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멸의 길 걷고있다" 둔초바, 러 대선 후보 등록 거부당해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 언론인 겸 변호사인 예카테리나 둔초바(40)가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회의에서 둔초바가 제출한 서류에서 100개의 오류를 발견했다며 등록 거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를 후보로 추천하는 추대그룹을 등록하는 것이 가로막히면서 무소속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 지지자 서명을 모으는 단계는 진입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선관위는 회의 과정을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했다.
코메르산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관위는 추대그룹 일원의 여권 번호가 잘못 기재되거나, 서명란에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등 문서가 규범에 어긋나고 성급하게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추대그룹 회의록이 회의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그룹 구성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엘라 팜필로바 중앙선관위원장은 출마가 거부된 둔초바에게 "당신은 모든 것이 남아 있는 젊은 여성이며 어떠한 나쁜 경험도 좋은 경험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둔초바는 무소속 후보로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 17일 700명 이상의 지지자로 구성된 추대그룹의 추천을 받았다. 둔초바는 지난 20일 선관위에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하면서 "등록 거부 사유는 없다"고 자신한 바 있다.
'아테오' 뉴스 텔레그램 채널은 둔초바가 아직 대선 후보를 지명하지 않은 야블로코당에 자신을 후보로 지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둔초바는 선관위가 회의 일정을 당초보다 연기한 뒤 등록 거부 결정을 한 탓에 추대그룹을 다시 소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고양이 그림' 서명을 한 둔초바의 지지자는 실제로도 이 서명을 사용하고 있다며 증거 사진을 공유했다고 이 채널은 덧붙였다.
둔초바는 선거운동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자신을 세 자녀를 둔 어머니라고 소개하면서 "지난 10년간 러시아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발전이 아닌 자멸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다"며 "민주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면 내년 3월 15∼17일 시행되는 러시아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후보 등록을 마쳤다. 푸틴 대통령의 선거 본부는 이날부터 유권자 30만명 지지 서명 수집을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년 3월 17일 열리는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할 경우 2030년까지 집권 기간을 연장한다.
선관위는 이날까지 대선 후보 등록을 신청한 사람이 2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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