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광화문 월대
최근 광화문 앞 월대가 복원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광화문 월대는 2045년까지 진행될 경복궁 복원계획 중 하나로 “경복궁의 중심축, 즉 척추뼈를 완성하는 마침표”라고 한다. 월대가 대체 무엇이기에 오랫동안 교통 불편을 끼치면서도 복원해야만 했을까. 관리들이 말을 타고 출입하는 곳, 중국 사신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곳, 백성과 정부가 교차하는 곳 등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렇듯 복합 건축물의 의미는 흔히 총체적인 구조와 디테일의 관계에서 생성된다. 고대 로마 유적 중 아우구스투스의 포럼(사진)이 대표적인 경우다.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역사의 방향을 원로원이 이끄는 공화국에서 중앙집권인 황제 체제로 영원히 바꾸었다. 그는 시대를 읽었다. 미술의 힘을 빌려 매우 효율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몇십 년에 걸친 내전을 겪고 로마의 평화를 되찾은 아우구스투스는 자기 치세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수많은 건축 기념물을 세웠다.
아우구스투스는 건축의 황금기를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찾았다. 아우구스투스는 이러한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 건축양식과 조각상의 스타일을 본떠 자기 특유의 클래식 리바이벌을 이룩했다. 그의 스타일은 15세기의 르네상스와 19세기 신고전주의의 원형이 되었다. 겉으로는 파르테논 신전처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서는 순간 로마 시대의 특징적인 돔 설계의 판테온 같은 건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우구스투스의 포럼은 일반 시민을 위해 지어진 공공장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로마 원로원을 견제한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우리가 고생스럽게 고궁의 원형을 복원하는 작업은 일제강점기의 구부러진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원형에 담긴 상징체계를 우리의 현재의 삶의 의미로 창조해낸다는 뜻을 품고 있다. 역사는 영원히 현대사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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