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큰 전쟁' 다가온다…AI폰 5억대 놓고 대혈투
스마트폰 전쟁터가 인공지능(AI)으로 이동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2007년), 삼성의 폴더블폰(2020년)에 이은 세 번째 경쟁의 무대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이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출시될 신형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S24에 AI 기술을 탑재하며 온디바이스 AI 시장 선점을 노린다.
24일 IT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이 콜롬비아대 연구진과 함께 멀티모달 LLM(거대언어모델) ‘페렛’을 비상업용 오픈소스 형태로 10월 공개한 사실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멀티모달 LLM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영상 등도 인식하고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 있어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최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술이다. 생성 AI와 관련된 애플의 논문들도 이달 들어 공개됐다. 짧은 동영상 하나만으로 3D 디지털 아바타를 구현하는 ‘HUGS(Human Gaussian Splats)’ 기술과 제한된 메모리 칩으로 LLM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술 등이다. 내년부터 챗GPT 같은 생성 AI 기술이 개인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애플이 관련 기술을 잇따라 공개하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I 경쟁에서 뒤쳐져 있단 평가를 받던 애플이 생성 AI를 자사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접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애플은 또 LLM의 저작권 논란을 없애기 위해 보그·뉴욕커·콘데 나스트·NBC뉴스 등 미디어업계와 협상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애플은 가상 비서인 시리 출시 이후 10년 동안 거의 정체돼 있었다”라며 “생성 AI 개발 경쟁에서 애플이 경쟁사를 따라 잡으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온디바이스 AI가 뭐길래
챗GPT가 촉발한 생성 AI 기술은 내년도 스마트폰·PC 등 개인용 기기를 통해 대중화될 전망이다. 애플이나 삼성 등은 자체 LLM을 개발하며 자사의 기기에 생성 AI를 결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챗GPT 등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생성형 AI는 개별 스마트폰·PC에서 수집한 정보를 중앙의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 연산을 처리한 후 결과값을 다시 개별 기기로 전송하는 형식이다. 중앙의 클라우드가 분석을 담당하기에 개별 기기의 연산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개인들이 생성 AI를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외부 네트워크로 전송해야 해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할 수 있고, 클라우드 연산에 필요한 AI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클라우드 비용도 갈수록 비싸지는 한계에 부딪혔다.
반면, 온디바이스 AI는 중앙의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별 기기에 AI 칩을 탑재해 기기에서 연산을 처리한다. 말 그대로 기기 안에 AI가 탑재되는 것이다.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보낼 필요가 없기에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르고 보안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예컨대, 비행기 모드에서도 생성 AI 작업이 가능하며, 기기에 AI가 탑재되니 쓰면 쓸수록 ‘나만을 위한 맞춤형’으로 최적화 된다. 사용자의 선호도와 습관 등을 AI가 학습하면서 개인 비서처럼 쓸 수 있다.
삼성 갤럭시S24, ‘AI 스마트폰’ 물꼬 트나
삼성전자는 지난달 8일 열린 삼성AI 포럼에서 자체 개발한 생성 AI ‘가우스’를 처음 공개하며 온디바이스 AI 전략을 공개했다. 가우스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 등을 지원하며 외국어 번역 기능과 이미지 생성·편집·변환을 지원한다. 또 삼성 개발자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효율성을 끌어올릴 코딩 기능도 있다. 삼성전자는 생성 AI로 임직원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단계적으로 삼성전자 제품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가우스는 다음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첫 AI 폰인 갤럭시S24에도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IT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가우스 외에 외부의 생성 AI 모델들도 복수로 탑재해 사용자의 온디바이스 AI 경험을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S24는 사용자가 클라우드 연결 없이 문서 작성 등 작업을 지원하고, 외국인과의 통화시 실시간으로 음성·문자로 통화 내용을 보내주는 실시간 통역 서비스도 선보인다. AI를 활용한 사진 수정이나 동영상 생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애플은 내년 하반기 공개할 아이폰16 시리즈와 iOS 18 등에서 AI 기능을 구현할 전망이다. 기존의 AI 비서 시리에 생성형 AI 서비스가 탑재돼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구글은 지난 10월 출시된 스마트폰 ‘구글 픽셀8 프로’에 최신 생성 AI인 ‘제미나이 나노’(12월 6일 공개)를 탑재한다고 최근 밝혔다. 픽셀8프로에는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생성형 AI 바드를 결합한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가 적용됐다. 바드의 추론·생성 능력을 바탕으로 이메일 관리 등 각종 업무 처리가 한층 편리해질 것이라고 구글은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AI가 5G와 폴더블 경쟁 이후 한동안 정체된 시장에 새로운 성장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따르면, 올해 4700만대인 AI 스마트폰 출하량은 4년 후인 2027년에는 지금보다 10배가 넘는 5억2200만대로 늘어, 전체 스마트폰 시장 내 비중이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하드웨어 업체들이 온디바이스 AI를 추구하는 건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해 제품 판매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며 “스마트폰의 성능 업그레이드가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바뀌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특히 애플은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확대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온디바이스 AI 경쟁에서도 삼성이 애플을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도 수혜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커지면서 기기의 성능을 높여줄 반도체 시장의 성장도 주목된다. 개별 기기 내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려면 고성능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처리장치(NPU), 고성능의 메모리반도체 등이 필요하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인텔은 지난 14일 전력 소비량은 적으면서 AI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AI CPU인‘인텔 코어 울트라’를 출시했다. PC용 CPU 중 최초로 NPU를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 기능을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를 지원한다. 펫 겔싱어 인텔 CEO는 “AI 혁신이 세계 GDP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으로, 클라우드뿐만이 아니라 개별 기기에서 효과적으로 온디바이스로 AI를 통합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퀄컴도 지난 10월 온디바이스 AI에 적합한 차세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 3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여기에 탑재된 모바일 전용 NPU는 생성 AI가 칩에 탑재돼 있어, 서버나 인터넷 접속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기기 자체에서 AI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퀄컴은 “디바이스에서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특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고성능 메모리 칩 시장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PC·스마트폰 업체들이 내년 1분기부터 온디바이스 AI 신제품 출시를 앞두면서 메모리 반도체 재고 축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D램 주문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라며 “내년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저전력 D램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본격적인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해리·김남영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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