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크리스마스카드·연하장…소중한 마음 소중하게 봉해 보내볼까요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평소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새해 행복을 바라는 편지를 써서 보내곤 합니다. 다 쓴 편지를 봉투에 넣어 봉인할 때 풀·테이프·스티커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봉투에 포인트를 주고 예쁘게 디자인해서 봉인하는 방법으로 ‘실링왁스’(Sealing Wax)도 있죠. 실링왁스는 중세시대 배경이나 판타지 영화·드라마에 자주 등장합니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해리 포터가 받은 호그와트 입학통지서 봉투,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절대반지가 들어있던 편지 봉투 등을 통해 본 적 있을 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실링왁스에 대해 알아보고, 만들어보기 위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실링왁스 공방 ‘감성 한스푼’을 방문했습니다. 공방을 운영하는 린츠 작가가 박리안·안수민 학생기자를 반갑게 맞이하며 직접 만든 실링왁스 작품을 한가득 보여줬습니다.
“실링왁스는 ‘봉인’ ‘밀봉’을 뜻하는 실링(Sealing)과 양초 등의 원료인 왁스(Wax)의 합성어로, 왁스를 이용해 편지·서신 등을 봉인한다는 뜻이죠. 실링(봉인)의 유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내용물의 보안을 위해 진흙·점토 등을 바르고 위에 인장을 찍었죠. 이후 중세시대로 넘어와 유럽에서는 16세기경부터 봉인하는 데 왁스의 일종인 밀랍(Beeswax)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밀랍은 꿀벌들이 꽃으로부터 긁어모은 당을 효소 작용해 체내에서 생성한 물질로, 접착력이 강하며 양초의 원료로도 쓰죠. 봉인을 위해서는 양초를 녹여 촛농을 봉인할 곳에 떨어뜨리거나 밀랍 그 자체를 가열해 녹여 쓰기도 했어요.” 벌이 만들기 때문에 소량으로 채취돼 값비싼 밀랍 대신 오늘날에는 석유에서 나오는 파라핀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리안 학생기자가 “당시 유럽에서 실링왁스는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됐나요?”라고 물었어요.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담긴 봉투는 끈으로 묶어 보내기도 했는데요. 중요한 편지·서신·기밀문서를 보낼 때는 보내는 사람이 받는 사람만 내용을 알 수 있게 실링왁스로 봉투를 봉인했어요. 다른 사람이 봉투를 뜯으려고 하면 실링왁스가 손상되거나 실링왁스의 강한 접착력 때문에 봉투가 찢어질 수 있죠. 이를 통해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중간에 누군가가 봉투에 든 내용물을 몰래 보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실링왁스는 서명이 필요한 문서에 서명 대신 사용되기도 했답니다.”
실링왁스 작품들을 살펴보던 수민 학생기자가 “실링왁스 문양이 정말 다양하네요. 그림이 섬세하고 예뻐서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해요”라고 했어요. “실링왁스는 귀족들이 주로 사용했어요. 정치·경제·혼인·전쟁 등 비밀로 해야 할 중요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죠.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드라마를 보면 실링왁스가 붉은색인 경우가 많은데요. 붉은색은 막강한 권력과 높은 계급을 상징했어요. 붉은 색소를 첨가한 밀랍이나 양초를 사용해 만든 붉은 실링왁스는 시각적으로도 더욱 돋보이죠. 실링왁스를 찍는 도구인 인장(도장)의 바닥 면인 인면(印面)에는 국가·단체·가문·개인을 상징하는 문양을 주로 새겨, 받는 사람은 실링왁스를 보고 보낸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죠.”
“우리가 사용하는 도장과 실링왁스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리안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에서 사용하는 도장은 인면에 개인·단체 등의 이름이 한글 또는 한자로 새겨져 있고, 붉은색 인주(印朱)를 사용해 찍어요. 반면 실링왁스의 경우 인장에 가문·개인 문양 등을 새겼고 녹여서 쓸 왁스의 색깔에 따라 여러 색으로 만들 수 있죠. 실링왁스는 왁스에 열을 가해 녹여서 만들기 때문에 인장이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나무로도 만들 수 있는 동양 도장과 달리 실링왁스 인장은 열에 강하고 마모도 적은 황동으로 만들어져요.”
실링왁스용 왁스는 작은 사탕 모양의 ‘비즈형’, 양초 모양·크기의 ‘심지형’, 글루건에 넣어 사용하는 ‘글루건형’이 있어요. “비즈형은 실링왁스용 화로와 멜팅 스푼을 이용해 가열해요. 왁스 크기가 작아서 열이 빨리 전달되며 내가 원하는 색깔을 선택하기 쉽고 왁스 양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요. 심지형은 양초처럼 녹여 떨어뜨려 쓰죠. 다만 심지에 불을 직접 붙여 사용하기 때문에 왁스 자체가 그을릴 수 있고 떨어뜨릴 위치를 조정하기 어려워 깔끔하게 완성하기 어려워요. 글루건형은 글루건에 들어갈 수 있게 왁스를 얇고 긴 막대 형태로 만든 것으로, 왁스가 빨리 녹고 떨어뜨릴 위치를 조정하기 쉬워요. 하지만 한 번 글루건에 들어간 왁스를 다 쓸 때까지 교체할 수 없어 같은 색으로 계속 만들어야 하죠.”
인장을 찍을 때도 여러 기법을 쓸 수 있어요. ‘단색 기법’은 한 가지 색 왁스를 녹여 사용하며, ‘마블링 기법’은 2가지 색 이상의 왁스를 섞어 녹이죠. ‘레이어드 기법’은 실링왁스로 층을 쌓는 거예요. 먼저 찍은 실링왁스의 특정 부분을 오려 해당 모양의 인장 인면에 붙이고, 다른 왁스를 녹여 떨어뜨린 뒤 그 인장으로 다시 찍어 완성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비즈형 왁스로 단색·마블링·레이어드 기법을 모두 이용해 실링왁스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린츠 작가가 화로·멜팅 스푼·인장·인장 손잡이·스틱·집게·실리콘패드·물티슈·가위·조각칼을 준비했어요. “인장은 원형·사각형·삼각형 등 모양과 크기가 천차만별인데 보통 3cm 크기의 원형 인장을 많이 사용해요. 가격은 비싸지만 온·오프라인에서 본인이 원하는 인장 모양을 제작할 수 있는 곳도 있죠. 인장 손잡이는 판매되는 인장과 다 호환돼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서 사용하면 돼요.”
먼저 단색 기법을 해보기 위해 화로 안 양초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멜팅 스푼을 올려 달궜습니다. “비즈형 왁스 6개가 3cm 크기의 원형 인장으로 실링왁스 만들기에 적당한 양이에요. 이 정도 양이면 녹는 데 50초~1분 정도 걸려요. 인장을 찍고 굳는 데 또 50초 정도 걸리죠. 인장을 찍고 굳는 동안 다음 실링왁스를 만들 왁스 색과 다른 인장을 고르고, 멜팅 스푼을 물티슈로 깨끗하게 닦아줘요.”
리안 학생기자가 붉은색 왁스 6개와 바이올린 문양의 3cm 원형 인장을 골랐어요. 수민 학생기자는 진주색 왁스 6개와 고양이가 새겨진 3cm 원형 인장을 선택했죠. 집게로 왁스를 집어 멜팅 스푼에 올리고 스틱으로 잘 저어서 녹였어요. 왁스가 다 액체 형태로 변하자 실리콘 패드에 동그란 모양으로 붓고 각자 고른 인장에 손잡이를 결합해 찍었어요. 그 상태로 50초를 둔 다음 인장을 떼어내니 예쁜 바이올린 문양과 고양이 문양이 실링왁스에 새겨졌죠. “자연스럽게 생긴 동그란 모양이 좋으면 찍힌 그대로 두면 되고, 정확하게 동그란 모양을 만들고 싶다면 가위로 완성된 실링왁스 겉을 다듬어도 됩니다. 만약 완성한 실링왁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위로 잘게 조각을 내서 멜팅 스푼에 올려 다시 녹이면 돼요.”
마블링 기법을 해보기 위해 리안 학생기자는 달 문양의 3cm 사각형 인장을 골랐습니다. 린츠 작가가 “2가지 색 이상의 왁스를 녹일 건데요. 다른 색의 왁스를 3cm 원형 인장 기준으로 총 6개 고르면 돼요. 3cm 사각형 인장은 왁스 8개가 필요해요“라고 했죠. 사각형 인장은 원형 인장과 가로세로 길이가 같더라도 너비는 더 넓기 때문입니다. 리안 학생기자는 검은색·진주색·노란색 왁스를 섞어 오묘하게 색이 결합된 달 문양 실링왁스를 완성했죠.
단색과 마블링 기법으로 여러 개의 실링왁스를 만들어 본 수민 학생기자는 리본 문양의 3cm 원형 인장을 골라 레이어드 기법을 해봤습니다. 먼저 초록색 왁스 6개를 녹이고 인장을 찍어 굳힌 뒤 리본 부분만 조각칼로 잘라 인장에 붙였죠. 붉은색 왁스 6개를 녹인 다음 그 인장으로 찍어 초록색 리본 문양이 붙은 붉은색 바탕 실링왁스를 완성했어요. 리안 학생기자도 크리스마스트리 문양이 새겨진 3cm 원형 인장으로 레이어드 기법을 해봤습니다. 연두색 왁스에 찍은 크리스마스트리 문양을 잘라 붉은색 왁스에 찍어냈죠. 금색 메탈릭 펜을 이용해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에 점을 찍어 꾸미기도 했습니다.
수민 학생기자가 “실링왁스를 어떻게 하면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완성된 실링왁스에 메탈릭 펜 등으로 그려서 포인트를 주거나, 화장할 때 쓰는 펄을 발라 반짝거리게 할 수 있어요. 다만 실링왁스 표면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그리고 발라야 손에 잘 묻지 않아요. 네일아트용 파츠를 본드로 붙이면 더욱 화려한 실링왁스가 된답니다. 이렇게 꾸미고 완성한 실링왁스는 크리스마스·새해·생일카드, 용돈 봉투, 선물 포장, 청첩장 등에 많이 사용돼요. 문양이 찍힌 실링왁스 뒷면에 본드나 양면테이프를 붙여서 휴대전화 케이스 등에 붙여 사용할 수도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연말연시를 맞아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실링왁스로 봉투를 봉인해보기로 했어요. 리안·수민 학생기자는 누구에게 편지를 쓸지 고민하다가 친한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로 했죠.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너와 함께여서 학교생활이 즐거웠어’ 등의 내용을 적은 다음, 리안 학생기자는 하늘색과 흰색 왁스를 섞어 하늘에서 내리는 눈 문양을, 수민 학생기자는 녹색 왁스로 나무 문양의 실링왁스를 만들고 그 위에 금색 메탈릭 펜을 칠해 봉투를 봉인했어요.
“실링왁스 재료와 도구는 온·오프라인 문구점에서 판매하는데요. 재료·도구가 다 들어있는 키트도 있고, 실링왁스 완성품을 팔기도 해요. 불로 왁스를 가열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어린 학생들은 보호자와 함께하는 게 좋아요.” 실링왁스는 다른 공예와 달리 한 작품을 완성하는 게 2~3분 이내로 빨라요. 왁스가 녹고 굳는 시간에 같이 만드는 사람과 다음 작품은 어떤 색의 왁스를 이용해 어떤 기법으로 만들지 이야기하며 준비할 수도 있죠. 연말연시에 영화·드라마에서만 봤던 실링왁스를 친구·가족과 함께 만들고 편지를 담아 속마음을 전하거나 행복을 기원해 보는 건 어떨까요.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이번 취재는 실링왁스였습니다. 실링왁스라는 말만 들었을 땐 생소했는데, 린츠 작가님이 만든 실링왁스를 보고 바로 무엇인지 알아챘답니다. 판타지 영화에서 실링왁스를 많이 봤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만들고 만져보는 건 처음이었어요. 원하는 색의 비즈형 왁스와 인장을 고르고, 왁스를 녹인 뒤 인장을 꾹 찍으니 예쁜 실링왁스가 완성됐죠. 저는 마블링 기법으로 만든 실링왁스가 참 예뻤어요. 나중에 다시 공방에 가서 제가 사용하지 않은 다양한 문양의 인장들로 실링왁스를 또 만들고 싶어요.
박리안(서울 태랑초 5) 학생기자
평소 실링왁스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 취재를 통해 실링왁스를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왁스 색깔도 다양하고 인장 문양도 다양해서 어떤 실링왁스를 만들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죠.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 맞는 실링왁스는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낼 때 사용하면 개성 있는 카드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친구에게 줄 편지를 쓰고 실링왁스로 봉인했어요. 평소 편지 쓸 기회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자주 쓰고 실링왁스로 멋을 내 전달하고 싶어요. 소중 친구들도 실링왁스를 체험해 보고 편지로 마음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린츠, 동행취재=박리안(서울 태랑초 5)·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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