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의 생존 몸부림…'통합' 칼 빼들자 재학생 반발했다

백경서 2023. 12. 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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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승 글로컬 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 글로컬 대학 본지정 선정'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령인구 급감 속 지방대학들이 생존 전략으로 ‘통합 카드’를 빼들었지만, 재학생 등의 반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컬 사업 따내려 통합 나선 대학들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정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 방향에 맞춰 지역 국립대 등에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컬 대학 사업은 구조조정 등 개혁안을 제출한 대학을 선정해 5년간 1000억~1500억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대학별 지원 액수로는 교육부 지원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로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이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열을 올리는 이유다.

올해 선정된 10곳 중 4곳(부산대·부산교대, 충북대·한국교통대, 안동대·경북도립대, 강원대·강릉원주대)이 통합안을 내세워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대학가에서는 “통합안이 글로컬 대학 선정 열쇠”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국립부경대·한국해양대, 충남대·한밭대, 목포대·목포해양대, 거창대·남해대, 목원대·배재대도 학교 간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내년 사업안은 분리해 준비하는 걸 고려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통합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대학교와 한국교통대학교 통합을 반대하는 충북대 학생 연합이 지난 9월 1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충북대 대학본부 앞에서 통합추진 반대 집회를 갖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간단치 않은 대학 간 통합


하지만 통합에 대한 동문, 재학생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충남대와 통합을 고려했던 한밭대 총동문회에서는 “충남대 주도의 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문이 나왔다.

특히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는 이미 통합안을 내세워 글로컬 대학에 선정됐지만, 학생들의 반대가 커지면서 진통을 겪는 분위기다. 지난 9월 충북대 투표 결과, 교수와 교직원은 과반수 통합에 찬성했지만 학생은 87%가 반대표를 던졌다. 한국교통대는 교수·교직원·학생 모두 통합에 찬성했다. 지난 21일 충북대에서 열린 글로컬 대학 사업 설명회 자리에서 충북대 총학생회 측은 대학 본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교명 유지와 졸업장 구분, 캠퍼스 재배치 금지 등이 담겼다. 두 대학의 통합이 성사되지 않으면 글로컬 대학 사업 중단이나 사업비 환수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학생 설득이 최대 관건이 됐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에서도 강원대 동문회와 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8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본관 앞에 금오공대와 통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벗어둔 학과 점퍼(과잠)가 나흘째 계단 가득 놓여 있다. 뉴스1

'과잠' 벗어던진 학생들에 논의 무산도


내년 글로컬 사업을 위해 통합을 준비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된 대학도 있다. 경북대와 금오공대다. 이들 대학은 올해 글로컬 사업 선정에 실패하자, 두 총장이 만난 자리에서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경북대 학생들이 본관에 과잠 500여 개를 벗어 놓는 이른바 ‘과잠시위’를 통해 통합을 거세게 반대했다.

경북대 학생들은 “학생들과 논의 없는 통합 결사반대”, “다른 돌파구가 있다” 등 반대 입장을 펼쳤다. 결국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통합하지 않겠다고 학생들에게 공식화하면서 학내 반발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통합을 하나의 돌파구로서 고려해 볼 수 있는 측면을 부정할 순 없다”며 “대학 통합 논의는 단순 대학 내부 문제 해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의 목적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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