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풍랑이 잡았다…1000억대 코인자산가 '존버킴'의 추락
암호화폐 코인업계에선 1000억원대 자산가이자 일명 ‘존버킴’으로 알려진 박모(42)씨. 그는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려다가 전남 신안군 홍도 인근 해상에서 체포된 뒤 22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올해 2월만 해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정판 하이퍼카인 라페라리 사진을 올리며 재력을 과시하던 그는 왜 갑자기 추락하게 된 걸까.
법조계에 따르면 박씨는 당초 지난 19일 해양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된 뒤 밀항 시도에 관해 부인하다가 지난 22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선 입장을 번복해 밀항 시도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법원은 하지만 박씨가 혐의를 단순 시인한 것이라 다시 번복할 수 있고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박씨 등 3명에 관해 5가지 이유를 들어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박씨가 코인 시세조종 사기 사건에 연루돼 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진 점 ▶출국금지 연장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낸 뒤 기각되자 밀항을 시도한 점 ▶박씨 등이 사전에 치밀하게 말을 맞춰 범행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자백한 점 ▶석방하면 다시 도주할 우려가 있는 점 ▶박씨가 연루된 사건의 범행 자체가 중대하고 재범 위험성이 있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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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으로 1000억대 자산 형성”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에 사는 박씨는 가상자산 시세조종(MM·Market Maker)업자로 활동해오면서 1000억 원대 자산을 형성했다고 한다. “올 초만 해도 본인이 직접 하이퍼카 사진을 올리면서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한 거래소 임직원의 코인 상장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MM업자인 박씨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박씨는 별도로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건에서도 참고인 신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풍랑 등 기상이 악화하면서 E호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해경의 추적이 시작됐다. E호가 연락이 되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여수어선안전조업국이 신고한 것이다. 해경은 폐쇄회로TV(CCTV)등을 확인해 박씨가 E호에 승선하기 전 내린 흰색 승합차를 파악하고 추적에 나섰다. 지난 19일 경북 구미시에서 범행 당시 렌터카를 운전하던 B씨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해상에서 박씨 등이 타고 있던 E호를 발견하고 홍도로 상륙시켜 체포한 뒤 다음날 목포해경으로 호송했다. 지난 21일 목포해경은 박씨와 이 선장, 김씨 등에 대해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경은 밀항 알선책 A씨와 박씨가 밀항을 의뢰한 브로커를 추적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선 박씨의 밀항 시도가 최근 시세조종업자 등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달 24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퓨리에버 코인 발행사 대표 이모(58)씨와 시세조종 업자 류모(48)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코인 컨설팅업체 대표, 브로커, 시세조종 기술자 등 사건 관계자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들이 미세먼지 저감 사업 등을 명목으로 퓨리에버 코인을 발행하고, 이후 허위 공시와 시세조종을 통해 피해자 6100명으로부터 약 210억원을 편취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퓨리에버 코인 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시세조종업자들이 관여한 다른 코인사기 건에 박씨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 시세조종 업자들에 대한 잇따른 기소에 박씨가 위기감을 느껴 밀항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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