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6등이 다 전학간대" 역대급 이전상장에 코스닥 떤다
코스닥 대장주들이 모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사간다. 과거에도 카카오(2017년)와 셀트리온(2018년) 등 큰 기업들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겨간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규모나 숫자 면에서 역대급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유는 분명하다. 보다 큰 자금 유입으로 주가가 오를 뿐만 아니라, 변동성이 적어 주가 관리도 손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국판 나스닥’을 내건 코스닥이 2부 시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3~6등 일제히 코스피로
이들 4개 기업 시총을 합하면 약 35조 원에 이른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이 426조원. 이전 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 규모가 전체 코스닥 시총의 9%에 육박하는 셈이다. 올해 이미 NICE평가정보·비에이치·SK오션플랜트 등도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갔다.
코스닥 기업들의 잇따른 이전상장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코스피에 입성할 경우 패시브 자금(시장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자금)과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외 펀드는 벤치마크를 코스피 200으로 두기 때문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90%가 개인 자금이고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코스닥보다 주가 흐름이 안정적인 점도 매력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표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유상증자인데, 이때 주식을 얼마나 발행할지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주가 변동성이 적어야 좋다”며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기업이 이전상장을 원하는 이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이전상장을 결정한 엘엔애프와 포스코DX는 2차전지 관련 회사로, 대규모 시설 투자가 동반되는 산업 특성상 자금 조달이 중요하다
주가오른다지만 ‘코스닥 공동화’ 우려도
반면 한국거래소와 전문가들은 ‘코스닥 공동화’와 ‘2부시장 전락’을 걱정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 코스닥본부가 엘앤에프와 포스코DX 대표를 만나 코스닥에 남아 달라 설득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우량 기업이 빠져나가면 코스닥 지수는 성장하기 어렵다. 또 변동성은 커지고 투기심리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총이 작은 기업만 남게 되면 주가는 수급에 더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계속 코스피로 빠져나가면 코스닥시장의 투자자 기반을 위축시키고 국내 모험자본 순환체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위상과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기업들의 유가증권 시장 이전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목소리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과거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이전상장할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지만 다시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등의 기업이 탄생했고 일부가 또 옮겨가는 것”이라며 “기업이 성장기에서 코스닥에서 빠르게 크고 성숙기에는 안정적인 코스피로 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한다.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는 “기업들이 꺼리는 코스닥의 변동성과 투기심리를 잠재우려면 소위 ‘코스닥의 물관리’가 중요하다”며 “거래소의 상장과 폐지 등 게이트키핑을 기능 강화와 기업공개(IPO) 외에도 출구전략을 마련해줄 세컨더리 시장(상장 전 사모펀드에 매각 등이 이뤄지는 시장) 육성 등 근본적인 시장 성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미국인 미국서 마약, 한국 왜 수사?" 유아인 공범에 법원 판단은 | 중앙일보
- 이선균 접대부 풀뱀이라며? 그 원조는 ‘서울의 달 한석규’ | 중앙일보
- 박나래, 특별세무조사서 수천만원 추징금…"악의적 탈세 아냐" | 중앙일보
- [단독] SBS가요대전 '성탄절 악몽'…알바 동원 조직적 티켓 사기였다 | 중앙일보
- 여성 성추행한 60대 남성·촬영한 70대 여성…항소심서 뒤늦게 구속 | 중앙일보
- "여친 때려 합의금 필요"…소속사에 사기 친 '고등래퍼' 출신 가수 | 중앙일보
- "매일밤 부인 술에 데이트 강간 약물"…영국 내무장관 충격 발언 | 중앙일보
- 세종대왕 옆 10m 푸른 용 한마리…요즘 '인증샷 놀이터' 어디 | 중앙일보
- ‘73년생 정치 신인 한동훈’ 이 길 안 가면 조국2 된다 | 중앙일보
- 성탄절 중년 부부 숨진 채 발견…집엔 불에 탄 사골 냄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