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 나가면 불안한 엄마, 오은영이 건넨 위로
[김종성 기자]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23일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4세(금쪽이), 2세 두 아들을 키우는 결혼 6년 차 부부가 출연했다. 부부의 고민은 금쪽이가 유독 동생만 괴롭힌다는 것이다. 동생에 대한 질투 때문일까. 일상은 어떨까. 장난감 놀이 중인 형제는 장난감을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 동생이 금쪽이의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고 이윽고 낚아채자, 금쪽이는 곧바로 응징에 나섰다.
동생의 몸을 힘으로 누르고 장난감을 강제로 되찾았다. 더 나아가 등을 깨물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싸움에 엄마는 화가 나서 금쪽이를 야단쳤다. 등에 피멍이 든 동생은 울음을 터뜨렸다. 동생이 배밀이를 할 때부터 시작된 공격성은 이제 위험 단계에 이른 듯했다. 이후에도 동생이 만지는 것마다 독차지하려는 금쪽이의 모습이 포착됐다. 동생만 졸졸 따라다니며 가만히 두질 않았다.
형제자매 간의 다툼은 흔한 일이다. '부모'라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을 나눠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나이 터울별로 동생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반응이 다른데, 연년생의 경우에는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을 갖고, 6세 이상 터울인 경우에는 보조 부모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2~3세 터울일 경우 동생을 경쟁자로 인식한다.
이 경우 질투, 분노 등의 감정을 느낀다. 모든 면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드러내려 하거나 반대로 퇴행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금쪽이는 엄마에게 더 아기 같은 모습을 보이고, 엄마 품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오은영은 '카인 콤플렉스(부모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자매 간에 나타나는 질투나 경쟁)를 언급하며, 심해지면 위축되거나 자기중심적인 아이가 된다고 경고했다.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마트에 가는 길, 형제는 엄마를 향해 동시에 안아달라고 보챘다. 당황한 엄마는 어쩔 줄 몰라했다. 연년생 남매를 육아 중인 장영란은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해야" 된다고 훈수를 뒀지만, 엄마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금쪽이를 안아주었다. 그러자 동생이 서러워 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엄마는 금쪽이를 내려놓고 동생을 안았다. 이번에는 금쪽이가 토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마트에 도착했지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엄마는 수월하게 장을 보기 위해 동생을 카트에 태우며 금쪽이에게 "형이니까 양보해."라고 말했다. 아직 어린 금쪽이가 그 상황을 이해할 리 없었다. 잠시 후, 금쪽이는 장난감을 사달라며 울고불고 떼를 썼다. 온몸으로 버티며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엄마는 지쳐서 마트 장보기를 포기하고 귀가해야했다.
"터울이 적은 형제를 동시에 육아해야 하는 상황 이게 무척 힘들죠. 동시 육아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원칙을 잘 세워야 해요. 분명한 지침을 알려줘야 해요." (오은영)
오은영은 엄마의 육아 방식이 '연한 아메리카노' 같다며, 훈육을 하긴 하지만 밍숭맹숭하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원칙 전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안아달라는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물꼬를 터준 것부터 단추를 잘못 꿰맨 것이다. 서로 안아달라 떼쓸 때는 정확한 지침이 필요한데, 요리조리 거절했다가 마지못해 안아주면 그때부터 엄마 품을 쟁취히려 경쟁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또, 동시 육아를 할 때 매번 "형이니까 참으라"는 식으로 설득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아기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는 퇴행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쪽이가 엄마 품을 떠나지 않고 아기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그 때문이리라. 무엇이든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불공평하다고 여기게 되고 억울함이 생긴다. 그 감정이 아이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은 당연하다.
육아에도 영향을 미치는 엄마의 불안장애
한편, 엄마가 '사회 불안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애들이 나가서 크게 다치면 어쩌지?" 지레 겁을 먹은 엄마는 집 밖으로 나가는 걸 극도로 꺼렸다. 가끔 놀이터에 나가도 금세 귀가를 종용했다. 늦은 밤, 뒤척이며 잠에서 깬 엄마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불안감 때문인 듯했다. 정작 본인은 기억을 하지 못했다. 흡사 영화 <잠>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엄마는 28세 때 직장에서 발표를 망친 후 불안 증세가 시작됐다며, 그 뒤로 길을 가면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오은영은 사회 불안 장애의 주요 특징이 '평가 당하는 상황에 극도의 공포'라고 설명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뒤에서 누가 위협할 것 같다는 생각, 감정 기복, 우울감, 불안함 때문에 집 밖을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육아 방식, 훈육 방식에 대한 부부의 이견도 도드라졌다. 설거지를 먼저 끝내려는 엄마와 아이들을 먼저 재우자는 아빠는 의견 충돌을 벌였다. 잠들기 전 시작된 갈등은 잠들 때까지 이어졌다. 아이들 앞에서 언성이 점점 높아졌고, 부부는 아이들이 말려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싸웠다. 훈육 방식에 대해서는 아빠는 엄한 편이었고, 엄마는 언성을 높이는 방식을 싫어했다.
"금쪽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에요. 친정 엄마가 깊고 따뜻한 사랑을 주지 않았다고 해서 금쪽이 엄마가 귀하지 않은 게 아니에요."(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네를 어떻게 봤을까. 우선, 엄마의 불안 때문에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발달 자극'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회성이 발달하는 나이의 금쪽이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데, 만약 부모가 불안해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으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일부러 문제 행동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또,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애걸복걸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높은 불안은 아이들에게 독이다. 오은영은 엄마의 불안의 근원에 대해 질문했다. 엄마는 엄마에게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쳤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인생의 자양분이 되는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 듣지 못했던 엄마는 자신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을 태어난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자존감이 너무 낮은 상태였다.
"나는 집에만 오래 있어. 그래도 괜찮아. 엄마가 집에 있는 거 좋아하니까." (금쪽이)
놀랍게도 금쪽이는 엄마의 불안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알게 된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오은영은 가족의 불안을 낮추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금쪽 처방은 '불안 DOWN 자존감 UP'이었다. 엄마에게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상담 치료가 필요했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엄마가 방송 출연을 결심한 것만으로도 큰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 날, 역할극을 통해 엄마의 심리를 파악하는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유년기의 아픔을 재현하는 심리극에 유독 힘들어 했다. 아빠는 엄마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 손을 잡고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형제 갈등을 줄여주는 '따로 또 같이' 솔루션도 이어졌다. 각자 스티커를 물건에 붙이고 소유자를 구분했다. 또, 협동심을 발휘해 공 떨어트리지 않고 이동하는 놀이도 했다.
변화를 위한 가족들의 노력이 이어졌고, 솔루션은 결실을 맺었다. 금쪽이는 동생과 함께 놀 때 더 이상 동생의 장난감을 빼앗아가지 않았다. 시장을 방문한 엄마는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았다. 차분히 상황에 대처하는 엄마의 모습에 금쪽이도 이내 안정을 찾았다. 또 오은영에게 1대 1 코칭을 받은 엄마는 금쪽이에게 명확한 원칙을 제시하는 육아 방식을 적용해 나갔다.
이번 회차를 통해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불명확한 원칙이 형제 간 갈등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알 수 있었다. 결국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힘을 갖춰야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을 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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