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팀, 12년 만에 단체 대상... KBS의 고육지책?
[김상화 기자]
▲ <2023 KBS 연예대상 시상식>의 한 장면 |
ⓒ KBS |
2023 KBS 연예대상 영예의 대상 수상자는 <1박2일>팀이었다. 23일 여의도 KBS홀에서 생방송으로 거행된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1박2일>은 전년도 수상자 신동엽을 비롯해서 김숙, 전현무, 류수영, 이천수 등의 개인 후보자들을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로써 <1박2일>은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단체 자격으로 대상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먼저 멤버들의 맏형 연정훈은 "생각지도 못한 수상이다. 4년 전 기대와 걱정, 두려움으로 <1박2일>을 시작했다. 이런 순간이 올 줄은 몰랐다. 곧 크리스마스인데 기적 같은 경험을 하게 해준 <1박2일> 가족들, 시청자 여러분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1부터 16년 넘게 활약하며 단체 포함 벌써 세 차례나 대상 트로피를 받게 된 김종민은 "내가 생각이 많이 없는데 오늘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즌 1, 2, 3를 함께했던 형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싶다"라며 원년 멤버 강호동부터 현재의 막내 유선호에 이르는 역대 출연진들에게 고마움을 피력했다.
▲ <2023 KBS 연예대상 시상식>의 한 장면 |
ⓒ KBS |
지상파 3사의 연예, 연기대상 중 가장 먼저 진행된 <KBS 연예대상>는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이어질 정도로 장시간 마라톤에 가까운 방송이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만큼 올해 KBS 예능 프로그램들이 큰 호응과 사랑을 받았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개인 예능인 대신 <1박2일> 팀에게 대상을 수여한 것 역시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트로피가 오가는 동안 공동 수상, 시상 부문 쪼개기 등 예전의 관습은 2023년에도 계속 이어졌다. 물론 한 해 동안 열심히 프로그램을 위해 애쓴 노고를 격려하는 의미가 큰 것이 연예대상 시상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장시간을 할애할 만큼 "KBS 예능이 눈부신 성과를 거뒀는가?"라는 질문에 과연 방송국은 선뜻 'YES'라고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화려한 잔치상은 차렸는데 막상 먹음직한 메뉴는 보이지 않은 것이 이번 KBS 시상식이었다. 늦은 밤 시간 아빠의 품에 안겨 잠을 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자녀들의 안쓰러움은 마치 졸린 눈 비비고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 본 시청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 <2023 KBS 연예대상 시상식>의 한 장면 |
ⓒ KBS |
지난 몇년 사이 지상파 및 케이블, 종편 타 방송국 대비 KBS의 예능 프로그램은 '암울' 그 자체였다. 시대의 유행을 선도한다던지, 혹은 화제몰이를 이룬 KBS 예능은 딱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해 역시 이러한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그나마 하반기 'JYP' 박진영의 주도로 탄생한 <골든걸스>가 고군분투하며 사람들의 입에 자주 거론된 점 정도가 위안거리였다.
OTT에서 선전을 펼쳤던 <홍김동전>을 비롯한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 일부 프로그램이 연예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폐지 소식이 전해졌다. 큰 행사를 앞두고 벌어진 안타까운 상황은 현재 KBS 예능의 역대급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른 TV 채널도 고전을 겪는 요즘이지만 최소한 체면 유지는 가능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렇다보니 연말 <KBS 연예대상> 시상식은 매년 '빈곤함'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의 호응은 날이 갈수록 줄어 들고 상 줄 사람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위기 타개를 위한 뾰족한 묘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KBS의 현재이기도 하다. 현상유지에만 급급한 채널의 미래를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 <2023 KBS 연예대상 시상식>의 한 장면 |
ⓒ KBS |
▶대상 <1박2일>팀
▶올해의 예능인상 신동엽, 김숙, 전현무, 류수영, 이천수, <1박2일>팀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불후의 명곡>
▶최우수상(리얼리티) <편스토랑> 이찬원.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이쓴
▶최우수상(쇼 버라이어티) <불후의 명곡> 김준현, <홍김동전> 홍진경
▶우수상(리얼리티) <슈돌> 김준호
▶우수상(쇼 버라이어티) <더시즌즈> 최정훈 <홍김동전> 주우재
▶프로듀서 특별상 <편스토랑> 붐
▶베스트 커플상 <뮤직뱅크> 이채민 홍은채, <살림하는 남자들> 박준형 김지혜
▶쇼/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 <골든걸스>' 인순이 신효범 박미경 이은미, <1박2일> 유선호
▶리얼리티 부문 신인상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정지선, <편스토랑> 진서연
▶베스트 챌린지상 <지구 위 블랙박스> YB
▶인기상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이들
▶베스트 아이디어상 <개그콘서트> 조수연 신윤승
▶베스트 아이콘상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추성훈, <리무진 서비스> 이무진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살림하는 남자들> 강다니엘
▶베스트 팀워크상 <개그콘서트> 팀
▶올해의 DJ상 <가요광장> 이은지, <키스 더 라디오> 영케이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공헌상 <가요무대> 김동건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넷플릭스판 '스타워즈' 꿈꿨던 '레벨 문', 세 가지 실수
-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 동화의 클리셰 박살 낸 장면
- 연이은 멤버 하차 '런닝맨', 그래도 기대하는 이유
- 700억 대작이라며... 허술함으로 실망 안긴 '경성크리처'
- 평범한 공무원이 품고 있던 혐오... 세기의 영화가 됐다
- 집 밖에 나가면 불안한 엄마, 오은영이 건넨 위로
- 손예진-이은주-문근영을 '한 작품'에서 만났던 시절
- 군복-투구도 없이... 거란 40만 대군에 맞선 고려 비밀병기
- 아이 낳으라며 임신 모습은 '노란딱지'?... 뼈아픈 경고
- 시국선언 확산...부울경 교수 652명 "윤 대통령 즉각 사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