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임신 97일에 90만원" 中 MZ 푹 빠진 '웃픈' 가상 저축법
중국 2000년대생 딩(丁) 씨는 요즘 '상상 임신 저축 게임'에 푹 빠져 있다. 자신이 임신했다고 상상하면서 하루하루 관련 비용을 저축하는 놀이다.
'임신테스트기 30위안, 엽산 25위안, 산전검사비 300위안, 임신 수첩 140위안, 영양보조제 60위안 …', 이런 식이다.
지난 9월 17일 딩 씨는 중국판 인스타그램 격인 샤오훙수(小紅書) 계정의 이름을 “가상의 아이 키우기 저축(假裝養娃存錢)”으로 바꿨다. 지난 23일 상상 임신 97일째를 맞은 딩 씨의 실제 은행 계좌에는 4945위안(약 90만원)이 모였다. 입소문에다 중국 매체들의 보도까지 더 해 딩 씨의 팔로워는 3만8000명으로 늘었다.
최근 중국 젊은 MZ 세대 사이에 ‘상상 저축법’이 인기다. 임신, 애완동물 키우기, 망국의 공주 역할극 등 다양한 상상의 세계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 필요한 ‘비용’을 현실에서 소액으로 저축하는 일종의 상황극 저축 게임이다. 저축의 스토리는 다양하다. 사랑 이야기, 타임슬립, 역사극, 공상과학, 모험 등 주제에 따라 다양한 삶을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가상의 주인공을 위해 돈을 모으고 그 돈을 실제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입금해 돈을 모은다.
“저축이 소설 읽기처럼 재미있다”는 댓글이 달리는 등 이런 저축 행태를 지켜보는 관찰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23일까지 샤오훙수에 올라온 ‘상상저축(假裝存錢)’ 관련 콘텐트는 2400만 클릭을 기록했다. 리뷰 사이트인 더우반(豆瓣)의 저축 정보 공유 커뮤니티인 ‘쌍신빙쾅짠첸샤오쭈(喪心病狂攢錢小組)’는 회원 수가 62만명을 돌파했다. 300위안(5만5000원)으로 한 달 살기, 노트북 10년 쓰기 등 각종 절약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저축 챌린지 중 하나인 ‘상상 양로 저축법’엔 한국 영화배우 나문희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트콤 코미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유쾌한 노부인으로 출연한 배우 나문희를 따라 돈을 저축하는 게임이다.
이런 ‘가상 저축법’의 유행엔 중국의 젊은이들이 경제관념을 키우고 저축에 관심을 갖게 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적 고충이 반영돼 있다고 홍콩 봉황망은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경제 부진이 가중되고 치솟는 청년 실업률에 직면하게 된 MZ세대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저축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컨설팅업체인 매켄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9년까지 태어난 중국 젊은이들 가운데 언젠가 자기 명의의 집을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절반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청년보는 지난 12일 “유치해 보이는 상상 저축에는 중국 젊은이의 재무 관념과 생활 방식에 미묘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점을 반영한다”며 “‘상상 저축법’ 유행이 오래 지속할 것 같지 않지만 젊은 세대에게 절약과 저축 습관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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