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판매 계약' 도라에몽 블록, 국내 유통…대법 "저작권법 위반"

문현경 2023. 12.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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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사진은 대구 이월드 83타워 뮤지엄에서 진행중인 ;두근두근 도라에몽전'의 지난 8월 사전 공개 행사 당시 모습으로, 해당 전시는 도라에몽 캐릭터에 대한 국내 상품화사업권을 가진 업체가 개최한 것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로부터 중국 내 판매 허가를 얻은 업체로부터 물건을 직수입해 국내에서 파는 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양한 캐릭터 미니 블록을 팔던 A씨는 지난 2019년 저작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몇 년 전 팔았던 미니블록 수천 개가 문제가 됐다. 검사는 “저작권을 가진 일본 회사의 허락 없이 짱구, 도라에몽, 원피스 등의 캐릭터와 같거나 유사한 미니블록 20종을 무단으로 판매했다”고 했다.


1심 “절반은 안 비슷”→2심 “거의 다 비슷”


A씨는 2차원 만화 캐릭터를 단순화해 만드는 3차원 미니블록의 특성상 자신이 판매한 블록은 일본의 만화 캐릭터들과 다르다며 맞섰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박상구 부장판사는 이런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블록 20종 중 10종만 유죄로 판단해 2019년 10월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나머지 10종에 대해선 “블록 생산자의 별도의 정신적 노력이 가미됐고 머리, 팔, 다리, 몸통, 귀 등 각 신체 기관의 크기 및 그 배열 방식이 다르다”며 무죄를 줬다.
1심에서는 '각 일본 캐릭터와 유사하지 않다'며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뒤집힌 블럭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이듬해 11월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같은 법원 형사항소 5-2부(부장 유석동·이관형·최병률)는 무죄였던 10종 가운데 9종을 유죄로 뒤집고 각 캐릭터와 미니블록 사이 유사점을 짚었다. A씨가 판매한 ‘밀짚소년’ 블록은 원피스 캐릭터인 ‘루피’와 노란색 밀짚모자, 노란색 단추가 달린 붉은색 조끼, 반쯤 걷어 올린 파란색 바지가 같고, ‘후랑크’ 블록은 ‘프랑키’ 캐릭터의 위로 솟은 청록색 머리, 청록색 코, 노란 도트무늬의 붉은색 반팔셔츠, 검정색 팬티가 같다는 식이다. 재판부는 “거의 그대로 묘사해 블록 생산자의 별도 창작성이 가미된 거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벌금은 1800만원으로 늘었다.


“도라에몽은 정품” 주장에 대법 “국경 넘으면…”


해외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도라에몽 블록들. [인터넷 캡쳐]
사실 가장 치열하게 다툰 블록은 따로 있었다. 도라에몽 블록만큼은 중국에서 진정상품(외국에서 적법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는 자에 의하여 부착되어 배포된 상품)을 병행수입한 것이었다. A씨는 정품을 판 건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다퉈왔는데, 이는 상고심에서 주요 쟁점이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7일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중국 내 상품화사업권자로부터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가 미니블록을 산 중국 업체는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얻긴 했지만, 그 허락은 중국 내 판매를 조건으로 했고, 대한민국에서 도라에몽 캐릭터 상품화사업권을 가진 업체는 따로 있었다.

대법원은 “중국 업체가 이용허락 계약에서 정한 판매지역을 넘어서 A씨에게 도라에몽 블록 제품을 판매한 행위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들은 국가별로 다른 가격을 매겨 상품화권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국경을 넘으면 국가별 가격정책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A씨를 대리했던 법무법인 민후 원준성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배포권에 관한 국제적 권리소진 적용 여부 및 그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A씨처럼 중국 업체로부터 국내로 직수입해 파는 것은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범위 외 판매가 되지만, 만약 중국 내에서 구입한 뒤 국내로 수입한 경우라면 배포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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