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 태양광, 시작은 여기에서부터"

지현영 2023. 12. 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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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 그 중심에 가다_국내편⑤] 농촌의 에너지 전환은 정의롭게 이뤄져야 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11월 29일~30일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며 활동하고 있는 경북 봉화와 충남 대전, 충북 괴산의 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활동과 의미, 그리고 지역의 고민들을 총 5회에 걸쳐 독자에게 전합니다 <기자말>

[지현영]

"그런데 영농형 태양광은 왜 안되는 거예요?" 

요즘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연구하며 고심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건네자 지인이 묻는다. 그러게. 에너지와 식량을 동시에 얻어 일거양득, 일석이조라는 영농형 태양광은 왜 8년이 넘도록 확산되지 못하고 있을까?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나 또한 그랬다. 영농형 태양광이 경제성을 갖기 어려운 몇 가지 장애요인만 제도적, 정책적으로 해결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영농형 태양광의 무대인 농촌사회로 한걸음씩 걸어 들어갈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전남 보성군 보성읍 옥암리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 녹색전환연구소
한국의 농촌사회는 기후위기, 식량위기, 지역 소멸위기라는 굵직한 문제가 얽혀 있는 공간이다. 기후위기로 재해는 갈수록 빈번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 한 해 한 해 경작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시에 농지는 계속 줄어들고, 인구 고령화, 인구 부족이라는 문제 또한 깊어지고 있다. 

2023년 농가인구는 216만 명으로, 그 절반이 65세 이상이다. 대한민국 5천만 명 인구가 4%에 불과한 그들의 손을 빌려 밥을 먹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폭등하는데, 농민들의 생계는 퍽퍽해진다. 2022년 농사를 지어 얻는 평균 소득이 연간 949만 원이었다. 일년 농사로 천 만원이 안 되는 수익을 버는데, 농가 경영비는 계속 증가한다. 농민 10명 중 7명이 생계유지가 어려워 농사 중단을 고민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쏠쏠한 농외소득으로 농민들을 붙잡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자기 자본을 활용해 영농형 태양광으로 100kW를 생산하는 경우 연평균 순편익이 911만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영농형 태양광 설치비 1억9천만 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방안을 만들고, 현재 최대 8년 밖에 운영할 수 없는 농지법을 개정해 일시사용전용허가 기간을 20년까지 늘리며, 안정적인 발전수익이 보전될 수 있도록 발전차액보전제도(FIT)를 부활시켜, 자기 논밭을 가지고 있는 농민들이 영농형 태양광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고 한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자기 논밭에서 스스로 농사를 짓는 자경농의 비율은 점점 줄어, 임차농민의 비율이 50%에 이른다. 임차농의 입장에서도 태양광으로 농지를 덮는 것보다 농사를 유지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닌가 하지만, 영농형 태양광 설비는 영농 활동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부지 임대료를 높이는 위협요인이다. 

게다가 태양광 패널이 차지하는 면적으로 경지 면적이 줄어들고, 농작물에 따라 수확량이 감소하기도 한다. 예컨대 쌀의 경우 수확량이 평균적으로 20% 감소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차농들은 영농형 태양광을 반대한다. 그렇다면 땅을 가진 농민들이 임차농들과 대척하며 너도 나도 영농형 태양광에 나서겠다는 분위기인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 동안 외부 개발자에 의해 농촌으로 밀려들어온 태양광에 대한 인식이 워낙 안 좋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는 농촌과 산촌, 어촌에서 확대되어 왔다. 해외의 모범사례처럼 농민, 어민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하고자 나선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돈을 벌고자 하는 민간자본이 지가가 싼 땅을 찾아 들어온 것이다. 
 
 지역별 태양광 발전소 누적 설치현황
ⓒ 재생에너지클라우드플랫폼
이로 인한 갈등과 민원이 심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격거리 규제를 우후죽순 만들었다. 빠른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산지가 대부분인 국내의 여건상 농지를 활용해 태양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이격거리 규정을 불합리한 것으로 몰아세우나, 현장의 고충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사정들이 있다. 

경관 피해라는 고충에 대해서도 도시민의 관점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피해가 갖춰야 할 구체성, 손해 등의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고 하나,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상실의 역사라는 문화적, 맥락적 관점을 따져보면, 내 고향 산촌에 어느 날 들어선 태양광은 공간 수탈의 치욕을 매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격거리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정을 두루 살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농촌에서 생산된 에너지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사용하게 되는데, 이 문제를 피하지 않고 대화해나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도시의 공간에서도 치열하게 에너지 전환을 해내야 한다. 

여담으로, 연구 과정에 답답해 국내 골프장 면적을 찾아보았다. 2022년 전국 골프장 면적은 507㎢로 서울시의 84%에 달한다. 2030년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태양광은 51.4GW라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678.5㎢(서울시의 1.1배)가 필요하다. 막말로 골프장 면적만 태양광 부지로 전환한다면, 우리는 농지의 몇 퍼센트를 태양광에 할애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농민들이 이러한 질문을 던질 때 우리 사회는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있기는 하나, 기후위기를 심화시킨 원인을 따지면, 공업화, 산업화된 '도시'의 기여도가 훨씬 클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며 기후위기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그 방식과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다. 그런데 그 해결의 모색 또한 정의롭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에는 대응하는 것일지 모르나, 그 안의 부정의는 여전히 답보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외부 개발자에 의해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농사가 가능하다는 측면이 그 동안 농촌태양광이 가졌던 부정의의 문제를 해소하지는 못한다.

McCauley(2013)에 의하면 에너지 정의는 분배적 정의(Distributional Justice),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 인정적 정의(Recognition Justice)로 구분한다. 분배적 정의는 비용, 환경오염, 에너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즉 에너지로 인한 편익과 유해가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적 정의는 모든 집단이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그 결정이 포용적이고 비차별적이어야 한다는 측면이고, 인정적 정의는 의사결정 시 사회적, 문화적, 민족적, 인종적, 성별에 따른 차이에 뿌리를 둔 다양한 관점을 인식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에 관해 논의할 때 에너지 전환뿐 아니라 정의의 실현을 함께 고민해야 기후위기에 내재한 부조리의 뿌리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농촌에 들어서는 대규모 태양광의 경우 식량 안보 측면에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4.4%, 곡물자급률은 18.5%로 꾸준히 하락 추세이다. 현재 농지가 1만5470㎢인데,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32%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농지는 1만7500㎢이다. 정부는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높이겠다고 밝히면서도, 부족한 농지면적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식량안보를 위한 농지 면적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농사가 가능하기는 하나, 감수율(수확량 감소 비율)과 차광률(전체 농지 면적 중 태양광 패널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이 떨어진다. 게다가 영농형 태양광에 적합/부적합한 작물이 있기 때문에 작물이 편중되었을 때의 위험성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영농형 태양광에 유리한 몇 가지 작물만 생산이 늘고, 그 외 작물들은 생산이 감소하는 원인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에너지 전환과 식량안보 두 아젠다가 모두 시급한 국내 상황에서 국토 이용을 어떻게 해야 효율적일지 입체적이고 거시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활발하다고 알려진 곳이 일본이다. 농림수산성이 발간한 2023년판 '영농형 태양광 가이드북'에 따르면, 일본은 영농형 태양광을 하려고 농지 일시 전용허가를 받은 건수가 4349개에 이르고, 누적 면적은 1007.4ha이다. 대략 계산했을 때 435.35 MW 규모이다. 밑에서 경작하는 하부작물은 다양하나, 쌀, 보리 등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 곡물의 경우 생산량 감소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허가 요건 및 취소요건도 상당히 엄격하다. 시설물의 높이, 간격, 자기농지와 주변농지의 농기계 등의 효율성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요건뿐 아니라,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품질을 떨어뜨려서는 안되며, 주변지역과 비교해 생산성이 20% 이하로 떨어져서도 안된다. 전용허가 기간도 원래는 3년으로 매번 재허가를 받게 했다가 2018년부터 10년으로 허가기간이 연장되었다. 다만, 모든 경우는 아니고, 자경농지인 경우, 황폐화된 농지를 재생하는 경우, 우량농지가 아닌 농지를 이용하는 경우 등의 조건이 붙는다. 

일본에서 허가를 받은 영농형 태양광 발전설비는 대부분 kW급의 소규모이다. MW급 규모는 많지 않는데, 황폐화된 농지를 재생하는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영농형 태양광의 정의에서부터 농업 생산성 담보 및 기후적응 서비스 제공이라는 조건을 부과하는 프랑스에 못지 않게, 일본도 농업에 대한 고려를 매우 신중하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 가이드북 2023년판
ⓒ 일본 농림수산성
 
최근 전라남도에서 '1GW'급 세계 최대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라는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를 띄우고 있다. 해남군 산이면 부동지구 간척지로, 80% 논, 20% 밭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이를 바라보며 고민이 깊어진다. 아직 MW급 영농형 태양광 사업도 성공하지 못한 우리가 GW급의 사업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 공간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우리는 여유가 있는 것일까? 농촌을 또 대상화하게 되지는 않을까? 임차농을 비롯한 농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은 어떻게 끌어가게 될까? 장기적 관점까지 고려해 국가 전체의 식량 안보를 해치지 않는다는 검증은 충분히 된 것일까? 그 과정에서 에너지 정의가 훼손되고, 결국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공고해지는 것은 아닐까? 
 
 건강한 농촌이 가능한 사회적 조건
ⓒ 녹색전환연구소
 
영농형 태양광은 ▲ 에너지 전환 ▲ 식량안보 ▲ 농촌의 지속성(농가소득 향상, 공동체로서의 농촌 등)이라는 중요한 과제들을 모두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왜곡되거나 남용될 경우 세 가지 과제 모두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녹색전환연구소는 엉켜있는 실타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마음으로 단계별, 다층적 전략을 수립하자고 제안하고, 그러한 관점에서 연구를 심화시킬 예정이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만연히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섬세한 조율을 해나가되, 힘찬 걸음으로 돌파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걸음의 결과물은 도시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수단으로서의 농촌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건강하고 생동감 있는 주체이자 목적으로서의 농촌을 구현해나가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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