끼리의 호흡도 궁금해요.

‘렌트’는 유독 사랑이 넘쳐요! 사랑 그 자체에요. 연습 과정부터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인지 더 끈끈한 정이 생긴 것 같아요. 또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언니, 오빠, 친구, 동생들 덕분에, 늘 배부르고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요. 저도 받은 사랑을 더 많이 전해주고 싶어요.

-작품에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어려웠던 부분들도 있었을까요?

어떤 공연이든 처음에 작품에 녹아들기까지의 과정이 늘 쉽지만은 않아요. ‘렌트’는 더더욱 그런 것이 미완성의 유작이라고 불릴 만큼 조금은 거칠고 찢어진 부분들도 많거든요. 내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어려울 때도 있었는데, 돌아보니 오히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렌트’의 매력인 것 같아요.

ⓒ신시컴퍼니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 뿐’이라는 메시지는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데요. 이 메시지가 김송이 님에겐 어떤 울림으로 다가왔는지, 또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배움(혹은 변화)을 얻었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선배들이 ‘렌트’라는 작품으로 워크숍을 했고 제가 스태프로 참여했거든요. 음향 플레이백으로요. 그때부터 제 삶의 모토가 ‘No day but today’였어요. 너무 제 삶과 닮아있고, 아니 그냥 제 삶이거든요. 지금도 여전히요. 20살 때 만난 ‘렌트’도 충격적일 만큼 좋았는데 10년이 지나니 더 좋더라고요. 그 메시지가 저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기에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렌트’가 사랑받나 봐요. 매일 죽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 그리고 오직 오늘뿐이라는 걸 배웠어요. 사랑은 절대 살 수 없지만 서로 빌릴 수 있고 돌려줄 필요도 없으니까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려고 존재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와 그 이유는?

매일 다른데요(웃음). 오늘 기분으로는 ‘Seasons of love’인 것 같네요. ‘렌트’의 가장 큰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관객분들과 제가, 어떤 캐릭터가 아닌 김송이로 만날 수 있는 장면이라 한 분 한 분과 눈 맞추는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해요. 그 순간만은 저의 사랑을 듬뿍 전해드리고 싶어요.

-‘렌트’ 이후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예정되어 있는 작품이 있나요?

네, 봄날에 우리 또 만날까요? 하하.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10년간, 그리고 그 이후로도 김송이 배우를 무대에 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아무래도 관객분들의 박수와 응원이 아닐까요? 관객분들의 눈동자에 감동받을 때가 참 많아요. 배우와 관객,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의 노력과 이 모든 것이 함께 호흡을 맞춰 비로소 공연이 완성되는 그 짜릿함에 무대 위가 너무 행복해요!

-뮤지컬 배우로서 최근 김송이 배우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다면?

아무래도 정해지지 않은 다음 스텝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과정 또한 건강한 에너지로 채우며 즐기려고 노력해요. 시선을 조금 바꾸면 바쁠 때 조금 소홀했던 육아에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하고, 가족들과 소소한 일상을 즐기고, 여행을 간다거나,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는 귀한 시간이 되더라고요. 녹록하지 않은 이 바닥에서 그냥 지금처럼 잘 버텨내고 싶어요. 저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그저 아름답게 사용하고 싶거든요.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이고 저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해요.

-김송이 배우가 꿈꾸는 ‘좋은 배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좋은 사람이요. 동료들에게는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이자 관객들에게는 또 보고 싶은 배우요.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면, 누군가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에너지와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김송이 배우의 최종 목표 들려주세요.

섹시한 근육질 할머니요. 몸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곳을 여행하고, 가능한 오래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냥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내는 게 제 목표예요. 오직 오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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