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리더십 갈증, 무비 저널리즘이 달래줬다

임세정 2023. 12. 2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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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이 2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서울의 봄'은 무거운 주제를 탄탄하고 재밌는 이야기로 풀어낸 동시에 상업영화임에도 사회적 메시지를 넣어 재미와 교훈을 모두 주는 무비 저널리즘을 수행했다"며 "잘못된 리더와 그 리더를 따라가는 무리들, 냉철하게 사회를 바라보고 책임을 다하는 정의로운 리더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요즘 정치를 또 한 번 생각하고 비교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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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관객 1000만 돌파
역사적 사실, 젊은층 공감도 이끌어
‘잘못된 것 바로잡아야’ 분위기 조성
관객들이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영화를 예매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 봄’은 한국 영화 중 22번째로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윤웅 기자


영화 ‘서울의 봄’이 2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국내 개봉 영화 중 31번째, 한국 영화 가운데선 22번째다. 팬데믹 이후로는 ‘범죄도시 2’, ‘아바타: 물의 길’ ‘범죄도시 3’에 이어 네 번째로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넘어선 영화로 기록됐다. 개봉 이후 지난 19일까지 2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로는 최장 기간 정상을 차지한 영화이기도 하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서울의 봄’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배경으로 정치적 혼란을 틈타 정권을 탈취하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과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이 맞서는 9시간을 그렸다.


관객들이 ‘서울의 봄’에 몰입하도록 한 1차적 요인은 배우들의 호연과 긴박감을 살린 연출이다. 결말이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건을 담았음에도 반란군에서 진압군으로, 또 그 반대로 세가 기울 때마다 관객들이 분노하거나 기대하게 하는 짜임새가 영화의 ‘보는 재미’를 만들어냈다.

결말이 주는 씁쓸한 여운과 속 시원한 ‘사이다’ 대사도 공감 포인트로 작용했다. 수도경비사령관 자리를 박탈당한 이태신이 육군본부 앞 바리케이드를 뚫고 전두광에게 다가가 “넌 대한민국 군인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자격 없어”라는 대사를 던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관객이 하고 싶었던 말을 이태신이 대신 전하는 순간 스크린에 스친 전두광의 오묘한 표정은 통쾌함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무비 저널리즘의 역할을 확실히 했다는 점에서 ‘서울의 봄’은 의미가 크다. 무비 저널리즘은 영화가 오락적 쾌감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권력을 위해 불의를 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실패하면 쿠데타지만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전두광의 결과 중심적인 태도 역시 현실에서 끊임없이 목격된다. 관객들은 죄의식 없이 비인간성을 드러내는 영화 속 권력자들을 보면서 ‘과연 지금은 나아진걸까’라고 돌이켜보게 된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영웅의 면모를 보인 캐릭터들을 조명하며 영화는 여전히 대중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올바른 리더십’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쿠데타를 일으킨 하나회는 능력보다 학연, 지연, 혈연을 중시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기 위해 떼지어 얽혀 다니는 사람들을 표상한다.

진압군은 그 대척점에 서 있다. 이태신은 외롭지만 소신을 가지고 불의에 맞선다. 고(故)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공수혁(정만식)은 위기에 처하자 부하들을 모두 내보낸 뒤 비서실장 오진호(정해인) 소령과 마지막 싸움에 나선다.

영화는 당시 상황을 잘 모르던 젊은세대에게도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키며 이제라도 잘못된 것들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영화 흥행 이후 오진호 소령의 모티브가 된 고(故) 김오랑 중령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고,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수여된 ‘무궁화대훈장’ 추탈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서울의 봄’은 무거운 주제를 탄탄하고 재밌는 이야기로 풀어낸 동시에 상업영화임에도 사회적 메시지를 넣어 재미와 교훈을 모두 주는 무비 저널리즘을 수행했다”며 “잘못된 리더와 그 리더를 따라가는 무리들, 냉철하게 사회를 바라보고 책임을 다하는 정의로운 리더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요즘 정치를 또 한 번 생각하고 비교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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