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목사’ 궁극적 목적은 선교… 교회 개척의 통로 될 수 있다”

신은정 2023. 12. 2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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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시흥 은계나눔교회 목사
경기도 시흥 은계나눔교회 이용호 목사가 성도 사진이 걸린 교회 게시판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일하는 목사’를 떠올려보자. 목회하다가 생계를 위해 돈을 벌게 되는 상황이 주로 연상된다. 그러나 경기도 시흥 은계나눔교회 이용호(40) 목사는 그 반대다. 일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그때 만난 인연을 씨앗으로 교회라는 열매를 맺었다. 이 목사는 최근 교회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일은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계나눔교회는 현재 어린이부터 90대까지 100여명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처음부터 이 모습은 아니었다. 2017년 3월 개척부터 3년간 성도는 10명 남짓이었다. 그마저도 이 목사가 직장이던 이랜드에서 만났던 인연이 대부분이었다. 이 목사는 이랜드 사목으로 올해 초까지 10년간 일했다.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입사한 첫 직장이었다. 개척교회 목사 딸로 자란 아내는 남편이 평범한 직장인이 되길 바랐다. 그는 “어딘가에 속해 일하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그렇게 지켰다. 그러나 일하면서 믿음의 사람들을 만났고, 서른 중반쯤 개척을 꿈꾸게 됐다. 아내에게 “3년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고 그때부터 일하는 목사가 됐다.

가슴엔 열정이 가득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개척 멤버 6명과 함께 시작한 ‘나눔교회’는 카페나 세미나실을 돌며 예배를 드렸다. 이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대여한 공간이 갑자기 쓸 수 없는 등 문제가 열에 한두 번씩 생겼다”며 “성도 10여명이 사는 곳 중간 지점에서 가장 임대료가 싼 지역을 찾아 둥지를 틀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년 반 동안 교회 간판을 보고 찾아오는 새로운 성도는 한 명도 없었다. 이 목사는 “아내와 약속한 3년이 거의 다 돼가는데 사람이 없으니 힘을 잃게 되더라”고 고백했다.

지금의 공간으로의 이전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시흥신도시인 은계지구에 당첨된 임대아파트 입주 때문이었다. 이 목사는 “성도들의 사는 지역이 제각각이기에 교회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2019년 3월 교회를 이전한 뒤 매주 한 가정씩 교회를 찾아오기 시작했고, 몇 개월간 성도는 40명까지 늘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예배가 멈췄을 때도 성도는 줄지 않고 되레 늘었다고 한다.

은계나눔교회 성도들이 교회 첫 임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은계나눔교회 제공


개척 후 3년에 가까운 정체기에 교회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목사가 일했기 때문이라고 이 목사는 단언했다. 교회가 자립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모가 직업을 갖는 것을 넓은 의미의 목회자 겸직으로 보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이 목사는 5년여간 자비량으로 교회를 이끌었다. 사모도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이 목사는 “사례비를 받지 않고 목회한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깜짝 놀라는 성도들이 많았다”며 “이는 성도가 교회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며, 스스로에겐 소신 있는 목회가 가능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이 목사는 이랜드에서 일하는 일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사례비를 점차 늘려 받는 교회 재정 구조를 만들려 했었다. 그러던 중 분당우리교회의 작은교회 후원 프로젝트인 ‘꿈너머꿈’에 전임 사역을 조건으로 선정돼 올해 초 회사를 나와 목회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 목사는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교회가 계속 세워져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라며 “그러나 맨땅의 헤딩하는 식의 교회 개척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 목사 겸직이 여러 개척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일하는 목사의 궁극적 목적은 선교적 기능에 있다고 이 목사는 강조했다. 일터는 새로운 선교지이며, 그곳에서 하는 일은 넓은 의미에서 전도라는 것. 그는 “항상 믿는 사람만 만나다 보니 믿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얘기를 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목회자가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이어 “교회 건물이 세워졌다고 사람이 몰리던 시절은 지나갔다”며 “우리가 직접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 그 자리에서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교회 주일학교 예배 장면. 은계나눔교회 제공


이 목사는 전 세대가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같은 교회를 꿈꾼다. 처음엔 청년 성도로 교회를 시작했지만 현재 30% 정도가 중장년층이다. 이 목사는 “우연히 교회에 온 50대 성도분이 ‘젊은 친구들이 많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는데 제가 열심히 붙잡았다”며 웃었다. 교회에서 중장년층은 버팀목 같은 역할을 한다.

은계나눔교회는 지난달 19일 60대 성도 3명에게 안수집사와 권사 등 직분을 처음 부여했다. “직분이 없는 교회여서 좋았는데 왜 다른 교회처럼 되려 하느냐”고 볼멘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목사는 “교회 일에 헌신적인 분들을 격려하고 싶었다”며 설득했다. 임직식과 관련한 비용을 모두 교회 재정으로 부담했다. 이 목사는 “임직 받으시는 분들은 앞으로 수고해주실 분들인데 교회와 성도가 나서 직분자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사회와의 공존은 이 목사가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그는 지역을 섬기며 좋은 영향력을 끼치자는 뜻을 담아 교회 이름에 지역명인 ‘은계’를 붙였다. 아파트 단지 근처 상가에 있는 교회는 학원과 커피숍 등 주일에 노는 공간을 대여해 소모임이나 활동실로 이용하고 있다.

이 목사는 “원래 비는 날이라면서 비용을 안 받으시려는 사장님도 계셨지만 공간 대여료를 제대로 드리려고 노력한다”며 “교회가 이웃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시흥=글·사진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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