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4번째 미들블로커' 김현정의 실력

양형석 2023. 12. 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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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3일 현대건설전 풀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 3라운드 5승1패

[양형석 기자]

기업은행이 안방에서 선두 현대건설을 꺾고 3라운드를 5승1패로 마쳤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 기업은행 알토스는 23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7, 25-16, 20-25, 23-25, 15-5)로 승리했다. 1, 2라운드 맞대결에서 현대건설에게 각각 1-3, 0-3 패배를 당했던 기업은행은 시즌 세 번째 맞대결에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대건설을 꺾고 승점 2점을 챙기며 4위 자리를 지켰다(10승8패).

기업은행은 브리트니 아베크롬비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41.33%의 공격 성공률로 36득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주도했고 표승주가 18득점, 황민경도 62.50%의 리시브 효율과 함께 14득점을 보태며 승리에 기여했다. 기업은행은 김희진과 임혜림이 각각 무릎과 발목부상으로 결장하고 있음에도 3라운드에서 5승1패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기업은행의 네 번째 미들블로커 김현정이 부상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전 이탈 후 김현정에게 찾아온 기회
 
 김현정은 GS칼텍스에서 세 시즌을 뛰고 지난 2020년1월 트레이드를 통해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기업은행의 간판스타 김희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의 붙박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했다. 하지만 김희진은 정작 소속팀 기업은행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보다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기간이 훨씬 길었다. 아포짓 스파이커는 외국인 선수에게 양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물론 김희진은 미들블로커로서도 양효진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를 다툴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그렇게 '미들블로커 김희진'이 익숙해지던 기업은행은 2017년 FA시장에서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팀을 떠났고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김수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영입했다. 기업은행은 메디슨 리쉘, 어도라 어나이 같은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고 아포짓 스파이커 유망주 최정민에게 미들블로커 훈련을 시키면서 김희진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2021년12월 기업은행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호철 감독 역시 김희진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용하기 위한 구상을 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달리 산타나와 표승주가 아웃사이드히터,김수지와 최정민이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면 김희진이 오른쪽에 배치되면서 팀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부터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무리를 한 김희진의 무릎은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2022-2023 시즌 아픈 무릎을 이끌고 시즌을 치르던 김희진은 결국 지난 2월 무릎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됐다. 게다가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시장에서 김수지가 팀을 떠났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아베크롬비를 1순위로 지명하면서 '아포짓 스파이커 김희진 프로젝트'는 제대로 시행되지도 못하고 백지화됐다. 기업은행은 김수지의 보상선수로 미들블로커 유망주 임혜림을 지명하면서 김희진의 공백에 대비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 18경기 18득점에 그쳤던 임혜림은 이번 시즌 기업은행에서 13경기에 출전해 36.84%의 성공률로 41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게 이대 이상으로 선전하던 임혜림은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전에서 발목부상을 당하며 3경기째 결장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임혜림 이탈 후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승점 7점을 챙겼다. 기업은행의 4번째 미들블로커 김현정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 준 덕분이다.

주어진 기회에서 제 역할 해내는 김현정
 
 김현정은 임혜림 부상 이탈 후 주전으로 출전한 3경기에서 24득점을 기록하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김희진의 서울중앙여고 후배이기도 한 김현정은 동 포지션의 최정민과 마찬가지로 미들블로커로는 썩 크지 않은 180cm의 신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그리 높지 않은 2라운드 4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됐다. 김현정은 프로 데뷔 후 두 시즌 동안 24경기에 출전해 3득점 밖에 올리지 못하면서 2라운드 출신 단신 미들블로커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다.

하지만 김현정은 프로 3년 차가 되던 2018-2019 시즌 주전급 선수로 도약하며 26경기에서 89득점과 함께 세트당 0.5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김현정은 한수지의 영입으로 다시 벤치로 물러난 2020년 1월 기업은행과 GS칼텍스의 트레이드를 통해 아웃사이드히터 박민지와 함께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김현정은 기업은행 이적 후 2019-2020 시즌 9경기, 2020-2021 시즌 7경기 출전에 그치며 좀처럼 기회를 얻지 했다.

그렇게 '컵대회 전문선수'로 전락하는 듯 했던 김현정은 지난 시즌 김희진의 부상을 틈 타 28경기에 출전해 70득점을 올리며 조금씩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술 후 재활 중인 김희진이 아직 복귀하지 못한 이번 시즌에도 최정민, 임혜림과 함께 기업은행의 중앙을 지키고 있다. 특히 임혜림이 부상으로 이탈한 후에는 최근 3경기 연속 주전으로 출전하면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4일 흥국생명전(2-3 패)에서 블로킹 3개와 함께 9득점을 기록한 김현정은 19일 페퍼저축은행과의 홈경기(3-0 승)에서도 66.67%의 공격성공률로 8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김현정은 23일 현대건설과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도 블로킹 2개와 함께 7득점을 올리며 팀의 풀세트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김현정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9개의 유효블로킹(우리 팀 수비로 연결되는 블로킹)을 기록하면서 눈에 보이는 기록보다 더욱 크게 팀에 공헌했다.

현재 팀 동료들과 동행하고 있는 김희진과 임혜림은 4라운드부터 경기에 투입될 예정이다. 185cm의 김희진과 184cm의 임혜림이 가세하면 기업은행의 중앙은 더욱 강해지겠지만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김현정은 출전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김희진과 임혜림의 가세는 기업은행이 그만큼 미들블로커 포지션에 가용자원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현정 역시 지금의 컨디션을 잘 유지한다면 분명히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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