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눈물 냄새만 맡았는데…남성들 '이것'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실험
눈물냄새 맡은 男, 공격적 행동 44%감소

다른 사람의 눈물 냄새가 남성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같은 결과를 얻은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노암 소벨 신경생물학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타인의 눈물 냄새를 맡은 남성은 공격적 행동이 4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SBS '마이데몬' 예고영상 캡처]

소벨 교수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여성의 눈물 냄새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행동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눈물의 영향력을 파악하는 데에 주력했다. 우선 연구를 위해 슬픈 영화를 본 여성들이 흘린 눈물을 모았다. 성별을 특정해서 눈물을 기증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 여성이 실험에 지원했고, 이들 중 특히 눈물을 많이 흘린 여성 6명이 기증자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이들로부터 수집한 눈물과 식염수의 냄새를 남성 31명에게 맡게 했다. 남성들은 두 가지 냄새를 맡은 다음 부당하게 점수를 깎아 일부러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도록 만들어진 컴퓨터 게임을 했다. 남성들은 식염수 냄새를 맡았을 때보다 눈물 냄새를 맡았을 때 게임에서 응징과 같은 형태의 공격적 행동을 43.7% 덜 나타냈다.

뇌 촬영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눈물 냄새를 맡은 사람들의 뇌에서는 공격성과 관련된 뇌 신경망 활동이 더 낮았다. 또 뇌 내 냄새를 다루는 영역과 공격성을 관장하는 영역 간의 기능적 연결성도 더 높게 나타났다.

소벨 교수는 "공격성 감소는 인상적이었고 진짜로 보였다"며 "눈물 속에 든 물질이 무엇이든 그것은 실제로 공격성을 낮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공격성을 감소시키는 인간 눈물 속의 물질이 공격에 취약한 아기들을 보호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벨 교수는 "아기들은 '내게 공격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며 "아기의 의사소통 능력은 매우 제한돼있고 무력하기 때문에 공격성을 낮춰야 할 확정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실렸다.

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의 아트 핑에르후츠 명예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눈물이 어떤 식으로든 공격성을 억제하는 것은 타당하다"며 "영유아가 신체적 학대 위험에 취약하다는 것은 상식이므로, (눈물은) 그들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리버풀 존무어스대학의 심리학자 미나 라이언스 박사는 눈물에 의한 공격성 감소가 놀랍다면서도 "실제로는 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정폭력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눈물은 가해자의 공격성을 낮추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울음의 사회적 맥락은 대단히 복잡하므로 공격성의 감소는 눈물의 여러 잠재적 기능 중 하나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