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덮으려다 중독…“적정처방 환경 조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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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매년 급증하면서 효과는 비슷하되 내성·중독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뇌의 중추 신경계인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해 통증 전달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만 변비, 구토, 어지럼증 더 나아가 내성, 중독을 부를 수 있는 의약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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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영(가명·30세)씨는 최근 마약성 진통제 중독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걱정이 크다. 췌장암 3기 판정을 받고 펜타닐을 처방 받았던 김씨의 아버지는 하루 3개씩 복용하던 약을 현재 7~9개씩 먹고 있다. 약이 얼마 남아있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고 식은땀을 흘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는 “주치의가 마약성 진통제 중독을 의심하고 약을 줄인 뒤로 아버지가 너무 괴로워해 보기 힘들다”며 “마약성 진통제만큼 효과 좋은 대안을 찾지 못해 아버지도, 가족도 버티기 힘든 상태”라고 털어놨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매년 급증하면서 효과는 비슷하되 내성·중독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진통제의 적정 처방이 가능도록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병원 돌며 처방받는 마약쇼핑까지…칼 뽑아든 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의 한 종류인 펜타닐의 처방 건수는 2018년 89만1434건에서 지난해 133만7087건으로 약 50% 증가했다. 옥시코딘 처방도 같은 기간 155만4606건에서 255만9005건으로 늘었다.
마약성 진통제는 뇌의 중추 신경계인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해 통증 전달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만 변비, 구토, 어지럼증 더 나아가 내성, 중독을 부를 수 있는 의약품이다. 이를 과다 복용하면서 미국에선 지난 1999년 이후 약 65만 명 이상의 중독자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도 치료에 필요한 적정량보다 더 많은 양을 처방 받아 불법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환자가 병원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처방 받는 일명 ‘마약 쇼핑’이 성행 중이다.
지난달 30일 식약처는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자주 처방되는 펜타닐에 대해 의사가 환자의 과거 투약 이력을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며 “향후 제품 범위 확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주목…”중독 우려 해소”
한편에선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줄이는 것만으론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제언도 나온다. 새로운 치료 옵션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소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문제가 심각한 미국의 경우 만성 통증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대신해 비마약성 진통제를 권하고 운동이나 신경차단술, 신경조절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엔 암으로 인한 통증 등에 효과적인 비마약성 진통제가 없지만, 개발된다면 중독 등의 우려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비보존제약을 비롯해 대웅제약 아이엔테라퓨틱스, 지투지바이오, 올리패스, 메디포럼, 코미팜 등 다수 기업이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중에서도 비보존제약은 오피란제린의 임상시험 3상을 완료하고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비보존제약은 오피란제린이 암이나 수술 통증을 적응증으로 가진 점을 들며 마약성 진통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코미팜도 말기 암환자의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PAX-1에 대한 임상 2상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코미팜 관계자는 “임상 2상은 엘살바도르와 대만에서 진행됐으며, 다국가 임상 3상 진입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는 국내에 아직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제품이 없는 만큼 마약성 진통제부터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사회적 관심이 마약성 진통제의 문제로만 쏠린다면 약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걱정으로 연결돼 적절한 약물 처방이 경직될 수 있다”면서 “환자의 입장에서는 통증 호전을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 복용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약을 중단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부작용, 중독 등 주의해할 점이 많더라도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암성 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이 있다“며 ”적합한 환자에게 신중하게 투여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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