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나누러 왔어요~” 화이트 크리스마스, 헌혈센터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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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거리에 소복이 쌓인 24일.
윤효주(28)씨는 남자친구에게 "우리 헌혈하러 갈래?"라고 물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헌혈을 마친 윤씨 가슴엔 'My First(마이 퍼스트)'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첫 헌혈의 긴장도 잠시, 윤씨는 환하게 웃으며 "헌혈을 잘 마쳤으니 삼겹살 먹으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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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거리에 소복이 쌓인 24일. 윤효주(28)씨는 남자친구에게 “우리 헌혈하러 갈래?”라고 물었다. 이전엔 헌혈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평소 겁이 많아 주삿바늘을 무서워했던 윤씨는 크리스마스여서인지 용기가 났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헌혈의 집 강남센터는 오전 일찍부터 침대 10개에 헌혈자가 가득 차 있었다. 한 사람이 일어서면 다른 헌혈자가 자리를 채웠다. 잠시 기다렸다가 헌혈을 마친 윤씨 가슴엔 ‘My First(마이 퍼스트)’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첫 헌혈자에게만 붙이는 스티커”라고 했다. 첫 헌혈의 긴장도 잠시, 윤씨는 환하게 웃으며 “헌혈을 잘 마쳤으니 삼겹살 먹으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때 주춤했던 헌혈 건수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살아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적혈구제제 보유 현황에 따르면 이달 하루 평균 2만9842유닛이던 적혈구제제는 성탄 전날인 이날 3만3168유닛까지 오르는 등 이달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말 이웃과 정을 나누기 위한 온정이 헌혈 동참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시즌은 연중 헌혈 건수가 가장 많다”며 “이번 달 말에는 특히 집계 건수가 크게 늘 것 같다”고 말했다.
헌혈자가 몰리면서 헌혈의집 관계자들도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연휴 근무가 일상이 됐다. 이날도 센터에는 간호사 6명이 쉴 틈 없이 바삐 움직였다. 이승아 헌혈의집 강남센터장은 26년째 근무 중인데 13번의 크리스마스이브에 채혈을 하기 위해 출근했다. 그는 “헌혈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이고,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는 특별한 봉사”라며 “이브에 헌혈자가 많은 것도 이 의미를 마음으로 느끼기 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날 헌혈의집을 찾은 이 중에는 지금까지 헌혈 횟수가 136회에 달하는 봉사자도 있었다. 현재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부사관 이재성(48)씨는 코로나 시기에 헌혈 횟수를 더 늘렸다고 했다. 사람들이 감염을 우려해 헌혈을 꺼릴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이후 헌혈 건수가 급감했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68만건에 달했던 헌혈 건수는 2020~2021년 240만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244만건으로 회복 조짐을 보였고 올해 이달 21일 기준 246만건까지 회복됐다.
희소한 혈액형을 갖고 있어 더 적극적으로 봉사에 나서는 이웃도 있다. 헌혈에 나선 최은아(27)씨는 RH-혈액 보유자다. 최씨는 헌혈 관련 카페에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해두고 있다. 혹시라도 병원에서 긴급하게 RH-혈액이 필요하면 최씨가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요청이 없었는데도 최씨는 헌혈에 나섰다. 최씨는 “원래 크리스마스이브는 남들에게 선물 주는 날 아닌가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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