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中김치 쟁여놓고 먹는다"…가격경쟁력 밀린 국산김치
직장인 이모(33)씨는 비싸진 식재료비를 줄이고자 최근 중국산 김치를 대량 구입했다. 가격은 10㎏에 2만5760원. 같은 용량 기준으로 국내산 김치 가격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씨는 “약간 밍밍하고 오래 놔두니 김치통에 물이 고이는 등 국산 김치와 품질이 다르긴 하지만, 워낙 싸다 보니 올겨울은 중국산을 쟁여놓고 먹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산 김치 수출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중국산 김치의 벽은 넘지 못했다.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1~11월 김치 무역수지는 886만8000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폭(2858만4000달러)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지만, 끝내 흑자 전환으로 돌아서진 못했다. 이같은 추세대로면 연간 김치 무역수지도 적자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국산 김치 수출 규모는 크게 성장했다. 1~11월 김치 수출액은 1억4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수출량으로도 6.7% 증가한 4만400t을 기록했다. 2027년까지 연간 수출액 3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김치산업계획’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김치 수출을 지원한 결과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수 종균을 60종으로 늘리고, 중소 수출업체 대상 종균 보급률을 90%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국내에 밀려들어 오는 중국산 김치를 넘어서긴 역부족이었다. 같은 기간 김치 수입액은 1억51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액을 크게 뛰어넘었다. 전년 대비 3.6% 감소했지만, 이는 수입 김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김치 단가가 더 저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수입량은 오히려 9.5% 뛰어오른 26만3200t을 기록했다.
‘김치 종주국’ 한국에서 중국산 김치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결국 ‘가격 경쟁력’이다. 특히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을 사용하는 식당가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 중에서도 중국산 김치를 찾는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실제 이커머스 업체 쿠팡을 통해 김치를 검색하면 ‘쿠팡 랭킹’ 기준으로 1위 품목에 중국산 김치 제품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소비자는 “김치는 중국산이라고 생각해 맛없고 재료도 신선하지 않고 비위생적일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먹어본 김치들 중에 베스트에 든다”고 상품평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내년엔 3년 만에 흑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적자 폭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국산 농식품 전반적으로 K-푸드 열풍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농식품 수출은 8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9.9% 증가한 김치뿐만 아니라 딸기(22.2%), 배(5.5%), 쌀 가공식품(20.7%), 과자류(6.6%) 등에서 호조를 보였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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