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예상 밖 ‘헤일리 돌풍’…“트럼프, 부통령 후보로 검토”

임선영 2023. 12. 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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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미국 아이오와 애나모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니키 헤일리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헤일리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는 방안에 대해 측근과 상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2일 폴리티코 등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캠프 외부 인사들에게 “니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의견을 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반응은 최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가파른 가운데 나왔다.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이 지난 14~20일 뉴햄프셔주 공화당 예비 경선 참여가 예상되는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33%)과 헤일리(29%) 전 대사의 지지율 격차는 4%포인트였다. 이 조사의 오차 범위는 ±4%포인트다. 두 사람의 차이가 오차 범위 내로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13%,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6%,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는 5%의 지지를 각각 받았다.

뉴햄프셔주는 미국 50개 주 중 초기에 경선이 진행돼 ‘민심 풍향계’로 불린다. 뉴햄프셔주 경선은 2024년 1월 23일 열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여론조사에 대해 “가짜뉴스” “사기”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헤일리 전 대사 측은 “이제 두 사람 간 경쟁임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고 더힐이 전했다.

‘헤일리 부통령 영입설’과 관련해 트럼프 측근들은 헤일리 전 대사가 캠프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가 헤일리를 선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입장도 단호하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는 누구의 부통령이 되는 데 관심이 없다. 난 2인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미 보수진영 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여러 면에서 확장성이 있는 공화당 후보로 꼽힌다. 51세인 헤일리 전 대사는 젊고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다. 인도계로 결혼 전에 시크교도였지만 결혼 후 기독교로 개종했다. 군인인 남편은 입양아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올봄에 맞은 사위는 흑인이다.

이번 대선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낙태 등 여성 인권 문제에서도 공화당 후보 중 가장 전향적이란 평가다. 또 유엔대사를 지내 글로벌 정세에 밝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 기업 유치에 힘쓰는 등 친기업적 성향이다.

최근 미 월가 거물들은 잇따라 헤일리 전 대사를 공개 지지하며 거액의 기부금이 몰리고 있다. 지금까지 보수 성향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이끄는 정치후원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헤지펀드의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 부동산업계 거물 배리 스턴리히트 등이 지지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 칼럼니스트 아르와 마흐다위는 지난 23일자 칼럼에서 “여전히 트럼프가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헤일리의 기세에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라며 “헤일리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건 가능성은 낮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가 되고, 프랑스 대선에서 마린 르펜이 선전하는 등 보수 여성 정치인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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