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용인'의 '용' 빠졌다…한동훈 등판에 힘빠진 '이준석 신당'

전민구 2023. 12. 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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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공동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12월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의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하면서 주목도가 떨어진 데다 핵심 측근의 합류 역시 불발된 탓이다.

이 전 대표는 3·8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멤버를 중심으로 그동안 신당 추진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인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대열에서 이탈했다. 지난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그는 “저는 탈당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서 말씀드렸다”며 “이준석 전 대표와 천아인과의 관계가 굉장히 가슴이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제 원칙에 맞는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아용인’에서 ‘용’이 빠진 것이다. 그는 한동훈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입성이 확정된 뒤 ‘천아인’과는 다른 결의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 22일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alookso)’에 “국민 판단에 맡길 줄 아는 민생 중심의 정치를 한동훈 비대위가 해내길 바란다”며 “한동훈 지명자의 스마트함이 민생 문제 해결에서 빛나길 고대한다”고 적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을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천아용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이준석 전 대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당협위원장. 뉴스1


경기 포천-가평 출마를 노리는 김 전 최고위원으로선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등장하며 탈당 유인이 줄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색이 강한 지역구인 만큼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성탄절 연휴 사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이 전 대표 입장에선 신당 출범도 전에 인재 풀이 줄어든 악재다.

여권의 지형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이준석 신당’의 명분이 줄었다는 분석도 여권에선 나온다. 정광재 대변인은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서 당의 쇄신과 혁신을 얘기할 텐데, 이걸 듣지 않고 탈당하겠다고 하면 어불성설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한 전 장관의 등판으로 여권 주류의 혁신 의지가 선명해졌다”며 “한 전 장관이 기성 정치인과 다른 대답을 내놓을수록 이 전 대표와 같은 당내 비토 세력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지지율 견인에 집중하려 할 만큼 주요 공략 대상이 겹치는 이 전 대표 입장에선 부담이 커진다는 해석도 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 박수를 받으며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예고한 탈당일(27일)보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시기적으로 늦다는 점도 이 전 대표로선 긍정적이지 않은 변수다. 허은아 의원은 27일 국회 기자실(소통관)에 ‘제22대 총선 관련 기자회견’을 예약해놨다. 반면 한동훈 비대위는 26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29일 공식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공식 비대위 출범 전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를 만나는 것은 무리”란 주장이 나온다. 실제 이 전 대표 측은 24일 “아직 한 전 장관 측과 당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밝혔다. 영남권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당 명분 쌓기든 당내 지분 요구든 이 전 대표 입장에선 한 전 장관과의 만남이 중요하다”며 “탈당 전 회동이 불발될 가능성이 큰 건 이 전 대표에게는 악재”라고 말했다.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난 것도 이 전 대표 입장에선 불리한 여건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표(이준석)와 원내대표(김기현)로 호흡을 맞춘 김 전 대표와 달리 한 전 장관과 이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신뢰를 갖고 소통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게 여권의 평가다. 게다가 28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려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한 전 장관과 이 전 대표의 입장 차이가 크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 “영부인이 직접 (영상에) 잡히는 충격적인 상황인데도 함정 취재라거나 몰카라며 방어한다”며 “국민 수준을 너무 얕게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해당 논란에 대해 “내용을 보면 몰카 공작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선 두 사람이 당장은 결별하더라도 “총선 직전 여권의 지지율에 따라 다시 힘을 모을 가능성도 있다”(국민의힘 수도권 의원)는 분석도 여전하다. 일단 헤어졌다가 보수세력 대결집의 형식으로 뭉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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