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시대변화 맞춰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이보환 2023. 12.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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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수원 단양군새마을회장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보환 기자]

 
▲ 오수원 단양군새마을회장 단양군새마을회장 7년, 공직생활을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 이보환
만남과 인연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좀 어려운 부탁을 해도 거절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존재. 오수원 단양군새마을회장 사전에 안된다는 말은 없다. 최소한 충북 단양군에서는 그렇게 통한다.

오 회장은 단양군청 공무원을 그만둔 지 10년이 넘었지만 후배 공무원들이 자주 찾고, 선배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하다.

단양군에서 4급 서기관으로 퇴직한 뒤 7년 째 단양군새마을회를 이끌고 있는 오 회장을 만났다.  

그가 갖고 있는 스토리는 많다. 한번도 하기 힘들다는 공보계장(현 홍보팀장)을 2번씩이나 맡은 일. 1994년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충주호유람선 화재 당시 경향각지에서 온 기자 수백 명을 뒷바라지했다는 전설.

2023년 크리스마스 전날 단양군새마을회 사무실에서 회장님을 만났다.

-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아직도 바쁘게 삽니다. 사회적기업 지크린 대표이사, 단양군새마을회장으로 제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휴일 아침이면 테니스 치고 막걸리 한잔, 순댓국을 먹어요. 요즘도 10여 명 공무원 후배들과 어울리는데 땀흘리고 먹는 아침 식사 자리가 가장 행복합니다."

- 새마을회장은 언제 맡으신 건가요?

"2016년 장필영 회장의 잔여 임기 1년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3년 짜리 회장을 두차례 연임하고 있으니까 7년째입니다. 내년초 후임 회장께 바통을 넘기면 제 임무는 모두 끝나는 겁니다."

- 잘 알지는 못하지만, 회장을 하려면 출연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전 고 김재호 회장님 당시에는 상당히 많은 액수의 경비를 지출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맡고 나서는 연간 800만 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1년에 400만 원씩 냅니다. 부녀회장, 직장협의회장, 문고회장, 지도자협의회장도 연간 100만 원씩 부담합니다. 사무국도 운영하고 마을마다 조직된 단체를 꾸리다보니까 항상 어려운 것이 비용이지요."

- 취임 이후 새마을회 봉사자들의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고 들었습니다. 

"단양군에서 그만큼 많이 신경써주신 거죠. 예전 직원이나 회원들이 교육을 가려고 해도 차량 한 대가 없었습니다. 승합차를 구입해줘서 중앙회 교육이나 봉사활동 때 요긴하게 사용합니다. 요즘에는 다른 시군에서도 업무용 차량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어요. 1년 동안 고생한 새마을지도자 등 회원들을 격려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워크숍도 연말에 엽니다. 읍면에 창고를 하나씩 마련해줘서 풀베기 등에 사용하는 기계장비도 보관합니다."

- 새마을운동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보시는지요.

"몇년전부터 문고협의회와 직장협의회에서 학생들을 위한 독서골든벨을 하구요. 청소년과 함께 체험학습을 다녀옵니다. 각각 1천만 원을 들여서 한 사업인데 농촌지역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같은 일이죠. 최근 청년연대라는 새마을 청년조직을 만들었는데요. 좋은 프로그램, 아이템을 갖고 오면 새마을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새마을운동은 시대변화에 맞춰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 새마을회가 관변단체라는 인식도 있잖아요?

"관변단체라는 뜻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순수 봉사단체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회원들 보면, 이른바 몸으로 때우는 일에 익숙합니다. 부녀회는 행사장마다 밥장사하고 영농철에는 일손돕기, 재해나면 구호활동, 겨울이면 연탄봉사로 바쁩니다. 피서철 다리안관광지에서 관광객에게 책을 대여해줍니다. 지역을 위해 필요한 일에는 새마을가족이 가장 먼저 나섭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새마을지도자를 '월급 안받는 공무원'이라고 말씀했잖아요."

- 개인적은 질문을 해볼게요. 충주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단양에는 어떻게 오신 건가요?

"고등학교까지 고향인 충주에서 생활했습니다. 강원도 인제에서 국가직 8급 산림공무원으로 근무하다 1985년 단양군으로 전출왔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9급으로 옮겼는데 이후 2년만에 7급까지 올라갔어요. 나중에 행정직으로 바꿔 문화공보실에 근무하다 1994년 공보계장을 맡게 되었죠."

-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강임(降任)하는게 흔한 일은 아니었죠.

"그렇죠. 그래도 임업직과 농림직이 합쳐지면서 곧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 벌목업자의 행정 불신이 대단했습니다. 벌기량(cutting age)이 차면 벌채 허가를 내줄 수 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사업자와 간담회를 하고 과장님께 보고해서 허가를 내준 기억이 납니다."

- 그때부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을 하셨네요.

"지금도 그렇지만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문제라는 건 반드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단 말이구요. 어려움은 많은 사람이 모여 머리를 맞대면 해결됩니다. 포기하는게 젤 큰 문제죠."

- 충주호유람선 화재사건 이야기 좀 부탁드립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지요. 많은 분들이 유명을 달리하구요. 당시 저는 공보계장이었습니다. 전국에서 기자들이 300명 이상 내려왔는데 취재한 내용을 송고할 수 있도록 통신망을 확보해주는 게 가장 큰일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보편화된 상태가 아니었으니까요. 아침이면 치약, 칫솔, 속옷을 전달해주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충북도청 안창국 공보관이 '당신이 충북도 공보관'이란 말도 했습니다."

- 자가용 차량을 일찍 사셨다구요?

"현대차 포니였는데 일반 공무원 가운데 가장 먼저였어요. 1987년 쯤으로 기억하는데 기자분들의 취재를 많이 도와드렸죠. 어떤 분들은 아예 키를 갖고 운전하고 다녔고, 버스타고 오는 기자들은 터미널까지 배웅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가족같은 생활이었습니다."

- 어려움도 많았지요?

"공직생활 중 기자들과 싸우기도 많이 했어요. 서로 입장차이였는데 나중에는 단양군을 도와주는 우군으로 변했지요. 인과응보 즉, 하는 것 만큼 나에게 돌아온다고 믿습니다. 다 지나간 추억이지만, 마이너스 통장 메꾸느라 아내 눈치도 많이 봤습니다."

- 그런 공보계장을 두번 맡으셨다구요?

"저는 1999년 홍보계장을 또다시 했습니다. 처음보다는 수월했습니다. 2004년 행정계장으로 갔다가 사무관으로 승진해서 재난안전과장, 수중보추진단장, 재무과장을 맡았습니다. 2009년 서기관자리인 생활복지여성과장으로 1년 근무하다 퇴직했습니다.벌써 13년 전 일이네요. 언론인들의 도움으로 공직생활을 잘 마쳤습니다."

- 현재 사회적기업 대표도 맡고 계시죠?

"지크린이라는 회사로 일반청소, 방역을 하는데 15명이 함께 근무합니다. 10년 정도 운영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어려움도 겪었어요. 새마을회장 그만두면 지크린에 올인할 생각입니다. 취약계층 일자리 차원에서도 회사 유지가 절실합니다."

- 한해가 저뭅니다. 새해 바람이 있다면?

"사회적으로는 보다 너그럽고 편안한 새해를 소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마흔살 짜리 작은 아들의 결혼을 바라구요. 손주 등 가족들의 건강이 제일이죠. 집보다 바깥 일에 바빴던 저를 뒷바리지해준 아내 이난영씨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새마을회장 임기 끝나면 집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 제천단양뉴스와 독자에게도 한말씀 해주세요.

"세돌을 맞은 것, 함께 기뻐하구요. 지금처럼 평범한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싣는 사랑방 역할에 충실하길 바랍니다. 앞으로 필진, 독자들이 직접 만나는 행사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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