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의 정수 보여준 임시완 “병태 연기하면서 숨통 트여”
한껏 입꼬리를 늘어트리고 삐죽거리며 우는 모습 하며, 배바지를 하고 머리에 덕지덕지 기름칠을 해 가르마를 탄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온양 찌질이’ 병태가 아닌 적이 없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를 통해 인생 첫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임시완은 시리즈 내내 병태 그 자체로 존재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원래 코믹 연기에 욕심이 있었다”며 “코미디 장르는 처음이라 부담감이 있어서 더 철저히, 오랜 시간 준비했는데, 현장에서 보조출연자들이 저를 보면서 웃으시더라. 내 얼굴만 봐도 웃는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했다. 그때 제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임시완은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왔다. 배역도 어느 하나에 치우치기보단 지능적이고 소름 끼치는 악역부터 선하고 부드러운 역할까지 다채롭게 맡았다. 가끔 우유부단하거나 폭력을 당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던 그였기에, 덜떨어지고 모자란 배역은 병태가 처음이었다.
“‘소년시대’는 제게 도전이었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작품 선택을 쉽게 한 것은 아닐테다. 큰 부담을 느끼면서도 코미디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임시완은 “위트의 힘이라는 걸 살아가면서 많이 배웠다. 드라마나 영화의 메시지를 전할 때도 위트나 코미디가 적재적소에 들어가면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코미디에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제대로 코미디를 다루는 이명우 감독님을 만나게 돼서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용기를 내어 병태를 맞이한 임시완은 병태를 연기하며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보통은 제가 실제로 가진 능력보다 더 높은 능력의 직업이나 역할을 맡을 때가 많아서 정서적으로 그걸 따라가기 바빴는데, 저보다 더 모자란 애를 연기하니까 너무 쉽더라”며 “백호(이시우)에게 상납할 2만원을 모아야 하는데 1만8300원을 모았으면 1700원이 모자란 것 아닌가. 근데 2700원이 모자라다고 말해도 말이 되는 캐릭터였다. 그런 것에서 숨통이 트이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모범생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찌질이로 완벽히 탈바꿈한 그에게 병태를 어떤 인물로 해석했느냐고 묻자 “주변에서 보면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절반이라도 갈텐데 꼭 저 말을 해야할까’하는 사람이 있더라. 그런 데서 착안했다”고 답했다. 시리즈 초반, 교실에서 선생님께 일진 무리가 혼난 뒤 “웃은 새끼들 다 나와”하는 장면에서 병태가 “나는 안 웃었는디”라고 말하다 되레 웃어서 화장실로 끌려가는 장면엔 임시완의 아이디어가 담겼다. 일진들에게 “느그들이 (영어) 발음을 이상하게 했잖여!”라고 따지는 대사는 원래 없었지만 ‘맞아도 싸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임시완이 이 감독에게 제안해 바뀌었다고 한다.
임시완은 병태를 연기하며 자신의 학창시절과도 맞닿은 지점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병태랑 저랑 정서가 맞닿은 부분이 많더라. 제 속에 타고난 찌질함, 찐따미가 있는 것 같다”며 “그걸 감출 수 있었던 건 감투 덕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부터 반장, 부반장을 계속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감투로 감추면서 지내왔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고 말했다.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병태를 통해 많은 시청자가 웃고 또 위로받았지만, 임시완 본인도 병태와 친구들을 통해 위로받았다. 임시완은 “찌질이 6인방이 백호에게 상납할 돈을 모으는데, 이 친구들이 절대 자기 몫을 챙기지 않고 온전히 병태에게 몰아주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우정과 따뜻함을 느꼈다”며 “호석이(이상진)와 병실에서 부둥켜안는 장면에선 상진 배우에게 의지도 되고 에너지도 많이 받았다”고 돌이켰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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