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人터뷰]홍석준① "규제개혁, 시민 혜택 기준으로 바라봐야"
당 '규제개혁추진단' 제안하고 단장 맡아
"국민에 혜택 돌아가도록 규제개혁 할 것"
"어떤 집단에서는 규제개혁을 한다고 하면 '왜 특정 회사를 도와주냐'고 합니다. 저는 규제개혁에 있어서 어떤 기업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생산하는 서비스로 얼마나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보느냐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홍석준 의원은 지난 1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추진단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홍 의원은 대표적인 사례로 '타다'를 꼽았다. 그는 "2019년 운영되던 타다를 전 정부에서 일부 택시 기사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해서 좌초시켰다"며 "기업 자체도 피해를 보았지만,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수많은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이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정치권 차원에서 끊어내고자 홍 의원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당내 조직으로 만들어진 '규제개혁추진단'을 시작했다. 홍 의원이 부처 차원이 아닌 여당 내 규제 관련 조직 신설을 제안했고, 단장까지 맡게 됐다. 그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고, 국회의원으로서 소명 의식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 의원은 규제개혁추진단 활동을 통해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우선 산업단지 규제를 개선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놨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 등 현행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신진 기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규제개혁추진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이달 초 산업단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개혁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금 대한민국 기업 대부분이 산업단지 내에 있는데, 투자를 가로막는 요소가 매우 많았다. 대표적으로 업종별 규제와 조닝(용도지역) 별 규제가 있는데, 이를 대폭 걷어내 업종 변경을 유연화하고 산단 내 노동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행정적인 시행령으로 처리를 못 한 부분을 법령으로 고쳐 통과시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규제개혁을 추진하다 보면 어려움도 있을 텐데
▲관건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본인들의 경제적 문제도 있을 것이고, 과학기술적 문제, 종교적 문제 등 각자의 입장이 있다. 어떤 것은 합리적일 수 있고, 어떤 것은 집단 이기주의일 수 있어서 상당히 어렵다. 조직화한 집단의 경우 굉장히 무서운 조직이다. 특정 기업을 왜 도와주냐며 마치 커넥션이 있는 것처럼 접근하기도 한다. 그것이 정치적 영역으로 들어와 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면 부담이 느껴진다.
하지만 규제 개혁은 얼마나 많은 시민이 혜택을 보느냐로 바라봐야 한다. 예를 들어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을 보면 소상공인 회원이 수백만 명이다. 이들이 부가가치세 등을 신고할 때 비용을 일부 지불하면 빠르게 신고해야 할 액수가 계산된다. 그렇게 빠르고 저렴하게 소상공인을 돕는 서비스를 없애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개별 기업이 아닌 국민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설득하는 데 힘쓰고 있다. 부처와 소통해야 하는 경우 장·차관이 아닌 담당 과장, 국장 등 실무자를 불러서 설득했다.
-원래부터 규제개혁에 관심이 많았나
▲공무원으로 일할 때의 경험이 있다. 의료담당국장을 할 때 2017년 대구 한 병원에서 '팔 이식'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성공시켰다. 그런데 팔 이식이 합법화된 것은 2018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식 장기 대상에 각막·신장·심장·간·폐 다섯 가지만 있고 팔다리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앞서 복지부의 신의료기술에 포함은 돼 있는, 일종의 회색지대였다. 공무원을 하던 시절에 규제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이 많이 있기 때문에 관련 분야 내용을 현실감 있게 잘 알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규제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저출산이다. 노동 원천인 인구가 급박하게 줄어드니 결국 국민 소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한 축이 줄게 되고, 수요도 줄어든다. 요즘 식당이 어려운 이유가 인구가 줄고, 사 먹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겠나. 그렇기 때문에 잠재성장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국 개인과 개별 기업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규제개혁 과제(agenda)다.
-국회에 막혀 있는 규제개혁 관련 법안 중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회의원이 입법할 때에도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하는 국회법 개정안이다. 지금 규제를 하나 없애면 의원입법을 통해 10개의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는 형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의 입구에서부터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의원입법을 하면 입법조사처에서 규제영향평가를 받아서 지나친 규제가 포함돼있는 경우 그런 입법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개정안을 냈다. 조금 긍정적인 신호를 받는 것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규제영향평가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다만 여야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어서 올해 통과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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