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강력 반발하던 '애기봉 트리', 9년만에 다시 켰다
북한과 약 1.4㎞ 떨어진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에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조명이 켜졌다. ‘애기봉 트리’가 불을 밝힌 건 2014년 이곳에 있던 철탑이 철거된 뒤 9년만이다.
김포시는 24일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탐방로에 성탄 트리 모양으로 조명 시설을 설치하고 점등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애기봉에서는 1971년부터 매년 기독교 단체 주관으로 높이 30m 철탑을 크리스마스트리 형태로 밝히는 점등식이 열렸다. 이곳은 북한 개풍군과 1.4㎞쯤 떨어져 있고 해발 155m로 지대가 높아 북한 주민들은 철탑 불빛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이에 북한은 ‘괴뢰들의 반공화국 심리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애기봉 점등식은 2004년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터진 2010년에 재개됐다. 점등을 놓고 기독교 단체와 대북 인권단체가 맞서면서 남남(南南)갈등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2014년 국방부는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철탑을 철거했지만 이후 보수성향 단체들이 성탄 트리 복구를 추진하다가 진보성향 단체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때 북한은 “애기봉 등탑 건설과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끝끝내 강행한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선언해 결국 복구는 무산됐다.
이날 조명은 약 800m 길이의 탐방로를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으로 꾸민 것으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강 해넘이 야간 기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 국악, 마술, 트로트 등 다양한 공연과 체험 행사도 마련됐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남북 관계에 따라 개최와 취소를 반복한 트리 점등 행사를 군 당국과 협의해 어렵게 열었다”며 “앞으로 애기봉을 남북 평화를 넘어 세계평화를 상징하는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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