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뜻깊은 성탄 나눔… 24일 가장 뜨거워”

나경연 2023. 12. 2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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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거리에 소복이 쌓인 24일.

윤효주(28)씨는 남자친구에게 "우리 헌혈하러 갈래?"라고 물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헌혈을 마친 윤씨 가슴엔 'My First(마이 퍼스트)'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첫 헌혈의 긴장도 잠시, 윤씨는 환하게 웃으며 "헌혈을 잘 마쳤으니 삼겹살 먹으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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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의 집 강남센터 르포
“남친과 헌혈하고 성탄 데이트”
희소 혈액 20대 연락처 남기기도
코로나로 줄었다가 회복 조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서울 서초구 헌혈의집 강남센터에 헌혈 봉사자들이 헌혈 침대에 누워있다. 채혈 간호사들도 분주히 돌아다니며 헌혈자들 상태를 체크했다.


흰 눈이 거리에 소복이 쌓인 24일. 윤효주(28)씨는 남자친구에게 “우리 헌혈하러 갈래?”라고 물었다. 이전엔 헌혈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다. 평소 겁이 많아 주삿바늘을 무서워했던 윤씨는 크리스마스여서인지 용기가 났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헌혈의집 강남센터는 오전 일찍부터 침대 10개에 헌혈자가 가득 차 있었다. 한 사람이 일어서면 다른 헌혈자가 자리를 채웠다. 잠시 기다렸다가 헌혈을 마친 윤씨 가슴엔 ‘My First(마이 퍼스트)’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첫 헌혈자에게만 붙이는 스티커”라고 했다. 첫 헌혈의 긴장도 잠시, 윤씨는 환하게 웃으며 “헌혈을 잘 마쳤으니 삼겹살 먹으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 주춤했던 헌혈 건수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살아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적혈구제제 보유 현황에 따르면 이달 하루 평균 2만9842유닛이던 적혈구제제는 성탄 전날인 이날 3만3168유닛까지 오르는 등 이달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말 이웃과 정을 나누기 위한 온정이 헌혈 동참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시즌은 연중 헌혈 건수가 가장 많다”며 “이번 달 말에는 특히 집계 건수가 크게 늘 것 같다”고 말했다.

헌혈자가 몰리면서 헌혈의집 관계자들도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연휴 근무가 일상이 됐다. 이날도 센터에는 간호사 6명이 쉴 틈 없이 바삐 움직였다. 이승아 헌혈의집 강남센터장은 26년째 근무 중인데 13번의 크리스마스이브에 채혈을 하기 위해 출근했다. 그는 “헌혈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이고,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는 특별한 봉사”라며 “이브에 헌혈자가 많은 것도 이 의미를 마음으로 느끼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헌혈의집을 찾은 이 중에는 지금까지 헌혈 횟수가 136회에 달하는 봉사자도 있었다. 현재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부사관 이재성(48)씨는 코로나 시기에 헌혈 횟수를 더 늘렸다고 했다. 사람들이 감염을 우려해 헌혈을 꺼릴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이후 헌혈 건수가 급감했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68만건에 달했던 헌혈 건수는 2020~2021년 240만건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244만건으로 회복 조짐을 보였고 올해는 이달 21일 기준 246만건까지 회복됐다.

희소한 혈액형을 갖고 있어 더 적극적으로 봉사에 나서는 이웃도 있다. 헌혈에 나선 최은아(27)씨는 RH- 혈액 보유자다. 최씨는 헌혈 관련 카페에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해두고 있다. 혹시라도 병원에서 긴급하게 RH- 혈액이 필요하면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요청이 없었는데도 그는 헌혈에 나섰다. 최씨는 “원래 크리스마스이브는 남들에게 선물 주는 날 아닌가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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