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닫는다더니 오히려 급증…"브렉시트의 배신"

이휘경 2023. 12. 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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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들어온 사람이 나간 사람보다 74만5천명 많아 순이주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17만4천명이나 홍콩 출신 영국 해외여권 소지자 12만5천명이 일시적인 증가를 일으키기는 했으나 이를 감안해도 영국은 브렉시트 전보다 인종적, 민족적으로 더 다양해졌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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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이휘경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이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영국으로 유입되는 이주자들이 기록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들어온 사람이 나간 사람보다 74만5천명 많아 순이주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수치를 다룬 기사에 "브렉시트 배신이 이제 완성되다"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17만4천명이나 홍콩 출신 영국 해외여권 소지자 12만5천명이 일시적인 증가를 일으키기는 했으나 이를 감안해도 영국은 브렉시트 전보다 인종적, 민족적으로 더 다양해졌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새로운 이민 제도가 2021년 1월 시작됐는데, 이에 따라 달라진 것은 이주민들의 구성이다.

런던 식당에서 일하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젊은이들은 줄어든 반면, 인도나 필리핀 출신의 의사와 간호사는 늘었다. 폴란드 배관공은 줄었고 나이지리아 대학원생은 늘었다.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 수는 2013년 3만3천명이었는데, 10년이 지난 현재는 25만3천명으로 8배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이주민 유입이 영국 병원과 양로원, 대학이 돌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조너선 포테스 킹스칼리지런던 경제공공정책학 교수는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의 약속은 기술과 임금에 기반을 둔 차별없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며 "이는 그들이 한 어떤 것보다 제대로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낵 총리로서는 지금과 같은 이민 행렬은 부담이다.

브렉시트 초기 찬성론자였던 수낵 총리는 "영국 해협에서 이민선을 멈추겠다"고 약속했고, 그의 내무장관을 지낸 수엘라 브레이버먼은 영국 남부 해안으로 망명 신청자들이 몰리자 '침공'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보수당 정부 인사들의 이같은 강경한 어조는 2019년 총선에서 "브렉시트를 마무리하겠다"는 공약을 믿고 보수당에 승리를 안겼고 여전히 이민 문제를 중시하는 일부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기록적인 순이주에 직면한 영국 정부는 이같은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내무부는 이달 숙련 노동자 동반가족 비자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 독립 자문기구인 이민자문위원회는 이주민 수가 향후 몇 년 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정책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에는 합법 이민의 '적정 수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현재 이민을 둘러싼 논쟁 중에도 영국인 상당수는 기록적인 이주민 유입에 느긋한 모습이라고 NYT는 전했다.

롭 포드 맨체스터대 정치학 교수는 "사람들이 병원 응급실에서 (이주민 증가를) 알아차리지만, NHS가 위기 상황이기에 개의치 않는다"며 "도시에서 고숙련 유색인종 전문가들을 보는 것과 시골에서 비숙련 동유럽 이주민들을 보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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