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협상·수용…'김건희 특검' 국민의힘의 시나리오 셋
與선 거부·협상·수용 놓고 '갑론을박'
선택 따라 '국회·총선 정국' 뒤바뀔 듯
'한동훈 비대위원장 역할론' 나오기도
국민의힘 내에서 오는 28일 처리될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응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거부·협상·수용 가운데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향후 국회·총선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특검법 통과 직후인 29일 취임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가 특검법 대응과 관련해 '정면돌파'를 선택할지 '회피'를 택할지도 관심거리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8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김건희 여사-대장동 의혹 특검법'(쌍특검)이 자동 부의된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쌍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만큼 이날 본회의에서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야당의 단독 처리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어떤 선택을 내릴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여태까지 고수해온대로 특검 표결을 거부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것이다. 현재 당내 여론 역시 거부권 시나리오로 쏠려있는 상황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쌍특검법을 거론하며 "당은 법안의 내용이나 법 처리 과정이 기본적인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부권 행사가 탄력을 받고 있는 이유는 특검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검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무시한 채, 야합에 나선 정의당에게만 특검 추천권을 약속했다. 그 동안 특검법이 통과·실행되는 과정에서 야권이 특검 추천·임명권을 갖는 경우는 다수 있었으나 6석만을 보유해 교섭단체에조차 들지 못한 정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건 처음이다.
아울러 특검법 추진 시점이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상황이라는 것을 들어 민주당이 선전·선동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주도했던 박홍근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MBC 라디오에 나와 "(특검법 자동상정 시기는) 올해 12월 말이 될 것이다. 실제 총선을 앞두고 특검이 실시되고 있는 과정에 대한 부담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또 문재인 정권 당시 검찰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2년 여간 수사하고도 혐의를 찾지 못한 만큼, 특검을 도입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점도 거부권 행사에 힘을 싣고 있다.
문제는 김 여사의 특검을 거부했을 때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점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건희 여사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건 민주당과 정의당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여론이다. 예를 들어 특검을 받아서 김 여사가 총선 와중에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되겠느냐. 민주당이 노리는 것도 딱 그 지점"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선택지는 특검법에서 이른바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협상에 나서는 방안이다.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특검 실시 시점을 내년 4월 이후로 하자는 중재안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 안을 선택하더라도 현실화까지는 두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할 전망이다. 하나는 민주당과의 협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1일 김 여사 특검법의 총선 이후 실시 여부와 관련해 "시간을 때우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바 있다.
당내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 뒤 특검을 합리적 양보안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우리 입으로 하는 것"이라며 "총선 뒤 특검을 국민의힘이 이야기하다니 참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총선 전이든 후든 '영부인을 대상으로 특검을 하자'고 말하는 게 공천을 앞둔 현 시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보니, 여당 내에서도 김건희 특검 조건부 수용론은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선택지는 김 여사 특검법을 전격 수용하는 것이다.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을 입증하기 불가능한 만큼 여당이 선제적으로 특검을 수용해 리스크를 털어내자는 주장이다.
김웅 의원은 지난달 22일 CBS 라디오에 나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난다 긴다 하는 검찰에서 탈탈 털었지만 안 나왔다. 특검을 해서, 검찰에서 못 찾아낸 것을 찾아낼 만한 능력이 있겠느냐"며 "그냥 받아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별로 불리할 것 없다고 본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내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특검법과 관련해 한 전 장관의 역할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오는 26일 전국위원회 인준을 받고 29일 전국상임위에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쌍특검은 공식 출범 전인 28일에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 전 장관으로서는 특검법과 관련한 부담을 일부 던 셈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한 전 장관이 이 문제를 계속 회피하거나 침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 여사 특검법에 어떻게 대응하고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어떻게 소통하고 풀어내고 설정할지가 비대위원장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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