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되어 치매 어르신 돌본 경험, 연기에 큰 도움"

차원 2023. 12. 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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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참기름 아저씨> 에서 치매 할머니 역 맡아 웃기고 울린 김추월

[차원 기자]

 연극 <참기름 아저씨> 공연 모습
ⓒ 참기름 아저씨
 
대학로의 스테디셀러 <참기름 아저씨>(극본 김기태, 연출 유준기)가 돌아왔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년 부부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은 결혼을 앞둔 딸의 함이 들어오는 날, 아내가 이혼 선언을 하는 날, 그리고 남편이 부른 출장 요리사로 집을 찾은 참기름 아저씨가 어우러지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살아온 할머니,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던지고 싶은 엄마, 엄마라는 역할에 메이고 싶지 않은 딸까지 삼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도 애절하게 다가온다.

가족의 중재자로 나선 참기름 아저씨 역할은 이윤상이 맡았다. 특유의 맛깔스러운 톤으로 대사를 지지고, 볶고, 끓이고, 데치고, 무치고, 버무리며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아내 이정은 역할의 이선주와 남편 박민수 역할의 이진영은 실제 부부라고 해도 믿을 법한 호흡을 보인다. 이번 연극이 두 배우의 첫 연기 합이라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딸 박은주 역의 이세연은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잘 담아낸 연기로 공감을 자아내고, 경비 아저씨 역의 정슬기는 코믹한 연기로 극에 활기를 더한다.

가장 눈에 띄는 배역은, 김추월이 연기한 박민수의 엄마 치매 걸린 할머니다. 많은 작품에서 치매가 과하게 불쌍하거나, 시혜적인 시선으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참기름 아저씨>에서는 당당하고 밝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지난 22일 1시간 20분여의 공연을 마치고 나온 김추월 배우를 대학로 그라운드 씬 극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연극 <참기름 아저씨>는 어떤 작품인지 직접 설명한다면?
"집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서로 간의 오해가 하필 결혼을 앞둔 딸의 함이 들어오는 날 폭발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동안 누적된 것들이 터져 나오는 거다. 그런 와중에 제가 연기한 치매 걸린 할머니가 과거의 이야기들을 기억 속에서 꺼내며 상황이 재미있어진다. 할머니가 작품의 키라고 생각한다(웃음)."

"백발 할머니 모시고 온 관객 기억나... 가족 함께 보기 좋은 연극"
  
 연극 <참기름 아저씨>에서 박민수의 엄마 치매 걸린 할머니 역 맡은 배우 김추월
ⓒ 차원
 
- 치매 역할에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어떤 노력이 있었나.
"제 어머니께서도 치매가 있으셨다. 최근의 일들은 잘 기억을 못 하셨는데, 과거의 일들은 많이 기억하시고 이야기하시더라.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서 참고를 많이 했다. 그리고 또 코로나 때 사실 일이 별로 없었다. 방송도 그렇고 공연도 그렇고... 그때 놀면 뭐 하나 싶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배우로서, 어르신들을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회에 도움도 되고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래서 주간보호시설에서 직접 운전도 하면서 치매 어르신들을 돌봐드리고 그랬다. 정말 많은 공부가 됐다."

- 치매를 묘사하는 방식도 눈에 띄었다.
"단지 기억을 잃어버렸을 뿐, 가족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노인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명량한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신경 썼다."

-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하나만 꼽는다면.
"내가 홍시를 먹으며 나훈아의 노래 <홍시>를 부르는 장면이다. 많은 관객들이 울컥하시더라. 나도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그런 감정들이 전달되나 보다. 실제 원곡과는 좀 다르다, 음도 다 틀리고(웃음). 그래도 전주로 나오는 하모니카 연주와 엄마를 생각하는 내 느낌이 감동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

- 그동안 인상 깊었던 관객들이 있나. 주로 어떤 분들이 보시면 좋은 작품일까.
"부모님을 모시고 오시는 관객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백발의 할머니를 함께 모시고 온 가족이 있었는데, 정말 뭉클하더라. 아무래도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이렇게 공연장에 오시기가 힘드시지 않나. 즐기실만한 연극도 많지 않고... 우리는 따뜻한 가족극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가족이 함께 보시기에 참 좋은 연극이다."

한편 연극 <참기름 아저씨>는 현재 대학로 그라운드 씬에서 공연 중인 작품으로 12월 30일까지 목/금 저녁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와 6시 그리고 일요일은 오후 3시에 만날 수 있다. 부부나 모녀 관객은 20%, 3매 이상 예매 시 25%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 공연정보 연극 <참기름 아저씨> 대학로 그라운드 씬 2023.12.15(금)~12.30(토) 목,금 19:30 | 토 15:00, 18:00 | 일, 공휴일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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