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네타냐후 통화했지만…가자지구, 휴전없는 '총성 성탄'

이승호 2023. 12. 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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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 교회에 설치된 예수 탄생 관련 조형물. 건물 잔해와 철조망 사이에서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가자지구 전쟁 피해를 애도하는 의미를 담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도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격렬한 전투로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2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성탄 휴전'을 요구하진 않았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진행 중인 군사작전의 목표와 단계적 이행을 주로 논의했다. ‘단계적 이행’이란 기존의 전면전에서 저강도 전쟁으로 무력 사용 수준을 낮추는 것을 뜻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전투가 계속되는 지역으로부터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미국은 이스라엘에 저강도 전쟁 전환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난 후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가 2만명(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당국 발표 기준)을 넘기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측이 작전에 투입하는 병력을 줄이는 한편 하마스 부대원만을 겨냥한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을 통해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민간인 희생 막자"면서, 휴전 요구는 "노"


2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탄절 연휴를 맞아 백악관에서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앞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에서 나오는 즉각적인 휴전 요구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네타냐후에게) 휴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통화 후 “가자지구에서의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가자지구 민간인의 희생이 너무 큰 만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휴전을 하자는 서방 주요국들의 입장과 다르다. 전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책임을 규명하고,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테러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미국·이스라엘은 '휴전이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 단체가 부대 재편성과 재무장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준다'며 휴전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인 22일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은 미국 등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았다.


커지는 인명피해…침울한 베들레헴


이스라엘 육군 탱크가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돌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선 계속된 전투로 인명피해가 계속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를 완전히 통제한다는 목표 아래 자발리아 마을 등지에서 탱크를 몰고 포탄을 발사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날 가자시티 인근 폭격으로 UNDP의 베테랑 구호 담당 직원인 이삼 알무그라비(56)와 그의 아내 라미아(53), 13∼32세인 자녀 5명, 이들의 대가족까지 7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10월 7일 이후 사망자가 2만258명이라고 밝혔다.

예수 탄생지인 요르단강 서안 도시 베들레헴도 슬픔과 애도의 도시가 됐다. 서안지구의 지배적 종교인 이슬람교와 유대교는 성탄절을 기리지 않지만, 예수 탄생지인 이곳엔 해마다 전 세계에서 성탄절을 축복하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ㆍ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올해는 가자지구 전쟁 여파로 행사가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베들레헴의 기독교 공동체도 "축제 분위기를 지양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매년 평균 외국인 관광객 150만~200만명이 방문했으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관광객도 거의 끊겼다.


후티·이란 공격에 불안한 바닷길


지난 22일 예멘 사나에서 미국의 홍해 선박 수호 작전 발표에 항의해 열린 집회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해와 인도양 등 중동 일대 바닷길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23일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은 홍해 상에서 미 군함과 민간 선박을 향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을 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3∼8시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전단 소속 라분 구축함이 홍해 남부를 순찰하던 중 후티 반군의 통제 지역에서 날아오던 드론 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날 오후 8시쯤에도 홍해 남부에서 노르웨이 유조선, 가봉 소유 유조선 2대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 두 공격은 10월 17일 이후 홍해상 민간 선박에 대해 발생한 14·15차 공격이다.

인도양에서도 상선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미 국방부는 이날 인도 해안에서 약 370㎞ 떨어진 인도양에서 일본 소유의 화학제품 운반선이 이란에서 날아온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선상에 잠시 화재가 발생했으나 곧 진화됐다. 미 국방부는 이는 2021년 이후 이란의 7번째 상선 공격이라고 밝혔다.

22일 이집트 이스마일리아에서 해운사 MSC 소속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홍해를 향해 항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은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본다. 애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22일 “이란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후티 반군의) 작전을 계획하는데 깊이 관여하고, 이란의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부 차관은 “후티 반군은 자체적인 권력 도구를 갖고 있으며 그들의 결정과 능력에 따라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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