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1년만에…포항제철소 용광로, 화재로 한때 멈춰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지난 23일 발생한 화재로 ‘제철소의 심장’인 용광로(고로) 3기 전체가 멈춰 섰다. 포스코는 25일 오전까지 전체 공정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고로 3기가 49년 만에 처음으로 멈춰선 사태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고로 중단이 반복되자 우려도 나온다.
24일 포스코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항제철소 내 선강 지역(코크스·철광석 등을 넣어 쇳물을 생산하는 곳)의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가 2시간 10분 만에 진압됐다. 다만 부생가스(제품 생산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에 불이 붙을 것을 우려한 포항제철소는 부생가스 사용을 중단하고, 2~4고로(노후한 1고로는 2021년 중단) 전체를 멈춰 세웠다.
화재는 케이블 전선 수 가닥이 타는 수준에 그쳤지만, 검은 연기가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일 만큼 제철소를 뒤덮어 주민들의 우려가 빗발쳤다. 검은 연기는 정전으로 인한 폭발 사고에 대비해 포항제철소 측이 연소가 덜 된 부생가스를 외부로 방출하는 이른바 ‘방산’을 결정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포스코 측은 ‘유해 물질을 내뿜는 연기가 아니라 유해 물질을 없애기 위한 필수 공정’이라고 밝혔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정전이 되면 내부에서 가스가 쌓여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가스를 밖으로 태워 내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산화탄소 등 유해 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가스를 소각하는 것이란 취지다. 이 과정 역시 23일 오전 중으로 종료됐다고 한다.
약 2시간여 걸친 화재 진압과 잔불 정리 이후, 포항제철소는 예열을 거쳐 24일 오전부터 2~3고로가 정상 재가동했다고 밝혔다. 4고로는 일부 설비 교체 및 안전 점검 등으로 25일 오전에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멈춰섰던 제1열연공장도 전선 교체 등에 시간이 걸려 24일 오후부터는 정상 가동됐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쇳물을 만들고 끓이는 상공정 선강(제선·제강)과 열과 압력으로 철을 가공하는 후공정 압연(열연·후연) 등 여러 과정이 일련의 공정으로 묶여 있어 고로가 중단됐다고 해서 전체 공정이 피해를 보진 않는다”며 “이미 생산된 재고들도 있을 테니 피해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1년여 만에 포항제철소 고로가 다시 중단된 데 따른 우려도 나온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긴급회의에서 “(포항제철소 고로는) 우리나라 철강 생산의 핵심 기지로, 일시적인 가동 중단이라도 조선, 자동차 등 수요 산업에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이번 화재에 따른 설비 가동 중단 시간이 짧았던 만큼 철강 제품 생산·수급에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태풍 힌남노 피해 때도 피해 규모를 추산하는 데 1년 이상 걸린 만큼 이번에도 정확한 피해 규모를 추산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3연임 도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빚어진 이번 화재가 향후 회장 선임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수해 이후, 공장 전체를 새로 짓는 수준의 복구 작업을 벌였음에도 고로가 다시 멈춰선 것에 대한 회장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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