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5만원 기부 모여…소외아동의 ‘점심’ 살렸다
방학 기간 아이들에게 단돈 500원에 따뜻한 점심을 차려주는 식당이 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블라썸커뮤니티센터 1층에 자리한 ‘아동·청소년을 위한 500원 식당’이다. 진해에 사는 아동·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500원이지만 차림은 인색하지 않다. 밥, 국(또는 찌개)과 4가지 반찬이 기본이다. 함박스테이크나 스파게티·돈가스 덮밥 등 별미도 나온다. 방학 기간 일주일에 월·화·목·금요일 네 번 운영하는데, 한 번에 50명 가까운 아이들이 찾는다.
올 겨울방학에는 하마터면 문을 열지 못할 뻔했다. 운영비가 바닥나서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시민의 온정으로 ‘500원 식당’은 다시 따뜻한 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24일 ‘500원 식당’을 운영하는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조합 계좌에 입금된 후원금만 약 5000만원이다. 1년 운영비(여름방학 700~800만원·겨울방학 1000만원)를 훨씬 웃돈다.
전체 후원금의 67%인 약 3350만원은 230여명의 개인 기부라 의미를 더했다. 단돈 1원에서 200만원까지 금액도 다양했다. 입금자명에는 ‘응원합니다’ ‘후원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메시지도 많았다. 기업 후원도 뒤따랐다. ㈜로만시스가 1000만원, ㈜구구가 500만원, ㈜더유니콘이 150만원을 쾌척했다. ㈜마린로지텍은 20㎏짜리 쌀 10포대를 보내왔다.
‘500원 식당’은 조합이 지난해 여름방학을 앞두고 처음 열었다. 경남도·창원시 ‘공유경제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보조금 1000만원을 받으면서다. 지원사업은 일회성에 그쳤다. 그해 겨울엔 식당을 닫아야 했다. 다행히 올여름에는 창원행복신협이 700만원을 후원하면서 운영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 이번에 연말을 앞두고 곳곳에서 온정이 ‘500원 식당’으로 답지하면서 당분간 운영비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
‘500원 식당’은 아이들에게 밥값으로 받은 500원은 다른 곳에 기부한다. ‘500원 식당 아이들’이란 이름으로다. 그간 쌓인 밥값은 초등학교 장학금(30만원)과 불우이웃돕기 성금(60만원)으로 쓰였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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