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틱 없는 신용카드·흑백 가족사진…65년 전 잃어버린 지갑 어떻게 찾았나

지갑 주인은 18년 전 사망
딸 "어머니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

미국에서 한 여성이 1950년대에 영화관에서 잃어버렸던 지갑이 65년 만에 발견돼 후손 품으로 돌아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플라자 극장은 지난 10월 화장실 보수공사를 진행하며 벽을 허물다가 빛바랜 포도주색 지갑을 발견했다. 1958년에 주인 손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갑 안에는 1959년식 쉐보레 자동차 경품 응모권, 마그네틱 선이 없는 초창기 신용카드, 흑백 가족사진, 주유소 영수증, 진료 예약증, 도서관 카드 등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플라자 극장에서 최근 65년 만에 발견돼 주인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간 지갑[이미지출처=연합뉴스]

플라자 극장은 현재 애틀랜타에서 운영 중인 영화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이자 이 도시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공사 과정에서 오랜 팝콘 진열대나 이제는 나오지 않는 양주병 등 온갖 오래된 물건들이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65년 만에 빛을 본 이 지갑을 발견한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극장주인 크리스 에스코바르는 "지갑은 과거로 가는 '입구'였다"며 "이 근처에서 살았던 사람이 잃어버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말했다. 에스코바르는 아내 니콜과 함께 지갑 안에 있던 면허증에 적힌 이름 '플로이 컬브레스'를 토대로 주인 찾기에 돌입했다.

니콜은 인터넷 검색으로 플로이의 남편 로이 컬브레스의 부고 기사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컬브레스 가족의 자취를 차례로 발견할 수 있었다. 플로이는 애틀랜타에 뇌성마비 아동을 위한 최초의 보육센터를 설립한 '연합 뇌성마비 애틀랜타 지부'의 창립 멤버였다. 또 컬브레스 부부의 손자녀들은 조부모의 기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년 10월 '컬브레스 컵'이라는 자선 골프대회를 열고 있었다. 에스코바르는 마침내 플로이의 딸인 테아 체임벌린과 연락이 닿았다.

현지 지역 매체 등에 따르면 지갑 주인인 플로이는 2005년 8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의 딸인 체임벌린은 극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모친이 1958년 지갑을 잃어버렸을 당시 여섯 살이던 그는 올해 71세가 됐다.

체임벌린은 지갑과 안에 든 물건들이 어머니의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65년 만에 어머니의 지갑을 되찾은 것이 "매우 감동적"이라면서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와 되살아났고 마치 어머니가 살아 돌아온 것 같았다"고 감격했다. 최근 플로이의 후손들은 지갑을 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일곱살, 다섯살 난 두 손주와 함께 어머니의 흔적을 살펴본 체임벌린은 "아주 특별한 순간이었다. 손주들도 이 물건들이 소중한 것임을 안다"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