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목욕했는데" 세종시 목욕탕, 女 3명 감전사 날벼락

최종권, 정수경 2023. 12. 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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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여성 3명이 감전 사고를 당한 세종시 조치원읍 목욕탕 건물에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최종권 기자

24일 세종시 한 목욕탕에서 여성 손님이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세종 조치원 목욕탕에서 사고 발생


세종시와 세종경찰청에 따르면 24일 오전 5시37분쯤 조치원읍 한 목욕탕 여탕에서 3명이 비명을 지르고 쓰러지는 것을 탈의실에 있던 다른 여성이 보고 119에 신고했다. 욕탕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여성은 A씨(71)와 B씨(71), C씨(70)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명 모두 끝내 숨졌다.

A씨는 세종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수년째 아동복지센터 조리원으로 근무했다. 틈틈이 텃밭을 가꿀 정도로 정정한 편이었다고 한다. A씨 등은 목욕탕 근처에 사는 한동네 주민들로 연휴를 맞아 목욕하러 왔다가 변을 당했다.

A씨 아들은 “큰 형이 오전 7시쯤 전화해 ‘어머니가 심정지가 와서 119에 실려 갔다’고 말했다”며 “날이 추워서 쓰러지셨나 생각했지만, 이내 ‘목욕탕에서 감전이 됐다’는 말을 듣고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전날(23일) 아이들과 안부 인사드리러 갔을 때 용돈도 주시고, 반찬을 잔뜩 싸주셨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24일 오전 여성 3명이 감전 사고를 당한 세종시 조치원읍 목욕탕 건물 외벽의 집합계량함. 최종권 기자

1984년 지어진 낡은 목욕탕


세종시에 따르면 사고가 난 목욕탕 건물은 39년 전인 1984년 12월 사용 승인됐다. 2~3층에 숙박 시설이 있고, 1층엔 남성 목욕탕과 카운터, 지하 1층에 여성 목욕탕(173㎡)과 보일러실(99㎡)을 갖췄다. 건물에 들어가는 전력량을 측정하는 집합계량함은 1층 외벽 좌측에 설치돼 있다.

이 목욕탕 15년 단골이라는 주민 윤모(63)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하러 왔는데 최근까지 시설에 문제가 된 적은 없었던 거로 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평일엔 사람이 거의 없고 주말에만 동네 사람들이 찾는 목욕탕이었다”며 “몇 년 전 여성 목욕탕을 들렀다가 시설이 너무 낡아 가지 않았다. 감전사고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한 80대 여성은 “사고를 당한 사람은 함께 목욕하러 다니던 친한 사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목욕탕 여탕 내 감전 사고로 사망자 3명이 발생한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 입구에서 24일 오후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합동감식반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정기 안전점검 땐 '적합' 판정


지난 6월 22일 이 목욕탕 정기 안전점검을 맡은 한국전기안전공사는 당시 전기시설에 대해 ‘적합’ 판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과 전기안전공사 등은 욕탕에 들어갔던 여성 3명이 감전된 것으로 보고, 누전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욕탕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119 신고 직후 욕탕 안에서 전기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전기안전공사 등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사고 지점에 대한 합동 감식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여성 3명이 욕탕 안에 있었던 것으로 미뤄 물 안에 있다가 감전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최근 목욕탕 시설을 보수하거나, 누전 사고가 있었는지 등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기안전 일제 점검 나선 세종시


세종시의 한 전기기술 업자는 “누전차단기가 고장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누전차단기가 설치돼 있지 않고, 건물에 배전용 차단기만 설치했을 경우 누전으로 인한 전력 차단이 이뤄지지 않는다. 배전차단기는 전기 과부하에 따른 차단 기능만 있다”고 했다. 현장 감식을 나온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층마다 누전차단기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파악하고, 누전 지점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역 내 목욕탕 20여곳의 전기안전을 일제 점검할 예정이다.

24일 오전 목욕탕 여탕 내 감전 사고로 사상자 3명이 발생한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 입구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5년 전 '의령 감전사고'도 '누전 원인


한편 2018년 10월 23일 경남 의령의 한 사우나에서 발생한 감전사고도 누전이 원인이었다. 사우나 탕 안에서 입욕 중이던 73세와 68세 남성 2명이 감전돼 숨지고, 여탕에 있던 2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는 탕에 폭포수를 공급하려고 설치한 모터에 연결돼 있던 전선이 끊어져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났다. 사우나 건물이 지어진 2003년 설치된 이 전선은 노후로 상당 기간 벗겨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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