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차이나’ 이어 ‘피크코리아’까지 [편집장 레터]
성장률 떨어지고 저출산에 미래도 암울…한국과 똑같아
“후발 강대국은 성장이 둔화하거나 또는 기존 패권국이나 경쟁국 연합체의 견제로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기회의 창이 닫히기 시작할 때, 현상 타파를 위해 거의 모든 것을 건 최후의 일격에 나선다. …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중국의 성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 중국의 인구는 금세기 말까지 현재 규모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어쩌면 그 시기가 2060년대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저자: 마이클 베클리, 할 브랜즈)’ 中
올 초 번역되어 나온 책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마이클 베클리 미국 터프츠대 정치학 부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교수의 공저죠. 브랜즈가 미 국방부 전략기획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인사란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지만, ‘피크차이나’ 개념을 처음으로 내세운 책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은 전년보다 감소한 20%(명목 GDP 기준)로 집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의 비중 축소는 199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1994년의 하락은 중국이 새 환율 제도를 도입하면서 잠시 혼란이 벌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죠). 피크차이나를 가져온 일차적인 요인은 여타 국가보다 훨씬 강력하게 펼친 ‘제로 코로나 정책’과 그로 인해 오랫동안 중국 경제를 이끌어온 소비가 급격하게 꺾여버린 탓입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이 진짜 요인”이라고 속삭입니다. 한 중국학자는 “앞으로 10년 동안 모든 것이 시진핑의 의지대로 움직일 것이고, 그게 중국 경제의 최고 리스크”라고 단언했습니다. 당장의 모습도 그렇지만 미래가 불안정하다는 점도 ‘피크차이나’론에 힘을 싣는 요인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1.09로 한국의 0.778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이 유행했던 부동산 시장은 만신창이가 됐고, 매년 쏟아져 나올 1200만명 이상의 대학생을 받아줄 기업도 없다는 전망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묘하게 중국 얘기인지, 한국 얘기인지 헷갈립니다. 실제 우리가 ‘피크차이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피크코리아’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최근 일본 한 경제지가 ‘한국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피크차이나를 얘기하지만, 한국이 다른 나라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죠. OECD는 “올해 1.9%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1.7%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으며 인구 절벽에 의한 노동력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죠. 심지어 KDI(한국개발연구원)는 현재 생산성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 잠재성장률이 2050년에는 0%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고요.
‘피크차이나’로 인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의 실용적 외교 노선이 좌초할 위험에 처해 있는 판에 ‘피크코리아’까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니, 2024년을 앞두고 희망의 나래는커녕 마음이 극히 무겁습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9호 (2023.12.20~2023.1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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