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공포와 아름다움

2023. 12. 2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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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태국 휴양지에 와 있다.

오늘은 플랑크톤 투어에 다녀왔다.

롱테일 보트를 타고 밤바다로 나가 물속에서 빛을 내는 플랑크톤을 구경하는 방식이었다.

물속에서 손을 움직이자 손길에 따라 밝아지는 플랑크톤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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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연말을 맞아 태국 휴양지에 와 있다. 오늘은 플랑크톤 투어에 다녀왔다. 롱테일 보트를 타고 밤바다로 나가 물속에서 빛을 내는 플랑크톤을 구경하는 방식이었다. 여행사 입간판에 걸려 있는 화려한 사진에 현혹되어 신청했는데 작은 배에는 동행과 나 둘뿐이었다. 몇 분 동안 배를 타고 밤바다로 들어갔다. 별이 쏟아질 듯했고 파도는 잔잔했다. 고요한 밤바다는 아름다웠다. 해변이나 배 위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으로 투어가 끝날 줄 알았으나 투어리스트가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를 건넸다. 동행과 나는 얼떨결에 장비를 착용하고 밤바다로 뛰어들었다.

나는 수영을 거의 하지 못하고 동행도 마찬가지였지만 일단 수면 아래로 고개를 밀어 넣었다. 물속에서 손을 움직이자 손길에 따라 밝아지는 플랑크톤들이 보였다. 더 어두운 곳으로 가, 그곳에서 팔을 휘저으면 잘 보일 거야, 배 위에서 투어리스트가 외쳤다. 달빛과 별빛 말고는 한없는 어둠처럼 느껴지는 밤바다는 근원적인 공포심을 자극했지만 그의 말에 따라보았다. 배에서부터 멀어져 보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정말 플랑크톤이 잘 보였다. 바닷속에 수많은 별이 떠 있는 것 같았다. 플랑크톤들의 빛은 손의 움직임에 따라 밝아졌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별을 내 손으로 켜고 끄는 것 같았다.

공포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며 물속에 한참을 있었다. 더 어두운 바다에서는 정말 더 많은 빛이 보였다. 마치 도시보다 빛이 적은 이 섬에서 더 많은 별이 보이는 것과 같았다. 더 많은 공포와 더 많은 아름다움이 함께 있었다. 젖은 몸으로 다시 배에 올랐다. 물속에서 보았던 작고 반짝이는 빛들이 이번에는 우리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알 수 없는 것, 두려운 것 속에서 보이는 것들은 더 깊은 기쁨을 주는구나, 생각하며 돌아왔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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