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김경숙의 실리콘밸리노트] 2024년 새해엔 사이드 허슬?

2023. 12. 25. 00: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김경숙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한 사회나 조직의 구성원으로 오래 있다 보면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도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일어난다. 5년, 10년, 20년을 회사에서 생활하다 보면 내 회사나 내 산업 밖의 지식이나 경험이 점점 좁아져 많은 직장인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회사일 속에 파묻혀 지내면서도 그곳 너머의 새로움을 동경하기도 한다.

나는 회사생활 30년 만에 그동안 익숙했던 곳 바깥으로 나가는 일명 ‘실리콘밸리 몸체험’이라는 갭이어 프로젝트를 올해 시작했다. 책상머리와 노트북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전혀 경험이 없었던 산업세계를 알게 되고, 안 쓰던 근육을 쓰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이드 허슬(side hustle)’을 떠올렸다. 사이드 허슬이란 직장을 다니면서 본업 이외에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갭이어 프로젝트로 미국 수퍼체인 트레이더 조에서 일하고,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를 하고, 공유운전 리프트 운전을 하면서, 올해 내내 이런 일을 구글에 근무하고 있을 때부터 사이드 허슬로 미리 시작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 미국 직장인 둘 중 한 명꼴 가져
급변하는 사회서 타 업계 경험
커리어 확장·전환 준비할 기회

실리콘밸리노트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둘 중 한 명꼴인 45%가 사이드 허슬을 갖고 있고, 30%는 기본 비용을 커버하는 수입도 올리고 있다. 사이드 허슬은 부가 수입을 확보하는 것 이외에 요즘처럼 급변하는 직장 환경 속에서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내가 몸담고 있지 않은 타 산업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넓힐 수 있어, 추후 경력개발이나 전환에 도움이 된다. 내 갭이어 프로젝트가 사이드허슬은 아니지만 미래에 내가 일할 수 있는 분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미국 수퍼체인 트레이더 조에서 일하면서는 산지에서부터 식탁까지 올라오는 식료품의 생산 사이클을 비롯하여, 전략적인 서플라이 소싱과 리테일 마케팅 전략에 대해 알게 되었다. 특히 아마존으로 대변되는 현대 마케팅 트렌드를 완전 거꾸로 가고 있는 트레이더 조의 3무 원칙, 즉 ‘No 온라인쇼핑’ ‘No 배송’ ‘No 멤버십’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마케터로, 커뮤니케이터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스타벅스 바리스타를 하면서는 모바일 마케팅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회사답게 멤버십을 통한 효과적인 프로모션 전략 및 업셀링(좀 더 좋고 비싼 제품을 사도록 유도)과 크로스셀링(다른 것을 함께 구매하도록 유도)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또한 리프트 운전을 하면서는 우편물에도 적용 가능한 물류 배송 신산업과 자율주행 트럭 소프트웨어와 같은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지식까지 갖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16년 동안 구글에 있으면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둘째, 사이드 허슬의 장점은 일하는 즐거움과 잠재력 개발이다. 본업 외 다른 일을 하게 될 때 본업에 대한 충실도가 떨어지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 ‘본업 회사들은’ 걱정을 한다. 그래서 어떤 회사들은 이중 취업 금지 규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리 관심과 충성도가 제로섬 게임이어서 어느 하나에 정신을 빼앗기면 다른 나머지는 줄어든다는 공식이다. 그런데 미국 한 서베이에 의하면 사이드 허슬러의 36%가 사이드허슬로 인해 오히려 본업을 더 충실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대부분은 주 5~10시간을 사이드 허슬에 보내고 있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해볼 만하다.

실제로 트레이더 조에서 만난 한 중견기업의 마케팅 매니저 니콜라스는 일주일에 한 번만 일하고 있는데, 이 친구는 차후 리테일 분야로 옮겨올 생각에 미리 필드 경험을 갖는 중이다. 준공공기관에서 신입 2년차로 일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한 바리스타는 팀 매니징하는 경험을 빨리 배우고 싶어서 바리스타를 한다고 한다. 스타벅스 매장 시프트매니저인 이 바리스타는 팀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작은 규모이지만 리더십을 발휘한다. 내가 사람을 뽑는 입장이라면 같은 신입 2년차라고 하더라도 이 바리스타의 리더십 경험을 높이 살 것 같다. 팀원을 가져본 사람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천지 차이니까 말이다.

이처럼 사이드 허슬은 커리어 확장에 대한 기회와 일하는 즐거움 창출이라는 장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업무로 육체 피로가 이미 한계선을 넘어선 상태인 직장인에게 사이드허슬은 또 다른 심리적 피로인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긱경제 활동이 본격화되었지만 본업 회사의 사내 규정을 잘 확인해야 한다. 2024년 새해에는 사이드 허슬러에 도전하며 커리어 확장과 전환 기회를 미리미리 만드는 건 어떨까.

정김경숙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