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에 경제부총리 교체 꼬였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크게 완화하면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투명해졌다.
24일 관계 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로 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취소됐다.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최 후보자의 보고서가 무난하게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정부가 같은 날 오전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격 입법예고 하면서 야권의 반발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인사청문 보고서 논의 대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여야 합의 조건을 무시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이슈가 적기 때문에 채택이 불발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회의 반대로 경제사령탑의 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야당으로서는 ‘민생 경제’를 볼모로 정쟁을 벌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2013년 기재부 장관직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뒤로 임명된 6명의 부총리 중 채택이 불발된 사례는 현오석 전 부총리가 유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전까지 채택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도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사 보고서 채택의 걸림돌로 떠오른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공약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지난해 5000만원이 넘는 투자소득에 무조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를 2년 연기하는 조건으로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기준을 바꾸려면 금투세 시행 시기를 포함한 여야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방침을 공식화했고 기재부는 이틀 뒤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였다. 정부는 과세 대상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거액 투자자들이 ‘대주주’가 되지 않기 위해 연말 직전 일제히 주식을 팔았다가 연초 다시 매수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을 감안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종목별 보유액이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19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주식 총 보유 금액(622조원)의 3.1%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부가 주식 투자자의 표심을 염두에 둔 이른바 총선용 정책을 꺼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기준 완화 혜택을 받는 대상이 소수 ‘큰손’들이라는 점에서 부자 감세 논란도 일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상향하면 과세 대상 대주주는 1만3368명에서 4161명으로 68.9% 줄어든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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