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 투표 끝나지 않았다…내 가수 가치 올리는 팬덤 [비크닉]
비크닉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쉬는 날이면 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TV를 사랑하는 마케터 한재동입니다. 찬 바람이 싸늘하게 코끝을 스치면 호빵도 생각나지만, 제게는 멋진 무대들로 장식되는 뮤직어워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에요. 왜 하필 뮤직어워즈이냐고요? 연예대상, 연기대상도 좋지만 뮤직어워즈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 무대만을 위해 준비하는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치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아이템과 같아요. 오늘은 한국의 뮤직 어워즈와 팬들이 즐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한국의 뮤직어워즈가 몇 개인지 아세요?
현재 한국의 주요 뮤직어워즈의 개수는 총 13개 입니다. 그중 Big 3로 꼽히는 메인 이벤트는 골든디스크 어워즈(GOLDENDISC AWARDS),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멜론 뮤직 어워즈(MELON MUSIC AWARDS) 등이지요. 1986년부터 시작된 골든디스크 어워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권위있는 뮤직어워즈입니다. 마마 어워즈는 엠넷 등 음악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CJ ENM의 어워즈라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어요. 멜론 뮤직 어워즈는 멜론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계가 연계되어 있어 규모가 큽니다.
올해는 ‘쇼미더머니 11’에서 우승한 이영지의 마마 어워즈 오프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듯한 퍼포먼스로 강력한 랩을 보여주었는데요. 뮤직 어워즈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코닉한 무대는 팬들이 연말을 기다리는 이유 중에 하나죠. 11월말에 열린 마마 어워즈와 12월초에 열린 멜론 뮤직 어워즈에서는 뉴진스가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뮤직어워즈가 연말에 몰려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더구나 방송사의 연말 음악 특집 프로그램들과 겹쳐 인기 아티스트들의 섭외가 어려워졌죠. K-POP이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뮤직어워즈들이 해외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많아져, 수상을 했음에도 해당 아티스트가 불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탄소년단 빠진 골든디스크, 이번에는?
골든디스크는 현존하는 뮤직어워즈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어요. 1986년부터 2000년까지 ‘대한민국 영상 음반 대상’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고, 2011년부터 골든디스크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발매된 음반과 음원을 분리해서 각 10팀이 본상을 받으며, 음반 판매량 60%(써클차트 기준)과 전문가 심사 40%를 기준으로 수상자를 정해 아티스트와 팬들로부터 권위를 얻고 있지요.
지난 골든디스크에는 디지털 음원부문 대상을 아이브의 ‘LOVE DIVE’, 음반부문 대상을 방탄소년단의 ‘Proof’가 수상했습니다. 신인상은 아이브와 르세라핌, 뉴진스가 공동으로 수상했고요. 100% 투표로만 선정되어 현재의 K-POP 트렌드의 척도가 되는 인기상에선 방탄소년단이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18년부터 5년 연속 인기상 수상으로 전 세계적인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증명된 것이지요.
이번 제38회 골든디스크에는 방탄소년단이 멤버들의 개인 활동과 군 입대로 후보에 오르지 못했어요. 골든디스크는 해당연도에 발매된 음반과 음원을 대상으로 후보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개인 활동을 한 Agust D(슈가), 정국, 지민이 개인 후보로 올랐습니다.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임영웅,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세븐틴 등이 인기상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어요.
또한 이번부터 골든디스크 인기상을 남/여 아티스트를 나누어 시상합니다. 그간 화력이 좋은 남성 아티스트 팬덤에 밀려 수상 기회를 놓쳤던 여성 아티스트에게 기회가 온 것이죠. 현재를 여성 K-POP 아티스트 춘추전국시대라고 하는 팬들도 많은데 뉴진스, 블랙핑크 지수, 르세라핌, 아이브, 에스파, 트와이스 등 글로벌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아이돌의 역사와 함께한 팬덤 투표 문화
팬들의 투표문화는 1990년대 KBS 가요톱텐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가요톱텐은 PC통신과 전화 ARS를 이용한 시청자 실시간 투표를 도입했습니다. HOT와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의 등장과 함께 팬덤들이 폭발적으로 참여한 것이지요. 2000년대 들어 ‘슈퍼스타K’ 등 오디션 쇼가 인기를 끌면서 인기 투표는 더욱 확산 되었습니다. 팬덤의 화력이 동원되면서 100만 표가 넘게 얻는 경우도 생겼지요.
K-POP 스타를 위한 투표의 열기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이어졌습니다. 2011년 가수 비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당시 40만 6252표를 얻어 비욘세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세계적인 저명인사보다 더 많은 득표수를 기록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덤 ‘아미’는 덕질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습니다. BTS가 국내외 각종 어워즈를 휩쓸게 만든 건 물론, 기부와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팬덤 자체적으로 새로운 사회현상이 되었기 때문이죠. 아이돌이 진화하듯 팬덤도 진화했습다. 팬들의 투표 역시 단순한 가요프로 순위 올리기에서 벗어나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하기 위한 투표, 컴백이나 생일 축하 광고를 송출을 위한 투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팬덤과 투표 플랫폼의 미래는?
스타를 위한 광고와 이벤트를 경품으로 제공하고 투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뮤빗과 최애돌, 아이돌챔프, 팬앤스타 등 약 18개에 달해요.
그 와중에 전통의 골든디스크가 벅스 앱에 개설된 새로운 팬덤 투표 서비스 Favorite(페이버릿)에 들어와 눈길을 끕니다. 페이버릿은 벅스와 중앙일보가 함께 만들었는데요. 일단 골든디스크 인기상 투표가 이곳에서 진행됩니다. ‘Favorite’에서는 투표 결과를 국내 1호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인 서울 삼성동의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송출한다고 해요. 또한 스타를 위한 신문 전면광고도 제공하고요. 투표 결과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에도 기사로 전해집니다. 스타의 음원을 이용한 벅스의 플레이리스트 'essential;'도 제작해 준다고 해요. 인기차트 순위 투표 외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성 투표나 올해의 챌린저 같은 기획 투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우승은 임영웅이겠지’라고 생각했다면 틀렸어요. 아직 투표는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K-POP의 대표주자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한 예능 방송에서 “K-POP 팬은 어떤 팬덤보다 더 강력한 몰입과 소비를 보인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것이 K-POP 확산의 한계라는 말도 했습니다. K-POP의 모든 비즈니스가 팬덤에 기대고 있죠. 뮤직 어워즈와 투표 관련 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한재동 비즈솔루션본부 마케터 han.jae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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