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주요재판]①비리정치인 단죄한 法…탄핵·권한쟁의 존재감 뽐낸 헌재
헌재, 이상민 탄핵기각…'검수완박' 권한쟁의 기각
편집자주 - 2023년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오랜 기간 심리해온 민감한 사건들을 마무리했다.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간 지속됐음에도 법원은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여러 사건의 결론을 내렸다. 때로는 국민의 법감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판결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속 시원한 사이다 판결로 범죄자들을 단죄하기도 했다. 올 한 해 법원과 헌재에서 판결했거나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중요 사건들을 정치·경제·이슈별로 나눠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올해 법원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태를 경험했다. 하지만 법원은 약 70일간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 속에서도 정치색 짙은 사건이나 국민의 이목이 쏠린 다양한 사건을 선고하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여러 사법 정책들이 바뀌면서 재판과 사법 행정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법원의 시간은 이달 마지막 주부터 시작되는 동계 휴정기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긴 심리 끝 판단 내린 ‘정치적 사건’…文 정부 인사들 유죄법원은 올해 1월부터 정치적으로 이목이 쏠린 사건을 선고하면서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박정길)는 1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교육감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문재인 정부와 야당 인사들에 대한 판결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년여에 걸친 검찰 수사와 재판 끝에 2월 3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자녀의 입시비리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 범행한 것으로 그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서 죄책도 무겁다"고 판시했다.
사업가로부터 10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은 4월 12일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은 4월 27일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9월 18일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9월 20일 열린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지 3년 10개월 만에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1심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 허경무 김정곤)는 11월 29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고 인정하면서, 선거 개입을 주도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이른바 '하명 수사' 의혹을 받던 황운하 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로부터 불법 선거자금과 뇌물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1월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판결은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재판부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만큼 이 대표의 대장동 관련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 도화선 된 판결… 50억 클럽·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과 김건희 여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법원이 예상과 달리 가벼운 형을 선고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50억원을 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2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 아들인 병채씨가 받은 성과급 50억원에 대해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곽 전 의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월 10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두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선 여당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민주당 주도로 야권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검사법안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헌정사상 첫 ‘장관 탄핵’… 검수완박법 권한쟁의도 결론올해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장관의 탄핵 여부를 심판했다. 헌재는 7월 25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정부가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 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여서 그 책임을 이 장관에게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3월 23일 지난해 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권한이 일부 침해되기는 했지만, 법안의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볼 정도의 중요한 흠결은 아니라고 판단,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기각했다.
법률 개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검사들의 권한이 침해됐고 국회 본회의에서의 가결선포행위가 무효라고 본 재판관이 4명이나 됐지만, 재판관 과반수(5명)에 미치지 못해 헌재 법정의견이 되지 못했고 개정 검찰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또 헌재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의 본회의 직회부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헌재는 10월 26일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에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과방위원장 본회의 부의요구행위에 대해서는 5(기각)대 4(인용)의견으로 각각 기각 결정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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