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유증 폭탄’···들끓는 연말 투심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12.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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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사진=연합뉴스
고금리로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대부분 운영 자금 조달과 설비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목적이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기존 주주나 새 주주에게 돈을 받고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손쉽게 자본을 늘릴 수 있지만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으로 기존 주주들은 손해를 볼 때가 많다. 조 단위 유상증자로 주가가 급락하자 소액주주의 성난 투심이 들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된 하림지주는 계열사 팬오션을 통해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면 하림지주 자체 자금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이 하림지주에 내년 1분기까지 최소 1조원의 증자를 요구 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팬오션이 늦어도 내년 초 유상증자에 착수할 전망이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거나 추진하는 기업은 팬오션뿐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관련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조36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2004년 코스피에 상장한 지 19년 만의 첫 유상증자 결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30%에 해당하는 4000억원 정도를 채무 상환에 쓴다고 밝혔다. 나머지 자금 중 4200억원은 중소형 OLED 사업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 자금, 5500억원은 OLED 전 사업 분야에 걸친 생산 안정화 운영 자금으로 쓴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 등을 위해 약 5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4700억원은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에, 500억원은 미국·유럽·중동 지역 공장 건설이나 인수 작업에 투입한다. 이외 일진전기는 변압기와 차단기 등 중전기 공장과 전선 공장 생산력 증대를 위해 약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뒤 주가는 대부분 부진했다. 신사업 등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증자라고 해도 재원 조달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 주주들에게만 손을 벌리는 것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팬오션 주가는 지난 12월 19일 10% 급락한 데 이어 20일 상승장 속에서도 내림세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12월 18~19일 연이틀 하락한 끝에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대한전선은 지난 12월 15일 16% 급락한 데 이어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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