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골 무산' 황희찬 풀타임 활약…울버햄튼, 첼시 2-1 격파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1995년 이후 18년 만에 펼쳐진 크리스마스 이브 경기에서 황희찬의 성탄절 축포가 터지지 않은 가운데 울버햄튼 원더러스가 첼시를 제압하고 순위를 끌어올렸다.
황희찬은 24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홈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해 2-1 승리에 기여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울버햄튼은 6승4무8패, 승점 22로 3계단 상승한 11위에 위치했다. 승점 동률인 첼시는 10위를 유지했다.
◆황희찬 선발 출격, 최초 두 자릿수 골 도전
경기에 앞서 양 팀 선발 명단이 공개됐다. 홈팀 울버햄튼은 3-4-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부상으로 그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던 조세 사가 오랜만에 골문을 지켰다. 크레이그 도슨, 맥스 킬먼, 토티 고메스가 백3를 구성했다. 아이트 누리, 주앙 고메스, 마리오 르미나, 넬송 세메두가 중원을 형성했으며 황희찬은 파블로 사라비아, 마테우스 쿠냐와 함께 최전방 3톱으로 선발 출격했다.
원정팀 첼시는 4-2-3-1로 맞섰다. 조르제 페트로비치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수비는 말로 귀스토, 악셀 디사시, 티아구 실바, 리바이 콜윌이 맡았다. 레슬리 우고추쿠, 코너 갤러거가 허리를 받쳤으며 라힘 스털링, 콜 팔머, 니콜라 잭슨이 2선에 위치했다. 최전방 원톱은 아르만도 브로야가 맡았다.
황희찬이 선발로 나오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리그 17경기에 출전해 8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리그컵에서도 1골을 추가해 시즌 총 9골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첼시전에서 한 골만 더 넣으면 시즌 10골 고지를 돌파한다.
2021/22시즌 울버햄튼 유니폼을 입으며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발을 들인 황희찬은 첫 시즌 리그 30경기에 출전해 5골1도움을 기록했다. 한국인 선수로는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 최다골 기록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엔 좋은 흐름이 이어질 때마다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리그 27경기에서 3골1도움에 그쳤다. FA컵 1골, 리그컵 2도움을 더해 시즌 총 4골3도움을 기록했지만 출전 시간은 명백하게 줄어들어 방출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면서 주포 라울 히메네스가 풀럼으로 떠난 후 생긴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 리그 8골을 넣은 황희찬은 첼시전에서 한 골을 추가하면 올리 왓킨스(애스턴빌라)와 함께 득점 순위 공동 6위에 위치하게 된다.
분위기는 좋다. 이번 시즌 좋은 할약을 보여준 황희찬은 최근 울버햄튼과 2028년 6월까지 장기 재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까지였던 기존 계약을 2년 더 늘렸다. 주급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급 3만 파운드(약 4980만원)를 수령하고 있었던 황희찬은 이번 계약을 통해 구단 최고 연봉자 파블로 사라비아의 9만 파운드(약 1억4762만원) 수준까지 받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희찬은 "이곳에 머물게 돼 정말 기쁘다. 팀 동료, 코칭스태프, 가족,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면서 "울버햄튼에 머물게 돼 정말 행복하다. 난 여기서 뛰는 것을 즐기고 있으며 삶과 축구를 비롯한 모든 것들을 즐기고 있다. 아주 좋은 팀원들, 선수들과 함께 있으며 모든 게 놀랍다. 계속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고,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됐다"라고 재계약 소감을 전했다.
◆ 선제골 놓친 첼시…조용한 전반전 보낸 황희찬
전반 초반부터 황희찬이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전방압박을 수행했다. 귀스토의 패스를 차단했으나 아쉽게 터치라인 아웃돼 공격권을 가져오진 못했다. 첼시도 왼쪽 측면을 이용해 공격을 시도했다. 스털링이 부드러운 드리블로 측면을 휘젓고 돌파했다. 르미나에게 걸려 넘어졌지만 파울이 선언되지 않아 아쉬움을 삼켰다.
울버햄튼이 위기를 넘겼다. 전반 11분 첼시가 오른쪽 측면에서부터 박스 안쪽까지 들어왔다. 하지만 울버햄튼 수비가 태클로 연달아 끊어내면서 슈팅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잭슨이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해봤지만 이마저도 수비 몸에 맞고 튕겨나왔다.
울버햄튼에 악재가 닥쳤다. 전반 15분 아이트-누리가 발목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라운드 위에 주저앉았다. 곧바로 의료진이 투입돼 상태를 살폈고, 다행히 아이트-누리는 치료를 받고 경기를 속행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세메두가 스털링과 경합 과정에서 축구화 스터드로 스털링의 정강이를 내리찍었다. 비디오판독(VAR)이 실시됐고, 다행히 별 문제 없이 넘어가면서 울버햄튼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첼시가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전반 21분 울버햄튼의 공격을 끊어내고 역습에 나섰고, 스털링이 공을 잡아 도슨을 완벽하게 제친 후 공간을 만들어냈다. 박스 안에 노마크로 대기하던 잭슨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지만 잭슨은 슈팅은 커녕 제대로 터치조차 하지 못하고 공을 흘려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울버햄프턴이 오랜만에 공격 기회를 잡았다. 갤러거의 공을 뺴앗아 역습에 나섰다. 르미나가 오른쪽 측면으로 완전히 열어줬으나 이어진 크로스가 다소 부정확했다.
전반 30분 르미나에 이어 아이트-누리가 황희찬에게 절묘한 침투패스를 찔러줬다. 황희찬이 한 템포 쉰 후 중앙으로 컷백을 내줬다. 하지만받아주는 이가 없었다. 첼시가 걷어내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다시 한 번 공을 잡은 아이트-누리가 박스 바로 밖까지 돌파한 후 프리킥을 만들어냈다.
킥력이 좋은 사라비아가 키커로 나섰다. 사라비아의 왼발 프리킥은 수비 벽에 맞고 골라인 아웃됐다. 이어진 코너킥은 첼시 실바가 번쩍 뛰어올라 걷어냈다. 울버햄튼 수비가 다시 공을 잡아 공격에 나서려던 찰나 스털링이 잽싸게 달려들어 공을 빼앗아 그대로 돌파해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스털링이 오른발로 밀어찼지만 조세 사 골키퍼가 완벽하게 선방해냈다. 흘러나온 공을 갤러거가 잡아 중거리 슈팅을 때렸지만 이번에도 사 골키퍼가 잡아냈다.
첼시 입장에서 완벽한 득점 상황을 놓쳤다. 당시 스털링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이했을 때 바로 옆에 동료가 2명이나 있었다. 스털링이 슈팅이 아니라 패스를 택했다면 더 완벽한 득점 찬스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데 직접 슈팅을 택했고, 슈팅마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첼시는경기를 리드할 절호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반 35분 팔머가 마음먹고 때린 중거리 슛은 골대 위를 크게 넘어갔다. 첼시가 스털링과 잭슨을 앞세워 울버햄프턴의 측면 공간을 노렸다. 울버햄튼 측면 수비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전반 38분에는 세메두가 오른쪽 공간을 완전히 허무는 듯 했지만 페트로비치 골키퍼가 재빨리 뛰어나와 공을 걷어냈다.
이어진 공격에서 세메두의 크로스를 첼시 수비가 걷어냈고, 르미나가 공을 잡아 왼발로 슛을 때렸다. 라인 사이에 걸쳐있던 황희찬이 다소 약했던 슈팅을 잡아 다시 박스 안으로 연결했지만 첼시 수비가 걷어내 코너킥이 선언됐다. 전반 40분엔 세메두가 완벽한 탈압박으로 수비를 벗겨낸 뒤 아이트-누리에게 패스를 건넸다. 아이트 누리가 중앙으로 낮고 빠르게 연결했지만 수비 발에 걸렸다.
전반 41분 울버햄튼이 공세에 나섰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올렸고, 첼시 수비가 걷어낸 걸 다시 한 번 잡아 중거리 슛으로 이어갔다. 수비 발에 맞고 굴절돼 황희찬에게 연결되는 듯 했으나 황희찬이 잡기에는 다소 길었다. 울버햄튼의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첼시가 쉽게 걷어냈다.
전반 44분에는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잡은 황희찬이 일대일 기회를 만들었으나 오른발 슈팅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서 골대 위로 넘어갔다.
추가시간 2분이 주어졌다. 사 골키퍼의 실수가 나왔다. 첼시의 프리킥을 잡았으나 공을 놓치면서 기회를 내줄 뻔 했다. 다시 잡아 동료에게 손으로 연결했지만 첼시가 가로챘다. 다행히 팔머의 슈팅은 골대 위를 살짝 넘어갔다. 결국 양 팀 득점 없이 전반전이 종료됐다.
전반전 동안 첼시는 점유율 61%, 슈팅 숫자 8 대 5를 기록하면서 울버햄튼을 압박했지만 마무리 단계에서 미흡만 모습을 보이며 전반전을 무득점으로 마쳤다. 첼시의 공세를 견뎌낸 울버햄튼도 슈팅을 총 5번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것에 만족해야 했다.
◆ 홈에서 대어 잡은 울버햄튼…황희찬의 재계약 축포는 다음 기회에
황희찬은 후반 초반부터 압박을 통해 기회를 만들었다. 티아구 실바의 공을 가로채 아이트-누리에게 건넸고, 아이트 누리의 슈팅은 바디아실 맞고 골대 옆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공이 손에 맞았지만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돼 경기가 그대로 진행됐다.
울버햄튼이 계속해서 기회를 잡았다. 고메스가 올린 크로스를 토티 고메스가 노마크 찬스에서 머리에 완벽하게 맞혔으나 페트로비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완벽한 기회를 놓친 토티 고메스는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았다.
공세를 펼치던 울버햄튼은 기어코 선제골을 뽑아내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후반 6분 코너킥 상황에서 르미나가 완벽한 헤더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사라비아의 왼발 코너킥이 첼시 수비 머리를 모두 지나쳤고, 르미나는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머리만 갖다대 방향을 돌려놨다. 페트로비치 골키퍼도 반응할 수 없었던 득점이었다.
울버햄튼이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첼시 수비 실책을 놓치지 않고 공을 끊어냈다. 황희찬도 곧바로 침투했고, 박스 안에서 공을 잡았다. 하지만 첼시 수비의 몸을 던지는 수비에 슈팅을 때리지 못하고 넘어졌다. 황희찬은 VAR 판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코너킥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르미나가 먼 거리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찼지만 페트로비치 골키퍼가 잡아냈다.
첼시도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후반 9분 잭슨이 수비 2명 사이를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공을 탈취해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세메두의 커버를 벗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공을 빼앗겼다.
결국 첼시는 경기 내내 보이지 않았던 브로야와 부상이 의심된 우고추쿠를 불러들이고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 크리스토퍼 은쿤쿠와 미하일로 무드리크를 투입해 변화를 시도했다.
첼시의 페널티킥 기회가 날아갔다. 스털링이 토티 고메스와 경합 상황에서 박스 안에서 넘어졌다. 하지만 고메스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스털링이 스스로 고메스 몸에 걸려 넘어진 것으로 드러나 경기가 그대로 진행됐다.
첼시가 기세를 올렸다. 후반 18분 은쿤쿠가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골문 구석을 향해 밀어찼다. 사 골키퍼를 지나 골라인을 넘어가려던 찰나 수비가 가까스로 걷어냈다. 느린 장면에서도 공이 완전히 골라인을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판명돼 득점 인정은 되지 않았다. 후반 21분엔 은쿤쿠의 패스를 받은 스털링이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 발에 맞고 골라인 아웃됐다.
울버햄튼은 첼시의 공세에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선수 교체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수비에 집중했다. 후반 중반이 넘어가면서 사라비아를 빼고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 중원을 강화했다. 후반 31분 아이트 누리의 절묘한 힐 패스를 받은 쿠냐가 논스톱 슈팅을 때렸지만 옆그물에 걸렸다.
후반 36분 교체 투입된 도일이 오른쪽 공간에 홀로 있던 황희찬에게 연결하지 않고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무회전으로 날아간 공은 골문 구석을 향했으나 페트로비치 골키퍼가 손으로 쳐냈다.
첼시는 동점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팔머가 하프스페이스를 침투하는 은쿤쿠에게 연결했고, 은쿤쿠가 중앙으로 패스를 건네려고 했지만 울버햄프턴 수비가 걷어냈다. 이어진 공격에서도 은쿤쿠의 헤더는 조세 사 품에 안겼다.
울버햄튼은 아이트-누리와 쿠냐를 모두 불러들이고 수비를 강화했다. 황희찬만 최전방에 남겨놓고 수비에 집중한 뒤 역습을 노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후반 41분 황희찬이 박스 오른쪽에서 바디아실을 앞에 두고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끊겼다.
추가시간은 무려 11분이 주어졌다. 오히려 울버햄튼이 점수를 벌렸다. 첼시의 공격을 끊어내 역습에 나섰고, 교체 투입된 우고 부에노의 패스가 수비에 맞고 흐른 공을 도허티가 가볍게 밀어넣어 2-0을 만들었다.
첼시가 만회골을 터뜨렸다. 추가시간 6분 스털링의 크로스를 은쿤쿠가 정확히 머리로 돌려놨다. 울버햄튼 수비수들이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쉽게 득점을 내줬다. 은쿤쿠의 첼시 데뷔골이기도 했다.
결국 울버햄튼이 남은 시간 첼시의 공격을 잘 막아내면서 홈에서 귀중한 승리를 가져가면서 순위 도약에 성공했다. 반면에 직전 경기였던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던 첼시는 곧바로 울버햄튼 원정에서 고개를 숙이며 분위기를 타는데 실패했다.
울버햄튼은 첼시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날 선발로 나서 득점을 기대했던 황희찬은 아쉬운 하루를 보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황희찬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 동안 패스 성공률 60%(6/10), 기회 창출 1회, 슈팅 1회, 드리블 성공률 67%(2/3), 리커버리 1회, 지상볼 경합 승률 36(4/11) 등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공을 잡은 횟수가 적었던 황희찬은 별다른 슈팅 기회를 잡지 못해 매체로부터 쿠냐와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낮은 평점 6.2를 받았다. 또다른 통계매체 '소파스코어'도 황희찬한테 팀 내 최저 평점인 6.3을 줬다.
영국 매체 '90min'은 황희찬한테 평점 6을 주면서 "큰 찬스를 날렸다. 열심히 뛰었지만 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라며 전반 막판에 황희찬이 놓친 찬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첼시와의 홈경기에서 침묵하면서 황희찬은 첼시전 통산 무득점 기록을 4경기로 늘렸다. 2020/21시즌 울버햄프턴에 합류한 후 첼시를 상대로 모두 교체 출전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고, 처음으로 선발로 나서 득점을 노렸지만 침묵하면서 첼시전 통산 1호골을 다음 기회로 넘겨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울버햄튼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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