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3-철강·조선] ‘그림자’ 드리워진 철강…조선은 ‘한화’로 시끌벅적

오수진 2023. 12.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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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일 만에 기적 보여준 포스코 포항제철소
불황 장기화, 中·日 압박에 주춤하는 철강업계
‘절친’ 한화 김동관-HD현대 정기선 경쟁 막올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2023년 상반된 한 해를 보내게 됐다. 장기 불황을 딛고 슈퍼사이클(초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에는 ‘웃음꽃’이 가득 피었지만, 대표적인 ‘굴뚝산업’ 철강업계는 불황 지속과 함께 각 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미래 생존에 대한 근심이 가득해졌다.

국내 철강산업의 대표기업 포스코의 포항제철소가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135일 만에 완전 정상화에 성공하는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업황은 철강산업의 앞길을 깜깜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비철강맨’들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찾기가 본격화됐다.

반면 조선업계는 오랜만에 찾아온 호황과 함께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료하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절친으로 유명한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을 주축으로 ‘방산’을 둔 자존심 대결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본사 1층에서 태풍 힌남노 피해 당시 공장 정상화를 위해 135일간 헌신한 직원들의 복구 상황을 기록한 '아픔을 잊고 미래를 잇다' 사진전에 전시된 현장 사진.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140만명 땀방울이 만든 포스코의 기적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매출 2조원 손실 등 역대급 피해를 입었던 포스코가 올해 초 포항제철소 완전 정상화에 성공했다. 135일 만에 정상화로, 포스코는 1월 20일부터 17개 모든 압연공장 복구를 완료하고 전 공장을 가동했다.

포스코는 침수 초기 제철소를 다시 지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임직원 등 연인원 약 140만 여명의 헌신적인 노력과 명장 등 전문 엔지니어들이 보유한 50년간 축적된 세계 최고의 조업·정비 기술력으로 기적을 이뤄냈다고 한다.

현장 복구를 전두지휘한 한 명장은 지난 상반기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해 당시와 현재 상황을 브리핑하다 눈물을 보이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2열연공장 정상화를 주도한 이현철 파트장은 “오늘로써 2열연공장이 복구된 지 99일이 됐는데 이제 (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다”며 “첫 번째 압연이 정상화가 된 날은 하루 종일 울었다”고 언급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후판 생산현장 ⓒ현대제철

◆계속되는 불황…中에 이어 ‘日’까지 ‘저가공세’ 압박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 부진에 빠진 철강업계가 올해 1분기부터 가까스로 살아나나 싶었으나, 업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바닥을 찍은 지난해 하반기보단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전방산업 위축, 전기료 인상 등 온갖 악재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크게 위축된 건설, 자동차 등 전방산업 수요는 경기침체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 일시적인 반등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진해진 상태다.

여기에 ‘공급과잉’, ‘가격경쟁력’ 등으로 국내 업계를 압박하던 중국에 더해 ‘엔저’를 무기로 얻은 일본이 가세했다. 중국의 경우 예전부터 시장에서 저가공세를 펼쳤으나, 최근 엔저를 무기로 얻은 일본도 숟가락을 얹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가 수입한 철강재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830만t으로 기록됐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일본에서 철강재 수입이 각각 37%, 8% 상승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철강기업 이끄는 ‘비철강맨’…‘미래 생존’ 위한 신사업 찾기 본격화

친환경과 거리가 한참 먼 철강산업은 각 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친환경 시대가 열린 것과 동시에 철강산업 성장세에는 제동이 걸리면서 미래 생존을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공통적으로 공략하는 분야는 ‘해상풍력’ 시장이다. 중국과 일본이 장악하기 시작한 조선용 후판 시장의 ‘대체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마진도 조선용 후판보다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도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용 철강재 판매량을 올해 120만t에서 2030년 300만t으로 늘리겠단 계획을 세웠다.

현대제철은 기존 조선용 후판 생산량을 55%에서 45%까지 낮출추고, 해상풍력용 후판에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에너지나 해상풍력 관련 수요가 많은 강관 및 플랜트향 제품 비중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맞게 철강기업들의 수장도 ‘비철강맨’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철강맨’으로 불리는 안동일 사장은 현대제철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서강현 현대자동차그룹 사장이 자리를 꿰찼다.

‘재무통’인 서강현 사장은 현대차 CFO 재임 기간 매출·영업이익 등에서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괄목할 경영 성과를 거뒀고, 2021년부터는 현대차의 기획 부문도 겸임하며 중장기 방향 수립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서 그는 글로벌 환경 규제로 인해 사업 리스크가 커진 현대제철의 안정적 재무관리와 함께 중장기 사업 전략 설정을 해나갈 적임자로 평가됐다.

철강맨들 사이에서 2018년부터 ‘비철강맨’으로 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그간 신사업, 특히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이번 3연임 도전 방식은 본인이 거취를 표명하는 방식이 아닌,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자격 심사 대상에 포함된 후 다른 후보들과 경쟁에 나서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전경.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오렌지빛’으로 물든 옛 대우조선해양

주인도 없이 표류했던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의 오랜 고생길이 올해 상반기 끝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으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 확정된 것이다. 이를 끝으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무사히 품게 되면서 김승연 회장의 오랜 염원 ‘한국판 록히드마틴’ 탄생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지난 5월 23일 본격적으로 새출발 신호를 알렷따.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으며, ‘정통 한화맨’이자 김승연 한화 회장의 측근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외 임원 자리도 ‘한화맨’으로 채워졌고,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은 속속히 짐을 쌌다.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을 비롯한 우제혁 조선소장, 이영호 지원본부장 등 임원 20여명은 이날 부로 계약이 해지됐다.

이와 함께 장교동 한화 사옥으로의 이사가 시작됐으며, 작업복, 헬멧, 설비 등도 한화오션 CI로 바꿔달았다.

한화오션 출범으로 한화는 기존의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시 한화오션 관계자는 “주인이 생기고 어떻게 보면 든든한 부모가 생기니 HD현대와 견줄만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계 1위를 노려볼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을 이제 갖출 수 있게 됐으니 직원들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각사

◆“김동관 vs 정기선” 절친들의 ‘자존심 대결’ 본격화

절친으로 알려진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자존심 대결도 막이 올랐다. 방산 사업을 두고 양사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한화오션은 첫 데뷔 무대를 그간 조선업계와 거의 무관했던 국제해양방위산업전 ‘MADEX 2023’으로 선정하는 등 방산 사업에 대한 애정을 초반부터 격하게 드러냈다. 당시 조선업계에 오래 종사했던 한 관계자도 한화오션이 마덱스에 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이어 울산급 배치(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 사업 수주전에서 HD현대와의 첫 경쟁이 펼쳐졌다. 승기는 한화오션이 잡았다.

이후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 정조준을 위해 2조원대 실탄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의 강점인 함정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초격차 방산’ 솔루션을 확보하고, 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2040년까지는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해 미래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 (Global Ocean Soㅣ후 lution Provider)로서 도약하겠다고 공표했다.

지난 2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위치 정조대왕함, 충남함 전경 ⓒHD현대

이 때문인지 HD현대의 적극적인 홍보도 시작됐다. 언론에 처음으로 특수선사업부를 공개한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신의 방패’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Batch-I)을 건조한 HD현대중공업은 이를 시작으로 서애류성룡함 등을 거쳐 현존하는 가장 첨단화된 함정 정조대왕함(이지스구축함 Batch-Ⅱ1번함)을 만들어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특수선사업본부장 주원호 부사장은 “특수선사업을 이끌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세계 1등 조선소가 만들면 함정도 남다르다’는 말을 들을 때”라며 “이런 평가들이 글로벌 함정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의 명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30년 국내함정과 해외수출 강화해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도 잡았다. 이를 위해 특수선 부문 독자 운영 및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보다 해외를 중심으로 전략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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