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6등이 다 전학간대" 역대급 이전상장에 코스닥 떤다

김연주 2023. 12.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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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대장주들이 모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사간다. 과거에도 카카오(2017년)와 셀트리온(2018년) 등 큰 기업들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겨간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규모나 숫자 면에서 역대급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유는 분명하다. 보다 큰 자금 유입으로 주가가 오를 뿐만 아니라, 변동성이 적어 주가 관리도 손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국판 나스닥’을 내건 코스닥이 2부 시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3~6등 일제히 코스피로


정근영 디자이너
지난 21일 코스닥 시가총액 6위인 HLB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전 상장을 확정했다. 5위인 엘앤에프도 지난 10월 이전상장 예비심사 청구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3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합병돼 코스닥 시장을 떠난다. 앞서 시총 4위인 포스코DX도 이전상장 절차를 이미 마쳤다. 내년 첫 거래일인 1월 2일부터 코스피 기업으로 거래된다.

이들 4개 기업 시총을 합하면 약 35조 원에 이른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이 426조원. 이전 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 규모가 전체 코스닥 시총의 9%에 육박하는 셈이다. 올해 이미 NICE평가정보·비에이치·SK오션플랜트 등도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갔다.

코스닥 기업들의 잇따른 이전상장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코스피에 입성할 경우 패시브 자금(시장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자금)과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외 펀드는 벤치마크를 코스피 200으로 두기 때문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90%가 개인 자금이고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코스닥보다 주가 흐름이 안정적인 점도 매력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표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유상증자인데, 이때 주식을 얼마나 발행할지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주가 변동성이 적어야 좋다”며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기업이 이전상장을 원하는 이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이전상장을 결정한 엘엔애프와 포스코DX는 2차전지 관련 회사로, 대규모 시설 투자가 동반되는 산업 특성상 자금 조달이 중요하다


주가오른다지만 ‘코스닥 공동화’ 우려도


정근영 디자이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전상장 소식을 반긴다. 실제로 패시브 자금 유입 등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포스코DX는 지난 7월부터 코스피 이전상장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 당시 1만6000원대였던 주가가 현재 6만 원대를 넘어섰다. 다만 정명지 삼성증권 팀장은 “발표 직후에는 기대감에 오르지만 이전 상장된 뒤 주가는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체력)에 따라 회귀하기 때문에 코스피 효과에만 의지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반면 한국거래소와 전문가들은 ‘코스닥 공동화’와 ‘2부시장 전락’을 걱정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 코스닥본부가 엘앤에프와 포스코DX 대표를 만나 코스닥에 남아 달라 설득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우량 기업이 빠져나가면 코스닥 지수는 성장하기 어렵다. 또 변동성은 커지고 투기심리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총이 작은 기업만 남게 되면 주가는 수급에 더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계속 코스피로 빠져나가면 코스닥시장의 투자자 기반을 위축시키고 국내 모험자본 순환체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위상과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기업들의 유가증권 시장 이전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목소리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과거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이전상장할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지만 다시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등의 기업이 탄생했고 일부가 또 옮겨가는 것”이라며 “기업이 성장기에서 코스닥에서 빠르게 크고 성숙기에는 안정적인 코스피로 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한다.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는 “기업들이 꺼리는 코스닥의 변동성과 투기심리를 잠재우려면 소위 ‘코스닥의 물관리’가 중요하다”며 “거래소의 상장과 폐지 등 게이트키핑을 기능 강화와 기업공개(IPO) 외에도 출구전략을 마련해줄 세컨더리 시장(상장 전 사모펀드에 매각 등이 이뤄지는 시장) 육성 등 근본적인 시장 성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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